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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기기사용에 관해

시론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기기사용에 관해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1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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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흥 교수(경상의대/경상남도의사회 학술이사)

이 글에서는 최근 의협에서 한의사의 의료법위반행위에 대해 강력한 대책을 세워 줄 것을 복지부에 공식 요청하면서 뜨거운 논란의 하나가 된 한의사들의 현대의학 기기 사용에 대해 논의해 보려고 한다.



글에 앞서 본인이 현대의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순수 연구와 양한방 협진 등을 통해 최대한 한의학의 장점을 접목해 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내 의견이 의학 자체를 추구하는 다른 선생님들보다는 전향적인 입장임을 밝히고자 한다.



또한, 내가 가진 한의학적인 지식이 깊지 못하므로 과거 하이텔 등 여러 곳에서 논의되었던 글들을 다수 인용하였으며, 같은 이유로 이 글 역시 뜻이 왜곡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른 선생님들이 마음대로 인용하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은 한방의학을 '민족의학이다', '신체 전체를 고려한다', '개개인의 체질을 고려한다', '부작용이 적다', '예방의학이다' 등의 생각으로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정서는 과거 농산물 개방을 앞두고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용어로 애국심을 호소하던 시절, 한의학이 현대의학의 발전마저 극복하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의학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유도되면서 더 고착되게 되었다.



물론 한의학은 긍정적인 점도 많다. 일부 만성질환을 포함한 다수의 질환에서 한방 치료를 단독 혹은 병용하면 현대의학적인 치료만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으며, 세계적인 대체의학 선호와 맞물려 동통 치료나 알레르기 등 많은 분야에서 한의학을 포함한 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치료를 선호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대체의학 중 4,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한의학은 어느 다른 치료법보다 더 우수하면서도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현재도 침이나 경락의 원리가 저에너지 레이저의 보편적인 사용과 경락 자극을 통한 통증 치료 등 상당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고, 양한방 협진을 통해 보다 많은 응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사들이 보다 나은 토탈케어를 하기 위해 한방의 이론과 치료방법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인의 경우 광의학(photomedicine)을 전공하는 피부과 교수로써, 학문적인 관심으로 한약제에 대한 광독성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약 30% 정도의 식물성 한약제에서 광독성반응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본인은 이들 한약제가 상당한 약리작용과 부작용을 보일 수 있다고 보았고, 또한 광독성 반응이 현대의학에서 사용되는 광화학요법(PUVA;psoralen+UVA)이나 광역동요법(photo-dynamic therapy)과 같은 치료 방법으로도 응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금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가 보아야 할 또 다른 면은 환자들의 필요에 따른 수요이다. 우리가 서구에서 발생한 현대의학의 기준으로 환자를 판단하다 보면, 우리 나라만의 독특한 질병에 대해서는 특별한 진단도 치료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산후에 나타나는 독특한 증상의 하나인 산후풍, 손발이 화끈거리거나 시린 것 등은 한방에서는 효과가 적더라도 나름대로의 이론으로 정립되어 있지만, 많은 의사들은 이런 병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분명 몸과 병이 하나라면, 이런 불편을 보이는 환자들이 어떤 병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현대의학을 하는 입장에서는 우리가 진료하여야 할 환자의 불편을 해결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19세기 말 개화기의 외국 의사들이 본 한국의 의료수준은 주술, 미신 및 엉터리 치료가 난무하는, 그 당시의 서양의학에 비해 너무나 미개한 의학이었다고 한다. 그 후 100년이 지난 지금 현대의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지만, 한의학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이론적인 무장을 하면서 21세기를 버티려 하고 있다.



