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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장기이식 해법 찾자
시론 장기이식 해법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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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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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
'인간복제와 줄기세포'의 윤리문제가 큰 이슈가 돼 있는 요즈음 부시대통령의 제한적 허용과 함께 크리스마스 후에 있을 상원투표결과가 주목된다.

그리고 공화당 스펙터 상원의원이 언명한 "줄기세포 연구추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말은 퍽 고무적이며, 이 연구가 성공하는 날에는 줄기세포가 장기이식을 대치하게 될 것이며 21세기 암 정복도 실현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의학의 윤리논쟁이 얼마 전에 불거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근(2001년 12월 1~4일) AMA(미국의사협회)임시총회가 개최되었는데, 특기할 점은 장기이식문제가 새로운 쟁점이 됐다는 사실이다.

장기이식과 관련된 뇌사의 윤리적 문제는 오랜 논쟁 끝에, 현재 한국은 물론 세계주요국가(중국 제외)에서 장기이식이 법제화되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윤리의 한계선이라 할 '장기의 매매'에 대해서는 각국마다 법으로 엄금 조치되고 있으며, 1984년 10월에 제정된 '미국 장기이식법(National Organ Transplant Act)'에도 금지사항이 명기되어 있다.

이식을 위한 장기는 자발적 기증에만 의존하고 있어, 이 방법으로는 현재 장기이식 대기환자 7만8,000명 중 25%만이 혜택을 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나머지 환자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매년 6천명 이상의 대기환자가 장기이식을 학수고대하다가 받지 못한 채 죽었으며, 금년에도 1만명 이상이 그러하리라 예측된다. 이식에 적합한 무수한 장기들이 땅속에 내버려지는데 대한 도덕적 회의마저 생길 것이다.

AMA 간부를 비롯한 많은 회원들은 이번 총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인도적인 이유를 내걸고서 AMA내에 '장기기증 지불플랜(organ donation pay plan)'의 연구기관 설치를 제안했다. 뉴욕, 일리노이, 캘리포니아 등 큰 주 출신의 대의원들이 주도한 이 제안의 골자는 장기이식을 장려하게 될 '장기 매매'에 있어서 특히 윤리적인 면의 '득과 실'을 연구하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제안 자체가 비인도적이며, 비윤리적이라는 저항세력을 만나, 대의원 549명중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고 이번에 실패했다. AMA의 윤리법사위원들을 비롯한 주요의원들은 여기에 굴복치 않고, 명년 6월 정기총회에 다시 제안하여 꼭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플랜 추진파의 한사람인 일리노이 의사회 차기회장인 존 슈나이더 박사는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장기기증 증가방법이 있어야만 한다. 재정적 도움을 주는 장려방법이 해가될지 여부는 연구결과만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반대파는 "자발적 기증으로 남을 돕겠다는 동기를 희석시키는 일은 잘못이다. 환자나 가족에게 장기기증 하겠느냐는 말 이상 물어보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장기 매매는 무조건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하며 "이 방법은 없는 자를 착취하는 격이고, 부유층 자원자를 줄이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은행은 이 장려법안 연구를 찬성하며 "국민의 보다 많은 관심(장려법에 의한)만이 장기기증을 촉진시키는 방법"이라고 발표했다.

AMA의 관측에 의하면 근소한 표차로 이번에 실패한 '장기기증 지불플랜' 연구가 내년에 통과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는 날에는 AMA는 그의 관록 있는 의회로비 실력을 발휘하여 현재의 '장기이식 법안'을 개정하게 될 가능성이 많아지며, '장기매매 금지조항'이 삭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장기기증자의 재산에 대해 1만불의 세금공제혜택을 주는 법안이 의회에 계류중이다.
 
뇌사의 윤리문제를 두고 장기간 갈등 끝에 장기이식법이 한국서 법제화되어 시행 된지가 2년도 채 못되며(2000년 2월), 일본서도 1997년 10월에야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보게 되었으니 최근의 일이라 하겠다.

