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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02년 대법원 판결 경향

시론 2002년 대법원 판결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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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2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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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균 변호사(법무법인 한강)

Ⅰ. 2002 대법원 판결 경향

① 약사의 설명의무 ② 피해자의 기왕증이 있는 경우 ③ 설명의무위반이 문제되지 않는 경우 ④ 오른쪽 눈 안에 이물질이 들어간 환자를 치료하는 중에 의료과실을 한 경우 ⑤ 고혈압환자에 대한 척추관협착증 수술 전에 혈압을 확인했으나 뇌경색이 발생한 경우 ⑥ 한방병원의 의료과실 ⑦ 정신병환자의 두부 외상 후 치매증상 ⑧ 성형수술상의 의료과실 등이 의료사고에 관한 2002년 대법원 판결이다.

기존의 입장을 변경한 판결은 없었지만 약사, 한방병원, 성형수술 등 새로운 영역에서 앞으로의 대법원 입장을 감지할 수 있는 판결이 선고된 한 해였다.

 

Ⅱ. 구체적인 사례

1. 약사의 무면허의료행위와 설명의무약사는 망인이 약국을 방문했을 때, 종업원을 시켜 문진 카드에 증상을 체크하게 한 뒤 감기라고 판단하고 소염진통제인 이부프로펜과 피록시캄이 함유된 감기약을 조제해 주었다.

그런데 이 감기약을 복용한 망인은 열, 전신발작, 경막출혈, 인두 편두부궤양 등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약물중독에 의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으로 끝내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이다. 부검소견상 망인에게 약물중독을 일으킨 약물은 피록시캄, 이부프로펜으로 추정된다고 감정되었다.

고등법원은 약사가 문진 및 조제 등의 무면허의료행위를 하면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배상책임을 진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사에게 예후 관찰 또는 전원처치의 주의의무가 없으므로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하였다. 약사가 무면허의료행위를 해도 그 자체가 의료상의 주의의무위반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한 판결이다.

2. 기왕증이 있는 환자가 의료사고를 당한 경우 환자는 좌측 고관절의 대퇴골두와 비구가 모두 심하게 변형되어 있고, 골반의 좌측반과 대퇴골이 성장되지 않고 비대칭적으로 작아 운동기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고관절 전치환술을 시술받았다.

그런데 환자는 수술 다음날부터 수술부위에 통증을 호소하였고, 38도 의 발열이 발생, 소멸을 반복하였으며, 끝내 인공관절 부분인 좌측 고관절에 화농성 골관절염(만성)이 발생하여 인공고관절 제거술을 시술받았다. 그 결과 기존의 장애 이외에 고관절의 가관절 상태, 좌대퇴골 단축의 장애에 이르게 된 사건이다.

고등법원은 신경외과 의사가 환자의 골발육이 불충분하여 대퇴골의 굵기가 가는데도 불구하고, 대퇴골 골수강 확장을 지나치게 시행하였거나 고관절 주위의 연부조직 구축을 충분히 풀어주지 아니한 상태에서 인공관절을 정복하려고 하여 환자의 좌측 대퇴골간부 골절을 일으키게 하고, 수술 준비 및 시행 과정 또는 수술 후 환부처치 과정에서 세균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소홀히 함으로써 수술부위에 세균이 침투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나아가 환자가 수술 뒤에 통증을 호소하고 발열상태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확인 및 치료를 소홀히 한 잘못으로 인하여 초래된 것으로 판단하고 환자가 입은 노동능력상실률 49.6%에 따른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손해의 공평부담이나 형평의 원칙상 수술 전 환자의 신체적인 소인과 기왕증 등을 담당의사의 책임 제한사유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의사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취지를 일응 인정하면서도 기왕증이 후유증에 기여한 정도 및 환자의 후유증이 개선·가능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전혀 심리·확정하지 않은 미진함이 있다고 판시했다. 의사의 주의의무 기준은 규범적 평가선상의 실천적 임상의학 수준에 의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도 함께 밝혔다.

3. 설명의무위반이 문제되지 않은 경우 환자는 병원에서 윌슨씨병으로 치료받았는데 의사의 처방을 무시하여 약을 복용하지 않고 지정된 날짜에 진료를 받지 않아서 증세를 악화시키는 등 효과적으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병원측은 환자에게 치료과정과 디-페니실라민의 투약에 관하여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고등법원은 윌슨씨병 치료제인 디-페니실라민의 부작용으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볼 수 없고, 또 병원측이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잘못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투약으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 스스로의 결정이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일 때에는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지 않으므로 병원측의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

의사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중요한 사항을 설명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하지만,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투약으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 스스로의 결정이 관련되지 않은 사항에 관한 것일 때에는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지 않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4. 오른쪽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사고와 의료과실이 경합한 경우환자는 우안에 이물질이 각막, 수정체, 초자체를 통과하여 수정체 후낭에 박힌 사고로 거대 열공성 망막박리와 증식성 유리체 망막병증 등 합병증으로 인하여 시력이 안전수지 10cm로 거의 완전히 상실된 상태가 되었다.