그나마 한의학은 1990년대에 들어서서 나온 신토불이란 이상한 용어와 함께 나타난 전통 복귀 운동과, 의료보험의 박리다매 시스템에 길들여진 의사들의 불친절과 오만에 식상한 환자들의 수요와 맞물려 현재의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그러나 한의학은 부정적인 단면을 많이 보이고 있다. 현대의학을 전공하는 의대 교수로써 느끼는 한의학의 문제점을 보면, 첫째 한방은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과거 자기 목숨을 잃더라도 비방(秘方)을 내놓지 않던 동양의 문화와, 이를 공개하여 공동의 이론을 넓혀가던 서양 문화의 차이를 감안하면 느낄 수 있지만, 어떤 좋은 진단 혹은 치료방법이 있다면 이를 객관화하고 효과를 입증하여 이를 널리 알리는 과정은 현대의학의 필수 과정인데 반해, 한의학은 수천년간 이를 숨기다 보니 발전이 없고, 객관화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서구인들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훨씬 앞서 한국에서 금속활자가 개발된 것을 알고 있는데,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보는 관점은 한국과 서구가 완전히 다르다. 한국인들은 이렇게 자랑스런 선조를 두었다는 자부심에 가슴 뿌듯하게 느끼며, 내가 자부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구인들은 금속활자라는 지식 공유 및 문화 발전의 결정적 기회를 이용하지 못하고 불경이나 몇 번 찍다가 버리는 동양의 방식과, 이를 잘 활용하여 엄청난 발전을 이루는 유럽식 방식의 차이가 현재 동서양의 격차를 만든 근본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방은 깊은 역사만 주장하지 말고, 보다 객관적인 방법으로 지식을 공유하는 자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이런 객관화의 부재는 한의학 자체에 있어서도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한의사들간의 의견도 일치되지 않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한 사람이 같은 증상으로 여러 한의원을 다녀도 서로 설명하는 병명과 처방이 다른 것은 21세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방은 개개인의 다른 점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보다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현대의학과는 바탕이 다를 수 있다지만, 이런 이유로 객관화되지 않은 의학을 많은 사람들에게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나는 한의학이 우리 나라의 우수한 전통의학이라고 보지만, 한의학이 21세기의 진정한 전통의학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진맥 및 체질 확인을 포함한 진단, 치료에 있어서의 제반사항들을 현대 과학에 맞게 객관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야하며, 이는 현대의학과의 접목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협이 제기한 한의사의 불법 의료행위는 초음파, 심전도, 근전도, 물리치료, 혈액 및 소변검사 등 현대 의료기기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진료하는 행위들로, 심지어는 레이저를 이용해 점을 뺀다고도 한다.



한의사의 이러한 의료행위 문제는 과거에도 여러 번 문제가 되었었지만, 최근 한의사회 측에서 현대 의료기기를 이용한 의료행위를 보험수가로 인정해 줄 것을 복지부에 요청하면서 현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한의사회의 요구에 복지부는 열악한 현 의료보험재정 상태를 이유로 난색을 표명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 뉴스를 보면서, 도대체 복지부와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의료에 관한 생각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참 막막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다른 영역의 무면허 진료에 대해 국민 건강을 담당하는 복지부에서 '돈이 없어서 안된다'고 대답하였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돈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현대의학의 다양한 진단기기를 사용하면서, 그 기기의 전문가인 진단방사선과 전문의에게 제대로 교육받지 않고, 기기 업자들에게 몇 시간 정도 간단히 배운 다음 독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는 아주 심각한 일이다. 현대의학에서 각종 검사기기를 사용하는 목적은 우리 몸 속의 병을 찾아내고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검사를 하여서 정상이라면 누가 보아도 정상이어야 하고, 이상이 있다면 다른 사람이 보아도 비슷한 이상 소견이 나와야 한다. 즉 진단에서의 객관화가 필수적인데, 의사들은 이런 객관화를 위해서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지속적인 교육을 받고 또 토론을 한다. 그러나 한의사들은 이런 객관화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서, 설사 공부를 한 사람이라도 한의사가 한 검사를 믿는 의사는 아무도 없다.



따라서 환자들은 한의사가 검사를 한 다음 의사 또 반복하여 검사를 하게 되므로 불필요한 의료자원의 낭비만 하게 된다.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요행히 무언가 발견하더라도 그 것을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피부병을 피부과 전문의가 본 것과 환자의 친구가 보는 것의 차이는 보는 것은 같지만 판단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 여기서도 같이 적용되리라 본다.


 
과거 의협통신망에서 많은 회원들이 한의사들의 영역침범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당시 많은 한의사들이 초음파로 볼 수 없는 위염이나 위암이라는 엉터리 진단을 하고 한약을 판다거나, 위암환자는 오히려 정상이라고 이야기하는 등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수준의 진료를 한다고 불평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아마도 그런 사이비 진료는 지금도 많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한의원에서 혈압을 잰 다음 고혈압이 있다고 한방 치료를 하여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나 혈당치를 재어서 당뇨가 있다고 한방의 소갈 치료를 하여 오히려 당뇨 합병증만 악화시키는 경우, 각종 암이나 다양한 질환을 보지만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서 환자에게 엄청난 재난을 가져다주는 등의, 차라리 검사를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보고 있다.


 
의료계의 이런 지적에 대해 한의사들은 "한의사는 한의대에서 현대의학을 배웠고 국민건강을 위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한의사들이 한의과대학에서 배우는 현대의학은 기초의학뿐이며, 기초의학 지식만 가지고 응용의학인 임상의학에 사용하는 것은 약사들의 임의조제나 불법 한약조제와 같은 수준의 무면허진료이다.