미국에서는 1984년 의회에서 장기이식법안이 제정되었지만, 1968년 하버드보고서의 뇌사기준발표, 그리고 같은 해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된 세계의사회(WMA)의 뇌사지지선언(시드니 선언)이래 의학계에서 뇌사와 장기이식을 널리 수용해왔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장기은행과 AMA는 윤리적인 이유로 장기지불을 반대했으며, 법적으로도 장기매매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장기기증을 못 받아 죽어간 대기자가 작년만 해도 6천명이 넘은 현시점의 사정은 전과 달라, 여기대한 윤리문제도 제고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장기이식을 위해 장기기증을 대기중인 환자의 수는 증가일로에 있어, 1980년대 후반에 1만5,000명이었으나 지금은 7만8,000명으로 급증했다.

AMA의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장기이식을 요하는 환자수가 장기기증자수보다 4배나 많은 율로 증가되고 있다. 그래서 AMA는 이 문제를 연구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강구하여야만하며, 여기에 장기지불이 실현될 경우의 상황을 예측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교적 용이한 신장이식의 예를 들자면 이식 대기기간이 10년 전에 평균 1년이었으나 현재 2년으로 늘어났고, 시급을 요하는 간이식의 경우는 8배(1개월에서 8개월)나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관련된 사회단체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한 보람도 없이 악화만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장기기증 부족문제는 지금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며 당장 해결해야할 이슈이다.

장기이식에 대한 국가정책의 목적은 가급적 많은 생명을 구출한다는 오직 한가지다. 이 목적을 위하여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해서 기증자에 대한 혜택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법적으로 혈액과 생식세포(정자 난자)의 상업적 매매는 허용하면서 왜 장기는 안된다는 말인가가?"라고 모순을 지적하기도 한다.
 
기증자가 수요의 1/3도 안된다는 사실 때문에 여기에 등장한 또 하나의 논의는 장기이식의 '우선순위'이며, 이러한 문제는 인공신장투석이 시작되던 1960년대에도 있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인공투석기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많은 신부전환자중 누구를 먼저 살려야하나?"라는 윤리적 논제를 두고 의사, 종교가, 철학자, 법률가들이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실은 여태까지는 의학윤리에 관해서는 의사들이 자율적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따르기만 하면 됐으나, 1960년대는 각 분야 전문인이 의료윤리에 참여, 간섭하게끔 바꿔진 역사적 전환기라고 하겠다.

그래서 새로운 학문 생명윤리학(Bioethics)이 생겨났으며, 의료문제윤리학에 관한 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가 도래했다. 위스콘신대학 A교수(법학 및 윤리학)의 말처럼 "생명윤리학자가 되기 위한 면허증이나 신임장이 필요 없으며, 아무나 자칭 생명윤리학자라고 주장할 수 있음"으로, 의료의 윤리적인 문제는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의견수렴이 어려운 분야가 돼버렸다.

여담이지만 이 일은 마치 한국에서 '존엄사 허용' 가부를 두고 비전문가들의 맹목적 발언을 상기케 한다. 언론보도는 뉴스라는 시급성이 있으므로 잘못된 보도나 논설은 어느 정도 양해할 수 있으나, 비(非)의학 분야의 전문인이나 종교지도자들이 글 한쪽 연구한 흔적 없이 자기들 목소리만 높이는 사태는 그야말로 백가쟁명하는 난맥상이라 실로 가관이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1월 15일 존엄사 허용견해를 발표했고, 의사들이 사회계몽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국민도 쉬이 수용하리라 믿는다.

최근 인간복제의 윤리성논쟁이 심각하게 되어감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 때부터 생명윤리담당 고문관을 두게 되었고, 생체분야에 관여하는 회사도 Bioethics 전문직원을 채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생명을 구제하는 과정에서도 윤리문제라는 깊은 계곡이 가로막고 있으며, 이 고비를 넘어서야만 한다.

AMA는 장기이식을 활성화시켜 죽어가는 생명을 되살리고자 여기대한 윤리문제연구를 내세웠다. 윤리는 우리가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회피해야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은 '장기이식 법'의 장기 매매 금지조항에 구애되어 장기기증 부족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하여 근시안적 장기이식정책이라고 할 현재의 '장기 배당규정'결과 이식을 요하는 환자는 병이 진행되고 나서야 이식 받게되므 장기간 생존할 가망성이 적다는 사실도 문제점이 돼 있다.

