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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장려금 준다고 출산율 늘까?
시론 장려금 준다고 출산율 늘까?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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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실(서울 박양실 산부인과의원)
최근 복지부에서는 출산장려를 위해서 둘째 아이를 순산하면 분만비를 감면해 주고, 셋째 아이를 순산하면 분만비의 본인부담금 전액을 감면 할 것이라고 한다.


불과 20 여년 전 가족계획, 출산제한을 위해서 셋째 아이부터는 의료보험 혜택을 제한한 바 있는데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분만을 한 산모에게는 장려금도 주고 어린이 놀이방을 무료로 해서 일하는 주부를 위해서 돌보아 준다고 한다. 또한 세명 이상의 아이를 낳을 경우 취업과 승진에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의심스럽다.


우리 나라의 출산율은 2000년도에도 1.47이었는데 2003년도에는 1.17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이렇게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구조와 국민의 의식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급격하게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문화생활에 맛들고 길들이게 되었다. 문화생활을 하는데는 돈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는 오르고 취업은 어렵고 실업자가 사상 최고라고 한다. 가장 혼자 벌어서는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가 없어졌다.


아무리 아파트를 많이 짓어도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러니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고, 여성들이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하다보니 아이 양육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었다.


고학력의 여성들이 전문성이나 자기의 능력을 계발하고 일에 열중하다보니 결혼도 늦어지고 아이를 낳기도 주저한다.2003년도 우리 나라 산모들의 나이를 보면 30~34세가 49.2%로 절반을 차지한다. 그나마 한명으로 만족하는 부부가 많아졌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는 첫아이를 25세 전에 낳는 것이 가장 적당하고 또 둘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는 생각이 다르다. 결혼 전에 아이를 안 낳기로 약속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즉, 아이는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는 사고가 팽배해졌다. 부부가 풍요롭게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즐기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아이의 출생률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평균수명은 점차 길어져서 사회가 어느덧 노령사회로 바뀌었다. 농촌에서는 아이들 웃음이 사라지고, 힘없고 병약한 노인들만이 농사와 텃밭을 가꾸고 있다. 노인들은 노동력이 없고 의료비는 계속 늘어나서 국민 건강보험료를 바닥내고 있다. 반면에 일을 해서 경제활동을 할 젊은이는 점차 줄고 있다.


인구의 분포가 이렇게 됐으니 고아원 대신에 양로원을 운영하는 실버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생산공장에서는 기술자를 못 구해서 외국 노동자를 수입해서 일을 한다. 출산저하로 인한 인구 분포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개원가 특히 산부인과와 소아과는 개점 휴업 상태이다. 환자가 없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적인 불황도 한몫을 하고 있다.대학병원에서도 분만병동을 줄이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나오는 젊은 의사들은 어디서 수련을 받아서 전문의가 될까.


출산을 기피하는 큰 이유는 아이의 양육도 문제이지만 교육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분만 장려금 얼마 준다고 출산율이 늘 것 같지는 않다. 마음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탁아소, 특히 직장 탁아소를 대폭 증설하여 아이를 맡기고 수유도 하면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서 사교육비가 필요 없고 공교육만으로도 가고싶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야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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