한의사들은 의사들이 양한방 의료를 일원화하자고 할 때는 양한방이 이론적 토대가 달라 서로 합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현대의학에서 사용되는 혈압계, 청진기, 혈액검사기, 초음파 및 X-선 검사 등을 사용하는 것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억지 논리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많은 한의사들이 매스컴에 나와서 병을 설명할 때, 의과대학 교과서를 인용하여 설명하다가 갑작스레 한의학으로 빠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설명을 하려면 의학-한의학이 통합된 다음 객관적인 무언가를 찾은 다음에 이야기해야지, 자신만의 독학에 의한 이상한 이론을 모든 국민들에게 선전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으며, 이런 것을 당연시하는 매스컴이나 국민들도 모두 마찬가지 수준일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은 치료에서도 나타난다. 일부 한의사들이 선전하는 한방 약침, 한방 치질치료 등은 무슨 약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은 비방(秘方)들이다. 새 천년을 맞은 지금 식약청조차 국민들에게 투여되는 한방 주사제가 어떤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을 OECD에 속하는 다른 국가 보건 관계자들이나 외국 기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려는지 궁금하다.



그 외 최근 언론에서 다루어진 바 있는 한방병원 응급실 진료도 마찬가지이다. 한의사들이 중풍이나 심근경색을 치료하면서 침이나 한약 등 자신들의 방법이 아닌 현대의학의 약품과 진단법으로 진료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며, 한편으로는 응급환자나 암 환자들이 적절하지 못한 한방진료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쳐 불구가 되거나 사망하는 현실도 안타깝다.


 
현대의학의 다양한 기기는 의학 교육과 수련을 받고 면허를 받은 의사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의사는 필요에 따라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 다른 의료인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런 기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진료하되, 진단기기의 사용대상과 결과 분석, 치료의 대상선정과 방법 등에 있어서 주된 역할을 하게 된다.



만약 이러한 의사의 역할을 의사 스스로 포기하고,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가 마음대로 사용을 해도 된다는 주장에 대해 침묵한다면, 나중에 약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이 이런 기계를 마음대로 쓰려고 할 때 반대할 명분조차 상실하게 된다. '면허'라는 것은 그 자체가 배타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며, 자격이 없는 사람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한의사라면 한의사답게 자기 영역에 맞는 진단과 처방을 해야 한다. 한의사들이 현대의학의 진단과 치료에 이용되는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므로 이를 적극 저지해야 함은 당연하며, 이를 방치한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의사면허를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행위라고 본다.

또, 실정법 위반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현대 의료기기의 이용에 지식과 기술이 없는 한의사들이 함부로 이를 사용한다면 국민 건강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한의사들이 현대의학의 다양한 기기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볼 때 한의사들 스스로 양한방 통합의 근거를 제공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고 보며, 이 기회에 양한방 통합의 의료일원화에 대한 보다 많은 논의가 있길 바란다.



과거 의협은 의료비의 이중낭비, 국민 고생과 혼란 및 비효과적인 치료를 지양하고, 공동 연구에 따른 생명공학 분야의 선도적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의료일원화를 주장하였으나, 한의사와 한의대생들의 집단 반대로 무산되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 대만, 한국에만 존재하는 한의사 제도에 따른 의료이원화는 의료의 발전이 아닌 의료비와 의료 연구 재원의 국가적 낭비만 가져오고 있다.



의료일원화는 한의사들이 주장하듯 한의학을 흡수통합 또는 말살하려는 것이 아니며, 지금 당장 모든 의사들이 약사들처럼 어느 날 갑자기 한약을 처방하겠다는 뜻도 아니다. 의사들은 학문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아니한 치료법은 함부로 시술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의학계는 한의학이 정치체제가 아닌 이상 의학적 방법론에 관한 논쟁을 마치 독립운동 하듯 서구문명과 동양문명의 일대 대결인양 오도할 필요는 없다. 학문과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 질병치료에 효과만 있다면 한의학이건 에스키모의학이건 무슨 구별이 필요한가? 문제는 누군가 빨리 나서서 한방치료의 진정한 유용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고, 만일 치료효과가 떨어지거나 불분명하다면 지체없이 공식적 의료 행위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우리민족의 문화유산인 한의학에서 현대의학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난치병들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방법들을 발견하고 이를 인류의 질병퇴치에 사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의학도의 본분이 아닐까?



의료의 이원-분리를 주장하는 한의사들이 현대의학의 진단이나 치료방법을 사용하려 안간힘 쓰는 것은 한의학의 부족분을 현대의학으로 메워 보려는 속셈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는 의사들도 많다.



