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의대회 이모저모
의사결의대회 이모저모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0.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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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연세대 안으로 들어온 의사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참의료를 위한 약사법 개정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는 동안 경찰의 저지로 미처 교내로 들어오지 못한 참가자들이 밖에서 집회 구호등을 따라 부르며 합세하고 있다.

정부 탄압 맞서 항전

12일 연세대학교에서 치러진 `의료계 탄압 분쇄와 전면폐업 선포대회'는 전공의와 전임의, 그리고 의대생들이 의료계 투쟁의 선봉에 서 있음을 확인해주는 자리였다. 경찰의 불법적인 집회 봉쇄를 뚫고 모인 수천명의 회원들은 정부의 탄압에 맞서 `결사 항전'할 것을 다짐했다.

○…평화적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온갖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 집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발악하는 모습이 역력.

애초 대회 장소였던 중앙대학교는 이미 전날 저녁부터 경찰이 모든 출구를 봉쇄했으며, 대회 당일 오후 6시경에는 교문앞에 운집해 있던 수백여명의 참가자들에게 곤봉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

지방서부터 경찰 원천 봉쇄

이 과정에서 전공의로 보이는 2명이 전경들에 애워싸여 무참히 구타당하기도. 지방 참가자들도 경찰의 저지에 막혀 단체 상경을 포기하고 개별적으로 서울로 이동. 대구시의사회는 2,500명의 회원이 버스 59대에 나눠타고 대회에 참가하려 했으나 경찰이 버스 앞을 가로막고 출발을 저지했으며,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는 경찰이 정문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버스 운전사를 전부 데려가는 어이없는 작태를 보이기도.

○…지도부는 중대 집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장소를 연세대로 옮겨 대회 강행을 결정.

중앙대서 연대로 옮겨 강행

이미 연세대학교 주변에는 전투경찰 21개 중대가 집결, 정문과 주변 출입구를 철저히 봉쇄. 경찰은 또 교내 진입을 막기위해 학교 근처로 들어오는 버스 노선을 폐쇄하고 연대앞 지하철역에는 전철을 정차시키지 않고 통과시키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회 무산에 혈안이 된 모습.

그러나 교내에는 경찰의 봉쇄를 뚫고 들어온 전공의 등 1만여명이 대오를 이루고 있었으며, 교문 밖에도 수천명의 참가자들이 인도를 가득 메운채 교내 진입을 시도.

실신 의대생 경찰버스 연행

오후 6시경 정문에서 대회 참가자와 전경 사이의 대규모 충돌 발생. 한림대학교 학생·전공의 60명등 1백여명의 사수대를 앞세운 시위 대열이 정문 돌파를 시도, 전경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전경이 방패와 곤봉으로 비무장 시위대를 무차별 가격, 10여명이 큰 부상을 입고 응급실로 후송.

경찰은 실신한채 교문앞에 쓰러져 있는 한양대학교 본과 1학년 박혜민군을 응급 치료는 고사하고 경찰차 내로 끌고 들어가 조서를 꾸미게 하는 반인륜적인 행동을 보여 목격자들이 치를 떨기도.

○…오후 6시30분 교문을 사이에 두고 전경과 대치한 상태에서 대회 시작. 교문 밖에 운집한 수천명의 참가자들도 함께 `약사법 개정 없는 파업 철회 반대한다'등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참여. 행사 진행을 맡은 박대홍(대구파티마병원)·김두한(순천향대병원)전공의는 호소력있는 목소리와 몸짓으로 좌중을 앞도하기도.

교과서적 진료 환경 쟁취”

전임의 대표는 “교과서적 진료가 가능한 의료환경을 반드시 쟁취하자”고 역설. 의대생 대표도 “척박한 의료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절대 강의실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

대한전공의협의회 김명일 위원장의 친형이 나와 “내 동생은 참의료 실현을 위해 가족을 포기했다”며 “의사들이 참 진료권, 참 의약분업을 위해 싸우고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하자 우뢰같은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이어 경찰의 저지로 출발하지 못한 신현우 울산광역시의사회장을 대신해 한 회원이 연대사를 낭독, “우리는 정부의 길들여진 순한 양이 아니다. 사법처리 등 어떠한 탄압도 두렵지 않다. 승리의 그날까지 힘차게 전진하자”고 호소.

병원의사협회 주신구 회장도 “의사가 중심돼는 의료개혁을 이룰 것”이라며 결사 투쟁을 다짐. 구속 수감중인 김재정 의협 회장의 부인이 삼엄한 경계를 뚫고 대회장에 입장했다는 사회자의 소개에 참가자 전원이 기립, `동지가'를 부르며 열렬히 환영. 김회장 부인은 “남편의 외로운 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워달라”고 당부.

○…오후 9시, 조선대학교병원 소속 160명의 전공의가 교내 진입에 성공, “산넘어 오느라 좀 늦었다”는 조선대병원전공의협의회 홍보국장의 인사에 참가자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뻐하는 표정.

미래없는 현실 의대생 포기

의대생 자주투쟁 결의식이 9시 20분부터 거행. 참의료실현을위한전국의과대학의약분업비상대책위원회 조성윤(동아의대 본과 3년) 부위원장이 자퇴결의 성명을 낭독,

“정부는 의사 등 전문가집단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채 의약분업을 강행하고 협상의 주체를 구속하고서 대화를 하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똑똑히 지켜 보았다”며 “이러한 상황을 청년 학생의 양심에 비추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의료환경에서 의대생이기를 포기하기로 결의한다”고 역설.

이어 정영수 비대위 위원장은 투쟁 결의문에서 “배운대로 진료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라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가?”라며 정부에 물은 후, “참의료 실현을 위한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정부는 한국의 의학도 전부를 잃게 될 것이며 크나 큰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

신상진위원장 육성녹음 발표

○…오후 10시. 주위는 칠흙같은 어둠에 쌓였지만 대회 열기는 더욱 고조. 교문 밖 참가자들도 함께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끝까지 참여.

이윽고 수배중인 신상진 의쟁투 위원장의 육성 녹음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자 참가자들의 열화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와. 신 위원장은 “의료정책에 대한 정부의 무능과, 잘못된 의약분업이 국민건강을 망친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며 “진료권이 보장되고 교과서적 진료를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는 결코 만족할 수 없다. 의권 수호의 종을 전국에 울려 퍼지게 하자. 7만 의사 모두가 투옥돼 우리나라 감옥에 의사들이 넘쳐나게 하자”고 강한 어조로 연설.

위원장은 또 “앞장서서 탄압받고 있는 의사회 지도부를 격려하고 위로하자. 위대한 단결로 확실한 승리를 쟁취하자”고 외치자 교내외는 떠나갈 듯한 함성과 박수가 끝없이 이어지기도. 대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한 개원의는 “꺼져가는 투쟁 불씨를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살렸다”며 결의를 새롭게 다지는 표정.

○…한편 경찰은 이번 대회를 막기 위해 서울시경 소속 시위 전담 전투경찰 부대를 동원했으며, 대구·부산 등 지방 경찰 소속 부대도 중앙대와 연세대에 집결시킨 것으로 알려져 한 전공의는 “정부가 이토록 강경하게 대처한 것은 그만큼 위기 의식을 느껴서가 아니겠는가”라며 “정부의 탄압이 높아질 수록 우리의 승리는 더욱 가까워 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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