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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약품분류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안

시론 의약품분류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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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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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교수(충북의대 약리학교실)

올바른 의약품 분류는 의약분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까지도 의약품 분류의 원칙과 분류 기준, 그리고 구체적인 약품들의 분류 방향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과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는 1985년 처방용 및 일반용 의약품 등 2분류 체계의 의약품 분류제도가 처음 도입되어 주로 의약품의 제조, 수입, 허가, 그리고 광고 관리 등에 활용되어 왔으며 1988년에는 의약품 분류군의 명칭이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으로 바뀌었다.

의약분업을 전제로 한 본격적인 의약품 분류는 199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용역 연구로 처음 이루어졌으며 이 때 분류 대상이 되었던 주사제를 제외한 3,157개의 처방들 중 1,559개가 전문(49.4%), 1,598개가 일반(50.6%)으로 분류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약물의 효능, 효과 측면과 안전성(독성, 부작용 등의 사용상 주의 사항) 측면의 고려, 그리고 용법, 용량의 준수에 필요한 전문성 정도 등을 그 골자로 하는 분류 기준을 새로이 제시하였다. 또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의약품 분류 제도를 연구하여 이들 나라에서 처방약과 비처방약의 구성 내용과 분포에 상당한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약품의 분류에서는 적응증이나 금기증 등의 효능, 효과 측면보다 안전성 측면이 더욱 강조되었고, 의약품 분류 방식도 당시의 법 규 내용에 따라 전문의약품을 먼저 선별하고 그에 해당하지 않는 의약품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는 전문의약품 우선 선별 방식의 근본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그 사용에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요하는 많은 약들이 단지 독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이는 당시 일반으로 분류되었던 처방들 중 이후 전문으로 전환된 처방이 350여 개에 이른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이후, 의약분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1999년 5월 의약분업 실현을 위한 시민대책위의 중재로 의약품 분류안이 만들어져 단일제 의약품 총 3,157처방을 전문 1,776(56.3%)과 일반 1,234(39.1%)으로 분류하고, 의견 대립이 심한 147개의 쟁점 처방을 추후분류 대상으로 하여, 당시의 분류 대상에서 누락되었던 단일제 처방들과 복합제 전체와 함께 2000년 3월말까지 분류안을 확정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보건사회연구원이 다시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의대 및 약대 교수 12인의 참여로 분류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 때 분류 작업에 참여한 의대측 연구진의 섭외에는 의학연구정보센터(한국과학재단 지원 전문연구정보센터의 하나로 1997년 지정,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소재, 소장 이영성 교수)가 주도적 역할을 했는데 당시 참여한 의대측 연구진은 배상철(한양의대 내과), 문상은(서울의대 보라매병원 피부과), 지영구(단국의대 내과), 박선미(충북의대 내과), 정유석(단국의대 가정의학), 김헌식(충북의대 약리학) 교수 등이다.

2000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는 그 분류 대상이 단일제의 경우, 전체(4,500 종 이상)가 아닌 일부(쟁점 처방 147개와 신규 처방 등 717개 등 총 860여 개)에 한정되어 있었고, 그 분류 기준이나 지침으로는 독자적인 새로운 안의 도출이 아닌 99년 시민대책위원회의 합의안을 존중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분류 방식이나 구체적 사례 등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던 국내 의약품 분류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의 분류 작업에 비해 뚜렷한 차별성을 가지는 발전적 측면도 있었는데, 국내의 의약품 분류에서는 처음으로 미, 영, 독, 일 등 선진국의 구체적인 의약품 분류 사례를 광범위하게 조사하여 분류 작업에 참고로 하였다는 점과, 이전까지는 전문의약품의 판정 기준으로 독성, 부작용 등의 안전성보다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 받지 못했던 적응증이나 금기증, 효능, 효과 등의 유효성 측면이 1차적인 분류 기준으로 강조되었다는 점 등이다.
 
이 분류 작업 결과, 당시 분류 대상이 되었던 870여 개의 단일제 처방들 중 78개가 의대와 약대 양측의 의견 대립으로 미분류되어 최종 결정을 위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에 상정되었다.

