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역리와 순리
시론 역리와 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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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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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호(성애병원 기획실장)
아무리 세상이 요지경속이라고는 하지만 요즘처럼 나라가 정한 법을 따른다는 일에 대해 혼란과 회의를 느껴본 적은 일찍이 없었다. 자고 나면 바뀌는 의료법령에 적응하기가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정말 말도 안 되는 법을 만들어 놓고 무조건 따르라고만 하니 도대체 우리와 환자는 어쩌란 말인가. 이것은 순리를 거스르는 역리(逆理)이다.

7월에 들어서만 해도 의료계는 또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내용과 취지를 이해하고 준비할 겨를도 없이 다짜고짜 바꿔놓은 의료수가는 시행일 4일전에 각 병원에 전달이 되었고, 그 촉박함 속에서 병원은 물론 환자까지 홍역을 치렀다.

여태까지도 그랬거니와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부는 국민에게 인심을 후하게 쓰는 것처럼 수가개정을 홍보하였고, 반대로 의약분업 이후 어려워진 경영 때문에 수가인상을 요구한 우리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겉으로 번지르르해 보이는 이번 수가변경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 그것은 약사들의 저가약 대체조제를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이니 말이다.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약사가 대체 조제하면 그에 대한 성과를 인정한다는 내용과 그 구체적인 청구방법까지 명시되어 있다. 이것이 OECD 가맹국의 보건의료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가 머리를 짜서 만들어낸 정책이다.

어찌 선진국에서 이렇게 우스꽝스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 될 수 있는지 당혹스러움과 부끄러움에 한동안 생각이 정리가 되질 않았다. 모름지기 의사는 누구나 최선을 다하여 환자를 진찰하고 그에 가장 알맞은 처방을 내야 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주는 약은 아무렇게나 말 만 듣고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초등학생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것은 환자의 현 상태, 증세, 생활습성, 기왕력, 가족력 그리고 갖가지 필요한 검사결과를 토대로 처방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계열의 약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의 처방과는 다른 값싼 약으로 바꿔주어도 된다고 대체조제를 유도하는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한 대체조제가 얼마만큼 정부 재정에 도움이 될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것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는 명예를 걸고 정성을 다하여 환자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오랫동안 쌓아온 환자와 의사와의 두터운 신뢰관계가 의약분업 시행 이후 급속히 무너져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약사의 싼 약 대체는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분명히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이 장사 속으로 빠져들어 큰 잘못을 저질렀고, 그로 말미암아 전체 의사의 명예가 실추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의권을 침해하는 빌미가 될 수는 없다. 환자를 위해서 결코 의권을 짓밟아서는 안될 것이다. 의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환자에게 줄 수 있는 제일 좋은 것을 주어야한다.

바른 진료 그것만이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우리의 의무이자 보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갈팡질팡 방향을 잃고 떠다니는 보건정책을 바른 길로 들게 하여 마침내 참 의료가 정착될 수 있는 지름 길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투쟁과 시위로 매우 혼란해져 있다.

또한 불신이 만연해 서로가 서로를 믿고 따른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요즈음이다. 의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초리가 따뜻하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무척이나 고민스럽다.

정부가 내놓는 그 많은 건강보험 재정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계는 어지럽고 어렵다. 끊임없는 현장조사와 의료행위 적정성 심사, 처방약제에 대한 제재는 한동안 더욱 심해질 것이며 그에 따라 갈등도 심화될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단시일 내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수만은 없다. 우리의 지혜와 끈기와 정성 그리고 국민과의 유대와 환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주장과 요구사항이 결코 억지가 아니고 당위이자 순리(順理)임을 만천하에 알려야만 한다. 그것이 환자를 위한 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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