미국에서 장기이식의 국가정책은 1986년이래 장기분배 기관인 UNOS(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에서 HHS(보건부. Health and Human Service)감독하에 책정한다. 그리고 UNOS는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비영리단체인 독립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서 기증한 장기와 대기환자장기의 연결과 함께 기증장기를 배당하는 순서를 정하는데, 중환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결과 이식 후 장기간 생존율이 낮아진다. 간이식의 경우 이식 후 2년 생존율은, 초기환자에서는 75%이나 중환자는 50%에 불과하다. 즉 중환자를 우대함으로서 전체적으로 장기간생존율을 줄이게 하며 이식효과를 저하시킨다.

그러므로 건강한 초기환자를 우선적으로 이식리스트에 올려야한다는 정책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여기에도 약자(중환자) 무시라는 윤리적 논란이 따른다. 또한 장기배당의 공정성을 강조하다보면 인종차별문제까지 생기게된다. 가령 흑인환자는 전체환자의 29%이나, 흑인인구는 19% 밖에 되지 않음으로 장기 맷칭율이 낮을 수밖에 없어 배당이 지연되고, 그기에 흑인들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 합병증이 많아 장기간생존율이 낮다.

위와 같이 중환자를 우대하고, 인종적 도덕적인 공정성만 강조하는 현재의 장기이식정책은, 보다 많은 인명구조와 장기간생존을 목표로 하는 장기이식의 취지에 배치된다고 하겠다. 부족한 장기기증 현실에서 종전정책을 180도 전환하여 이러한 모순을 시정하는데도 윤리적 논란을 거처야만 하는 것이 생명윤리학(Bioethics)시대이다.

미국에서의 기증방법은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의사를 적고, 기증카드를 지니고 다니는 것이 고작이다. 그리고 본인이 서명했어도 사망 후의 결정권은 가족에게 있음으로, 가족의 반대로 기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인의 86%는 장기기증 법을 지지하면서 실제로 기증서명을 한 사람은 20%에 불과하다.

싱가포르와 여러 유럽국가에서는 적극적인 기증방법을 쓰고있어, 장기획득에 별로 부족이 없는 걸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성인이 되면 유고사망시, 반대서명이 없는 한 장기기증을 허락한다는 통지서를 정부에서 받는다. 강요성이 있는 이러한 제도(Presumed-consent system, 동의를 전제로 한 제도)는 그 효과도 크다고 한다. 예를 들어 벨기에서는 12년 전에 이미 이 제도를 체용 했는데, 반대서명자수는 2%에 불과하다.

장기부족의 심각성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미국서도 이러한 유럽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일부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사가 강하고 정부통제를 싫어하는 미국에서 유럽식의 장기기증방식이 주민투표에서 통과될 가망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사실이지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몇 주에서 이 Presumed-consent system을 제안했으나 투표찬성을 얻지 못했다.

여기서 다시 AMA안인 장기기증지불플랜만이 장기부족의 비상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당성이 나온다.

장기기증이 무료인데 비해, 장기이식으로 병원과 외과의사는 환자나 보험회사로부터 큰 지불을 받고있다는 사실은 묵과되고 있다. 즉 간이식비용이 25만 달러나 되지만, 기증자 가족에게 1만 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된다.

일찌기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장기기증자 가족에게 장례비보조금으로 500달러 내지 1천달러를 지불한다는 법이 가결됐으나, 연방정부 법에 위배되어 실현되지 못했다.

AMA 윤리법사위원회는 지난번 총회(12월 1~4일) 이후 더 적극적으로 장기기증지불플랜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위원장 Dr. Riddick Jr.는 "연구하는 일이 결코 비윤리적이 아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한 간부는 말하기를 "장기기증 증가를 위해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도덕적 책임을 져야된다"고도 했다.

다음 번 AMA총회에서 '장기기증지불플랜 연구안'이 가결되어도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연구에 착수할 수 있으므로, AMA는 의회의원들에게 호감을 사는 안(사후 장기기증에 동의한 성인남녀는, 그 장기가 채취되고 이식에 사용될 경우에는, 그 대가로 적절한 곳(제3기관)에서 가족에게 재정적 보상을 제공받는다)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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