그러나, 2000년 4월에서 5월 사이에 여러 차례 열렸던 이 회의에서도 의약계의 의견 대립을 좁히지 못하고 대부분의 미분류 의약품에 대한 분류 결정이 내려지지 못한 채, 7월 1일 의약분업 시행이라는 시한에 쫓겨 결국 보건복지부에 최종적인 분류 결정을 위임하게 되었다.

이에 복지부에서는 미분류된 처방들을 21개는 일반, 57개는 전문으로 분류하고 이미 99년 시민대책위나 2000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분류 결정을 내렸던 처방들에 대해서도 22개는 전문을 일반으로 54개는 일반을 전문으로 각각 분류 변경하여 함께 5월 30일 최종적인 분류 결과로 발표하였다.

이 발표 자료에는, 주사제를 제외한 단일제 총 3,816개의 처방들 중 전문 2,285(59.9%), 일반 1,531(40.1%)으로 나타나 이전의 분류에 비해 전문의약품 처방이 다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97년 이후 몇 번에 걸친 분류 작업 결과 전문의약품의 수가 점차 늘어 온 것은 분명하나 아직도 의약학적 원칙이나 외국 분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마땅히 전문으로 분류되어야 할 처방들이 다수 일반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스테로이드 외용제 등의 경우 대부분 처방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외국의 사례와는 크게 어긋나는 분류 결과를 보이고 있어 향후 이의 시정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2000년 보건사회연구원 분류 과정에 참여했던 의대측 연구진들은 연구 초기부터 의학연구정보센터의 지원으로 의약품 분류 정보 DB 구축을 위한 사업단을 구성하고, 2000년 작업의 분류 대상이 되었던 처방들 뿐 아니라 이미 일반의약품으로 분류 합의(이른바 기존 분류)가 되어 있었던 처방들에 대해서도 그 분류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여 문제되는 처방들을 선별하고 그 전문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와 의견들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또, 의약품 분류 관련 법규나 제도, 관행 등에 대해서도 그 문제점 등에 대한 비판과 대안 의견도 제시하였다. 의약품 분류 정보 DB 사업단에서는 이러한 자료들과 자체적으로 구축한 국내 의약품 정보 DB로부터 산출한 각종 정보들을 한데 모아 최근 의학자들이 가까이에서 본 의약품 분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 방안 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는 복지부 최종 발표에서 발견되는 문제 처방들에 대한 구체적 내용과 복지부가 분류 변경한 처방들의 목록 등도 담고 있다.

현재의 의약품 분류에서 근본적인 장애가 되거나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요인들로는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는 의약품 관련 정보의 부실과 빈번한 오류 ▲전문 및 일반의약품 정의와 그 분류 기준의 모호성과 그 일관성 결여에 따른 개념의 혼란 ▲약사법 등 관련 법규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현행 전문의약품 우선 선별 방식에 따른 효능, 안전성 정보가 충분치 못한 많은 약제들의 일반 분류 ▲한방, 생약제 등의 충분한 검증 없는 획일적인 일반의약품 분류 ▲전문 분류 단일제 유효 성분보다 훨씬 낮은 함량을 가진 복합제의 분류에 대한 지침 결여 등이 있다.

향후 국내에 의약학적 타당성과 일관성을 갖춘 올바른 의약품 분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신뢰도 높고 포괄적인 국내의약품 정보 DB의 구축과 주요 외국 분류 사례의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의약품 분류 관련 법규들의 정비를 통한 전문의약품(처방약)과 일반의약품(비처방약)의 개념과 구체적 기준 확립 등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보다 의약학적 원칙에 충실한 의약품 분류를 위해서는 위원회나 연구진의 구성에서 현재와 같은 의약계 협상이나 상호 견제를 전제로 한 의,약사 동수 참여 관행보다는 전문 지식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분류 대상 약제의 대상 질환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 지식과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임상 각 과 전문의들이 폭 넓게 참여하는 새로운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 현재 국내에서 무분별하게 생산, 시판되고 있는 효능과 안전성이 불확실한 약제들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의약품의 올바른 사용 관행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전문의약품 우선 선별이 아닌 일반의약품 우선 선별 방식으로의 전환과 그 제도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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