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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4:11 (금)
"원없이 공부좀 해보렵니다"
"원없이 공부좀 해보렵니다"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5.03.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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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웨인주립대로 떠나는 김종재 교수

  국립 서울대학교의 세계적인 위상은 정확히 모르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아직 '최고'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그런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학교 교수'라는 직함이 갖는 상징성은 대단한 것이다. 부(富)는 그다지 많이 쌓이지 않겠지만, 그 사회적 지위와 명예는 평생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다는 의과대학의 교수라면...
  그런데, 평생 보장되다시피한 사회적 지위와 명예에 안주하지 않고, 낯선 이국에서 의과대학 교수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있다.
  김종재 교수. 서울의대 병리학교실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종재 교수가 서울의대 교수직을 사직하고 내년 1월부터는 미국 웨인주립대 의과대학의 교수로 변신한다. 

■ '안정'포기하고 '개척'의 길로

아무 연고도 없는 이 웨인주립대가 교수를 공채한다는 소식을 듣고, 홀로 뛰어들어 당당히 채용된 것이다. 이미 지난 3월 미국의사면허도 따냈다. 홀홀단신 미국 PGA에 진출해 역경을 이겨내고 한국인으로는 처음 승리를 따낸 최경주 선수처럼, 김종재 교수도 미국 의학계에서 승리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김종재 교수가 미국의 의과대학에 교수로 입성한 것은 우리나라의 의학, 의학교육 또는 의과대학 교수가 세계 최강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기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의학이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나 자존심 같은 것이 아니라, '안정'을 버리고 '개척'의 길에 들어선 한 의과대학 교수의 이야기다.

"별 거 아니다"라며 쑥스러워 하는 김종재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미국에서의 교직생활이라는 새로운 삶과 함께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싶어서 소아병리와 관련된 미국 쪽 대학을 알아보다가, 미국 국립보건원(NIH) '주산기학연구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웨인주립대에 마침 연구수행 교수직이 열려있어 지원하게 됐습니다."

웨인주립대 인사위원회는 김종재 교수의 경력과 연구실적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전격적으로 영입을 결정했다.

■ 한국인 여성 교수 한 분 재직 큰 힘

1986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김종재 교수는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병리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1994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소아병리 전임의 과정을 마치고 지금까지 서울의대 병리학교실 및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병리과에서 근무해 왔다. 60여편의 관련분야 연구논문을 SCI등재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웨인주립대에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다행히 의과대학 기초병리 분야에 한국인 여성 교수가 재직하고 있어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유학후 미국에 정착한 김형례 교수가 호의와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병리과 과장 데이빗 그리년(David Grignon) 교수가 대한병리학회지 편집위원인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에 위치한 웨인주립대는 의과대학(School of Medicine)을 비롯 12개 단과대학으로 구성된 종합대학으로, 3만3000여명의 학생과 6000여명의 교직원이 있다. 1868년 웨인주립대 의과대학의 전신인 디트로이트의과대학(The Detroit Medical College)을 기반으로, 순차적으로 다른 단과대학이 설립돼 1934년 웨인대학(Wayne University)으로 개편됐으며, 1956년 현재의 웨인주립대로 개칭됐다. 웨인 카운티에 위치하고 있으며, Anthony Wayne 장군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우수 연구결과 없인 생존자체 불가능

"서울의대에서 지금까지 하던 일을 미국에서 원없이 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좋은 후배들도 이끌어 같이 연구할 계획입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우수한 연구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최대한 노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2005년 1월 15일경부터 웨인주립대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부교수로 근무하게 되는 김종재 교수는 주산기 병리(Perinatal Pathology)와 태반 병리(Placental Pathology) 분야의 연구 및 학생·전공의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미국 국립보건원 소속의 주산기학연구실(Perinatology Research Branch)과 웨인주립대 의과대학 병리학교실과의 공동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최고의 환경과 훌륭한 스승 및 좋은 선후배 동료와 같이 일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이 보람이자 알찬 경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뜻 밖에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어려움도 많이 있겠지만 열심히 정진하여 모교를 빛내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국에 형과 누나가 살고 있어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더욱 좋다는 김종재 교수는 이러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금까지 소아병리학을 가르쳐 준 은사 지제근 교수(서울대 명예교수·전 대한의학회장) 및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윤보현 교수(서울의대 산부인과학교실)에 대한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김종재 교수의 '은사' 지제근 교수는 "원없이 공부하고 싶다"는 말에 말릴 수 없었다며, 제자의 선택을 존중했다.

"40대 초반의 나이와 부교수라는 직급 정도 되면 보직 등 연구외 업무가 너무 많아 연구할 시간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다 좋은 연구여건에서 우리나라 의학자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될 것이며, 미국에서도 부교수 직급을 그대로 인정받음으로써 미국과 상호 수평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종재 교수를 평해달라는 말에 지제근 교수는 "제자나 후배가 아니라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며 자기조절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인격적으로나 대인관계 등에서 칭찬받아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에서도 좋은 '상품'이 될 것이며, 한국 의학자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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