고등법원은 병원측이 환자에 대한 진단 및 치료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우안에 잔존하는 이물을 발견·제거하지 못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과실이 환자에게 그 후 발병된 거대 열공성 망막박리와 증식성 유리체 망막병증 등 합병증과 시력상실의 주요원인이 되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 사고가 환자의 후유장애에 기여한 비율을 70% 정도로 보아서 병원측의 책임비율을 30%로 한정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판단을 수긍했다.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견지에서 타당한 판시라고 볼 수 있다.

5. 고혈압환자의 척추관협착증 수술 전에 혈압을 확인했음에도 뇌경색이 발생한 경우병원측은 감압추궁절제술 등을 시술하기로 결정하고, 마취과에 환자의 고혈압증세에 관한 협의진료를 의뢰했는데, 마취과 의사로부터 별다른 수술상의 문제점은 없으나 수술 당일 아침 혈압이 160/110mmHg 이상이면 수술을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당일 2시간 간격으로 3차례 환자의 혈압을 측정한 결과 모두 160/110mmHg 이상으로 측정되어 당연히 수술을 연기해야 할 정도였는데도 병원측은 전신마취 수술을 시행해서 환자는 수술 후 제대로 의식이 돌아오지 못했고, 현재 경직성 우측 편마비, 구음장애의 신체장해가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비록 고혈압 병력을 가진 환자이지만 입원일부터 수술 직전까지 마취과 의사와의 협의진료를 통하여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것을 확인하고 수술을 시행했으므로 수술상의 과실로 인해서 뇌경색이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6. 한방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망인은 경부통증 및 좌상지 소력감과 오한으로 한방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한의사는 망인의 병명을 경추디스크 및 근육통으로 추정 진단하고 치료를 했다. 그러나 망인의 호흡곤란, 발열, 전신 발진 등은 계속됐고 결국 대학병원에서 X-ray 촬영 결과 좌측 폐상부에 폐렴을 발견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원인균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망인은 패혈증 쇼크로 사망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한방병원의 의사는 망인의 증세가 목디스크와는 무관하므로 곧바로 단독(폐렴)이나 패혈증 등 다른 발병을 의심하고 양방협진을 통하여 광범위 항생제의 투여 등 그에 따른 적절한 처치를 시작하거나 그러한 처치가 가능한 종합병원으로 신속히 전원시킴으로써 폐렴의 악화로 인한 패혈증 쇼크라는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최선의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패혈증의 가능성에 대한 진단을 적기에 하지 못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처치를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결국 이 사건은 고등법원으로 환송돼서 조정절차로 합의됐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사건이 조정절차로 종결되는 것은 최근의 경향이기도 하다.

7. 정신병환자가 두부 외상 후 치매증상을 보인 사건환자는 정신과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던 중 여러 차례 넘어져서 복도벽과 바닥 등에 머리를 부딪치다가 두부외상을 입고 현재 치매증상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치매는 상당히 많은 원인에 의한 광범위한 병변의 행동적 표현으로서 비교적 전체적인 인식기능의 손상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치매가 발생하려면 뇌질환 등에 의하여 광범위한 뇌의 손상이나 기능장애가 생겨야 한다는 점, 환자가 약 7년 전부터 치매를 의심케하는 기질적 정신장애를 보여 왔다는 점을 중시해서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8. 성형수술상의 의료과실 성형외과 의사는 미인대회에 출전하고자 하는 환자의 턱과 이마 부위에 실리콘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과 눈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환자가 재수술을 요구해서 쌍꺼풀의 크기를 약간 줄이고 이마와 턱에 넣었던 보형물의 크기를 보다 얇은 것으로 교체하는 추가교정수술을 했다.

그런데 턱 부위에 삽입된 실리콘이 대각선으로 이동하기 시작해서 마침내 실리콘 보형물이 입안 내로 일부 돌출되었고, 실리콘을 삽입하면서 머리 부위에 생긴 5cm의 반흔에 부분적으로 머리털이 재생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성형수술행위도 질병의 치료행위 범주에 속하는 의료행위이므로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시함으로써 의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후유증·부작용 등의 위험발생 가능성이 희소한 경우라도 의사의 설명의무는 면제되지 않는다는 점, 성형수술행위도 질병의 치료행위 범주에 속하는 의료행위라는 점을 밝힌 판결이다.

 

Ⅲ. 결론의료소송에서 특이한 판결이 선고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사의 주의의무에 관한 기존의 의료수준 개념을 공고히 하고 약사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 한방병원과 성형의사도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점, 그리고 조정절차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추세에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판결이 선고된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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