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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장경제원리에 철저히 충실해야

시론 시장경제원리에 철저히 충실해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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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동 교수(연세대 경영학)

1989년에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12년을 끌어온 '의료분쟁조정법'이 조속히 제정되어 의사와 현재의 환자 및 그 가족들, 그리고 잠재적인 환자인 전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덜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과거 여러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의료분쟁조정법의 제정이 실패한 것은 의료계, 법조계, 행정부 및 소비자 단체 등 여러 이해관련 집단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 토론자가 생각하는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과거의 '의료분쟁조정법안'들이 심각한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문제점이 많은 '의료분쟁조정법안'이 입법화되지 못한 것은 국민들과 의료계를 위하여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오늘 발표자가 제시한 '의료분쟁조정법 제정방향'은 과거 '법안'들의 문제점을 크게 개선한 획기적인 것이다. 본 토론자는 '제정방향'의 취지에 대부분 찬성의견을 표명하며, 부분적으로는 수정·보완할 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본 발제문은 '의료분쟁조정법안'과 관련된 거의 모든 주요 쟁점사항을 심도있게 다룬 훌륭한 보고서이다. 발제문 작성자의 노고를 치하한다.


본 토론자의 전공분야이어서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료배상책임보험에 관하여 먼저 비교적 자세히 언급하고, 다른 사항들에 대해서는 간략히 찬반의견을 제시하겠다.

과거의 의료분쟁조정법안에 대하여 본 토론자가 가장 비판적이었던 사항은 의료배상공제조합을 의료인단체 및 의료기관단체가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의사들은 공제조합에 강제가입 하도록 한 것이다. 즉, 과거의 법안은 의료배상공제사업에 있어서 '공급독점과 강제가입을 동시에 규정'한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국가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는 발제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보험(공제)의 공급자가 보험상품의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위하여 노력할 동기를 없애고 보험공급자로 하여금 보험소비자와 보상대상자에게 마음껏 횡포를 부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이다.

보험(공제)의 수요자인 의사들은 보험의 가격이나 품질(서비스)에 불만이 있더라도 '독점공급'이므로 다른 보험자를 선택할 수가 없고, 보험제도에 대한 불만이 극도에 달하여 차라리 무보험 상태로 있으면서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여도 법으로 '강제가입'을 규정하여 그것도 할 수 없다. 즉, 의사들은 자유가 전혀 없는 일종의 노예상태로 전락하는 것이다.

또한, 보상의 대상인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불친절하게 대하고, 보험금의 지급을 삭감 또는 지연하더라도 공제조합을 견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 견제 수단이라고 한다면 기껏해야 시위 또는 서명으로 대통령이나 장관 또는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적으로 압력을 가하거나 호소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제조합의 임직원들이 게으름을 피우거나 불공정한 행위를 하더라도 수입이 줄지 않고 견제조차 없다면 무엇 때문에 열심히 일하겠는가? 다른 말로 하면, 과거의 법안은 왕조시대에 왕이 공신이나 친족들에게 하사하던 이권사업과 같은 보험제도를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본 토론자는 의료배상보험제도에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하자는 발표자의 의견에 적극 찬성하는 바이다. 시장경제원리에 철저히 충실하려면 공급독점과 강제가입을 모두 금지하는 것이다. 만약,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공급독점 조항을 없애고 강제가입 조항을 존속시키는 것이다.


발제문은 올바른 선택을 하였다. 강제가입 규정은 조속한 시일 내에 의사들에게 안정된 진료환경을 제공하고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발제문에 언급되지 않았거나 분명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 몇 가지 지적할 점이 있다.

첫째, 강제가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강제가입 하도록 규정한 책임보험 부분을 가급적 줄여야 한다. 즉, 보상한도를 낮게 하고 보상 범위를 좁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의가입 부분에 가급적 큰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 즉, 보험료, 보상조건, 보상범위, 서비스 등에 대하여 여러 보험공급자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둘째, 보험공급자의 자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특정 지역의 의사들이 주도하여 설립한 수많은 단종보험회사들이 의료배상보험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위험도가 낮은 우수 의사들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다. 법안에 의료배상보험 공급자의 자격을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셋째, 의료배상보험료의 궁극적 부담자에 관한 것이다.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상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데 따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료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원가에 포함되어 소비자에게 부담시킨다(조세귀착이론). 이 이론에 의하면 보험료는 수요와 공급의 탄력성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수요자와 공급자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결과가 된다.

즉, 의료배상책임 보험료는 진료과목별로 차등을 두어 의료수가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항은 의료분쟁조정법에 포함될 사항이 아니라 건강보험과 관련된 법 또는 시행령에 포함되어야할 사항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가격이 시장가격이 아니라 규제가격이어서 이러한 규정이 필요한 것이다.

본 토론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평균적인 의사가 진료과목별 평균 의료배상보험료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전받도록 의료수가를 상향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보다 정확한 의료수가 반영 정도를 결정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무과실보상제도의 도입에 대하여 보상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보상규모를 최소화한다는 조건하에서 발제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가해자의 과실을 밝히지 못하는 의료사고로 인하여 입은 피해는 피해자 본인의 과실 또는 불운에 의한 피해와 같이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부담하거나 피해자 본인이 가입한 보험을 통하여 보상받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원칙이다.

단, 피해자가 보험가입 또는 피해를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국가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하여 구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산업이 국가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국가가 재원을 담당하는 제한적인 무과실보상제도를 찬성하는 것이다.

의료분쟁 조정위원회, 조정절차 및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운영체제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다음 사항을 제외하고는 발제문의 의견에 동의한다.

발제문에 의하면 정부가 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정부가 위원회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행사한다고 하는데, 정부의 지도,감독권은 위원회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해치지 않도록 최소화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하여 위원회의 운영비를 환자(국민건강보험공단)와 의사(의료배상보험 공급자) 등 위원회의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는 자가 부담하도록 하여야 한다.

조정절차에 대하여 발제문의 견해에 찬동하는 바이다. 특히 과거 법안의 강제적 조정전치주의를 폐지하고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도입한 것은 매우 잘된 일이다.


형사처벌 특례 인정에 대해서도 발제문의 의견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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