특히 한의사들이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진단서와 의료보험 청구명세서에 기재하는 상병명 중 현대의학 병명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감안하면 더 그럴 것이다. 한의사들도 과거에 집착하여 음양오행의 사고에만 갇혀있지 말고, 발전하는 현대의학 및 과학의 도움을 통해 한의학의 과학성과 효율성을 객관화시켜 그 보편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의학의 이론체계가 다른 것은 좋지만, 한 사람의 몸에 한의학적인 병과 양의학적인 병이 공존할 수는 없다.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무리한 주장이지만, 신병불이(身病不二)이는 진리이다. 몸도 하나고 병도 하나인데 이를 해석하고 진료하는 의학이 두 개일 수는 없다.



한 사람의 동일한 병에 대해, 새천년을 맞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 다른 의사가 서로 다른 진료실에서 각기 다른 병명으로 다른 처방을 내리는 현 제도는 정상적일 수 없으므로, 양한방을 일원화해서 하나의 통일된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만약 한의학계가 과거와 같이 그 것을 거부한다면 그들 스스로가 의사로써의 책임을 지기 싫다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한의사의 자격을 일본이나 서구 선진국들과 같이 침구사 혹은 카이로프락터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가 의료일원화를 지금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그 통합은 우리 세대에 당장 이루기 힘들 것이고, 지금 이 기회에 통합에 대한 준비를 않는다면 한의학은 영원히 설 곳을 잃어버릴 것이다.


 
한의학이든 양의학이든 치료법의 효과와 안전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며, 단순히 지난 몇 천년간 사용해왔다는 말로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다.



한약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유럽에서 다이어트 제제로 사용하되가 다수의 신장암을 발생시켜 물의를 빚었던 마두령이나, 본인이 연구하였던 광독성의 예에서 보듯 상당수의 한약제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또한 현재 일부 한의사들이 수은이나 비소 등 부작용이 심각한 중금속을 사용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보다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이런 점들은 객관화되어야 하며, 정부가 이런 작업에 있어서의 주된 역할을 하여야 한다.



우리 의사들도 바꿀 점이 많다. 많은 동료들이 작년 의료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와의 괴리를 심하게 느꼈겠지만, 우리는 시급히 부당 담합이나 리베이트 등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 하며, 엘리트 대접을 받고 싶다고 권위주의적 자세로 군림하여서도 안된다. 권위는 우리가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겸손하게 열심히 일할 때 사회가 인정하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의사들은 환자들의 불편을 진지하게 듣고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의사를 찾는 많은 환자들이 의사들이 자신들의 증상에 무관심하다고 불평한다. 의사가 암이나 불치병만 치료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사가 자신의 병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체에 만족한다. 환자들의 불편이 있고 수요가 있다면,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여 이런 환자들의 불편을 정형화시켜 현대의학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일각에서는 의사들이 한방의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하고 있다. 뜸의 경우 금지 조항이 없는 관계로 약삭빠른 일부 의사들이 행하고 있고, 침을 놓는 의사도 있다.



우리가 법을 앞세우려면, 현행법에 침, 뜸은 한의사나 침구사만 할 수 있는 만큼, 의사로써 그런 치료를 할 분은 침구사 자격증을 따든지 아니면 침구사나 한의사와 협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객관적인 의학연구로 입증된 방법은 의사가 치료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외 대부분의 한약이 치료제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의학계에서 한약의 효과를 입증한다면 그 약제를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효과 입증이 어려운 경우는 양한방 협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21세기의 의료에서는 한약이나 건강식품, 양한방협진, 피부관리 등의 방법을 천시하기보다, 이를 객관화시키고 우리가 행하는 의학에 적절하게 잘 이용하여,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보다 큰 만족을 환자들에게 주는 진료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한의학계는 지금껏 있어왔던 부정적인 면을 없애야 한다. 일부 한의사들이 말기암 환자들에게 효과도 없는 약을 한 제에 몇천만원씩 받고 파는 것이나, 에이즈 치료, 성감별, 암치료 등 이상한 선전을 하여 스스로를 비하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 이런 사기행각에 놀아나서 치료 가능한 수많은 암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치면서 돈과 생명을 버리고 있고, 스테로이드 등의 양약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일부 한의사나 한약방에 의해 건강을 잃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제는 그러한 행동을 중지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한의사들도 이제는 현대의학의 보다 객관화된 방법과 도구를 사용하여야 하며, 꼭 필요한 현대의학은 정식으로 익혀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본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하였던 양한방 통합을 통한 의료일원화도 시급하다고 본다. 이 경우 의대 교과과정에서 기본적인 한의학 교육을 병행 실시하며,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인턴 과정을 마친 다음, 한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은 한방 전문의 교육을 받되, 한방 분과에 따라서 내과 혹은 신경과 등의 주치의 과정을 몇 달 거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경우 기존 한의사와 의사들은 기존의 면허만 인정하고, 원하는 경우 6개월 이상의 연수교육을 통한 실무교육과 시험을 통과한 경우에만 통합 면허를 인정하는 체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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