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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77세...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77세...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5.03.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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喜壽에도 수술집도하는 김영용 박사

  77세. 남들 같으면 일찌감치 현역에서 은퇴했을 나이지만 영롱(玲瓏) 김영용 박사(인제대 명예교수)는 하루라도 수술실에 들어가지 않으면 몸살이 난다고 했다.
  "아직도 대 여섯 시간은 까딱 없어요. 어제도 두 건이나 수술을 했는데…."
  다른 과에 비해 힘들어 수술장 정년을 일찍 맞는다는 정형외과라지만 김 박사 앞에서는 해당사항이 없다. 열 서너 살 정도 나이를 감춘다고 해도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특별히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도 있으세요?"
  기자의 질문에 김 박사는 "적당히 먹고, 열심히 뺀다"고 했다.
  간혹 거나한 술자리에 푸짐한 안주의 유혹에 넘어갔더라도 김 박사는 어김없이 헬스클럽을 찾는다. 먹은 만큼 뺌으로써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김 박사의 건강비결 중 첫 번째. 그리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나오더라도 많은 양을 먹지 않는 것이 두 번째 건강비결. 세 번째는 와인이다. 저녁 회식자리라도 있는 날이면 와인 몇 병 챙기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모처럼 점심을 함께한 김 박사는 "오후에 수술 스케줄이 잡혀있다"며 성큼성큼 병원으로 향했다.

■ 하루라도 쉬면 몸살…몸도 마음도 청년

김 박사는 지난해 9월 혈혈단신 이탈리아 로마로 날아가 국제인공관절기술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Technology in Arthroplasty, ISTA)를 서울로 유치하는데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ISTA는 정형외과 의사 뿐 아니라 인공관절 제조업체ㆍ기초과학자 등이 한데 모여 관절 대체분야의 학문적 진전은 물론 정형외과 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조직이다.

"당초 2008년 대회는 이미 2003년 이사회에서 노르웨이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었는데 다행히 노르웨이 대표단이 흔쾌히 양보를 해 줬습니다. 한국의 인공관절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이사들에게 설명을 했는데 그 점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ISTA 이사회는 2008년 학회 대회장에 김 박사를 위촉하고, 대회 조직위원회 구성을 일임했다.

정형외과학계에서 내로라 하는 세계 각국 ISTA 이사들이 한 발 물러나 2008년 대회를 한국에 양보한 이면에는 국제고관절학회(IHS) 정회원인 김 박사의 명성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HS는 전세계 고관절 분야 학자 가운데 불과 50명 내외의 권위자에게만 정회원의 자리를 허락해 왔다. 김 박사는 1992년 정회원에 추천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유명철ㆍ최일용 교수가 2000년에 추천장을 받았다. IHS 정회원은 일본 2명, 중국 1명 등 동양권을 통틀어 6명에 불과하다.

김 박사는 "ISTA 서울대회가 열리는 2008년은 대한의사협회 탄생 1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라며 "개인적으로 ISTA 서울대회를 의협 100주년 기념사업과 연계해 개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2008년 ISTA 서울대회 유치 성공

김 박사는 임상진료 뿐 만 아니라 정형외과용 장비개발에도 앞장서 왔다. 최근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윤용산 교수팀과 손잡고 '최소침습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을 위한 비구컵 방향 안내기'를 개발하는데 매달려 왔다.

"비구부에 삽입하는 인공관절은 삽입 위치와 각도에 따라 인공관절 자체의 수명에 영향을 줍니다. 아울러 수술 후에는 환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와 각도를 산출해야 합니다."

김 박사는 "정확한 비구컵의 위치와 각도를 산출하기 위해 상용화된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는데 CT를 비롯해 고가의 3차원 광학식 측정 장치를 이용해야 하고, 시스템의 부피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T 촬영이 필요없는 비구컵 방향 지시기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네비게이션과 최소침습수술의 접목은 인공고관절전치환술의 안전성을 높여주고 작은 절개를 통해서도 환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 주는데 있다.

김ㆍ윤 교수팀은 상용화된 고가의 광학식 시스템에 뒤떨어지지 않는 한국형 인공고관절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수술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김 박사는 KAIST(고병훈ㆍ윤용산ㆍ박석훈)ㆍ성열보(인제대 상계백병원 정형외과)ㆍ황득수(충남대병원 정형외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시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지난해 ISTA에서 발표했다.  

■ 인공고관절 네비게이션 국산화

김 박사는 지난 설 연휴 기간에 가족들과의 화목한 시간을 뒤로한 채 일본 오사까에 위치한 오니시 히로노부기념병원을 방문했다. 김 박사는 국제고관절학회 정회원에 오니시 박사를 추천한 일을 계기로 30년 동안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새로운 술기를 배우고자 일본을 방문했다"는 김 박사는 "배움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며 "조만간 미국 방문계획도 세워놓고 있다"고 했다.

"3월에는 다시 일본을 방문해 인공고관절 수술에 대해 강연을 해 주기로 했습니다."

김 박사는 "30여 년 전 고관절학계의 대부인 영국의 존 찬리 경 밑에서 배운 술기와 지금까지 임상을 통해 익혔던 노하우를 모두 후학들에게 전수해 줘야 하는데 마땅히 설 자리가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국내 첫 IHS 정회원의 이정표를 세우며 인공관절 수술분야를 개척한 김 박사는 "임상진료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현역으로 남고 싶다"며 "2008년 ISTA 서울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 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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