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에 현재까지 갖은 곡절을 겪으면서 왜곡되어가고 있는 의약분업 시행을 보면서 현실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제도는 아무리 명분이나 이상이 좋더라도 그 실행에 많은 후유증이 나타난다는 것을 절감하고있다.
최근 입법 예고된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및 품질관리 규칙'을 둘러싼 방사선의학회와 외과계열 학회간의 내홍과 의협의 중재과정을 보면서 향후 수면위로 부상할 의-의 분업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사실 의사는 의료행위로 인정되는 모든 진료와 의료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 함은 오래된 의료법상의 규정일 뿐이다. 최근 십 수년간 의료장비의 발달과 학문의 진보는 오래된 의료법규 하나만으로는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필자는 의원을 개설하고 있지만 임산부를 진료하지는 않는다. 왜? 의료법 상에는 저촉되지 않지만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또, 진료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의료장비나 신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수련 과정에 없었던 신의료기술과 장비에 대한 사용법을 열심히 공부하고 익혀서 사용하면 안되는가?
여기에 해답을 내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다만, 자신의 부모, 형제,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한테도 주저없이 진료에 임할 수 있는 정도라면 어떨까?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신의료기술과 의료장비 등을 오래된 잣대에 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 전문과 간, 각 이해집단 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 진정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가로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행하는데 의료인 모두의 역량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된 의약분업의 폐해에 의사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보면서, 향후 의-의 분업에서 똑 같은 전철을 밟는다면 그 책임에서 이제는 의료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