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우리 의사부터 건강 챙겨야죠..."
"우리 의사부터 건강 챙겨야죠..."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03.21 11:0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극권 사범 최환석 교수

  비행기를 타면 비상시 행동에 대한 안내 멘트가 나온다. 산소마스크 사용은 자신이 먼저 하고, 옆 사람은 나중에 해주라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의사들은 환자를 위한다고 늘상 말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을 위해선 뭘 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대답이 시원찮다. 가톨릭대 최환석 교수(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건강증진센터 소장)는 "선생님들 자신 먼저 건강을 챙기고, 환자들을 챙기세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태극권이 뭘까? 혹자는 이름이 비슷한 태권도와의 연관성을 찾을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무 상관 없다. 외국에 가면 중국인들이 공원에서 느린 동작으로 하는 게 태극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해외 학회에 갈 때 10시간 가량 비행기를 타고 다시 갈아타야 할 때 공항 으슥한 곳(?)에 가서 태극권으로 몸을 릴렉스한다는 최 교수. 그의 태극권 사랑을 들어봤다.

  - 태극권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1992년부터 했으니 10년이 넘었다.평소 중국 무협영화를 즐기고 동경했다.한 중년의 남자를 진료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할 것을 권유한 적이 있었다.그랬더니 자신은 날마다 1시간 정도 운동을 하므로 충분하다고 환자는 대답했다.나는 당시 느릿느릿 움직이는 태극권이 운동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래서 조깅을 추가하라고 말했다.하지만 이 환자를 치료하면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급기야 정식으로 태극권을 수련하도록 전도되기에 이르렀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환자가 내게 권한 것은 '태극기공'으로 '태극권'과는 약간 다르다.태극기공의 상급과정에서 태극권을 하는 것을 보게 됐다. 발레보다 동작이 예쁘고 아름다웠다.나와 태극권의 첫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그 후 태극권 사범 자격을 취득했다.

사실 내가 태극권을 한 것은 펠로우로 일하면서 힘들었던 몸을 위해서였다.그리고 전공분야인 스트레스에 대한 관심도 한몫 했다."

- 태극권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다.소개 좀 해달라.

"기원은 300여년 전 중국 명나라 말 또는 청나라 초다.태극권은 무술로서 시작했다.그리고 진가, 양가, 손가, 무가 태극권 등으로 발전하게 됐다.지금도 태극권을 무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대의 태극권은 건강 위주의 수련에 중점을 둔다.태극권을 통해서 활력을 찾고 심각한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줄이는 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태극권은 이완된 부드럽고 우아한 움직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원래의 태극권 동작은 배우기가 어려웠다.그래서 1956년 중국에서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쉬운 태극권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중국 국가체육위원회는 기존의 양가태극권 108식에서 중요한 20개 동작을 재구성하여 간화태극권 24식을 제정해 보급했다.

중국인들이 외국으로 가서 태극권을 하니까 서양 사람들은 태극권을 하면 오래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태극권은 급이나 단이 없다.대련도 없으며 혼자 수련하는 것이다."

- 호주에서 1년간 태극권 연구를 주관했는데.

"호주 국립노화연구소에 갔다.내가 가정의학과 의사이고, 태극권 인스트럭터라고 했더니 연구소 소장에게서 초청 메일이 다음날 왔다. 1달 만에 급히 준비해서 갔다.호주에서는 자원한 노인들에게 간화 태극권 24식을 가르쳤다.84세의 한 할머니는 양쪽 무릅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는데도 따라해서 모두들 깜짝 놀랐다.다른 할머니도 태극권을 배운 지 2주만에 숙면을 취하게 됐다며 선물을 사오기도 했다.

호주의 한 의과대학장이 학회에 와서 나에게 너무 궁금하다며 태극권의 철학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태극권의 기본철학은 동양의 음양오행이론을 근거로 한다.그렇지만 현대 의학을 하는 의사인 나는 태극권은 '아주 좋은 이완운동'이라고 했다.태극권 수련은 스트레스에 기인한 각종 만성 질환이나 증상에 효과가 있다."

- 의사들 대상으로 태극권 연수를 실시한다고 들었다.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18명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중이다.2개월 과정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9시까지 영등포 문화원에서 하고 있다.이 시간은 의료인이 아니면 접수를 안 받는다.한국태극권협회 박태수 이사장과 내가 가르치고 있다.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있다.의사들 대상의 태극권 수련은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이며 다음부터는 3개월 과정으로 하려고 한다.수련비는 매달 15만원이다. 참가하고 싶은 분은 메일(fmchs@catholic.ac.kr)이나 전화(031-820-3180)를 주시라."

- 태극권을 하면 좋은 점이 뭔가.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노인 인구의 증가로 만성 질환에 대한 과중한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선진국들은 '보완대체의학'으로서의 태극권 수련으로 건강을 향상시켜 질병과 관련된 경비를 감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최근 태극권을 지속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증명하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강직성 척추염, 관절염 환자에 대한 효과가 발표되었고, 심·폐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뿐만 아니라 긴장도, 우울감, 피로감 및 불안감이 감소되는 추가적인 결과도 발견됐다.앞으로는 추운 곳에 가면 손이 파랗거나 하얗게 변하는 레이노병 환자들에 대해 태극권을 적용해 볼까 생각중이다."

최 교수는 1998년부터 한국태극권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또한 2001년부터 가톨릭방송인 PBC 라디오(FM 105.3 MHz)에서 오후 4~5시에 방송되는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세요' 프로그램의 매주 화요일 코너인 '건강상담'에 격주로 출연하고 있다.지난 2001년엔 EBS 문화센터에서 태극권에 대해 강의한 내용이 5일간 방영됐다.태극권과 관련해 '보완대체의학으로서의 태극권' '태극권 수련효과에 대한 연구 현황' 등 몇 편의 논문도 썼다.

최 교수는 "지난날을 돌이켜볼 때 태극권이 없었다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그는 "태극권 수련으로 의사 자신의 건강증진을 도모할 뿐 아니라 환자들과 어울려 함께 태극권을 수련할 수 있다면 더욱 보람 있는 진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