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5.03.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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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1호 이충헌 의학전문기자

 

 

 

■ 기자…방송기자

신문사에서 기사를 검열하는 사람은 크게 기자 본인과 데스크가 있다. 기자는 본인의 양식과 가치관을 통해 자기검열을 하고 이는 데스크에 의해 다시 한번 걸러진다. 이런 과정에서 기사는 왜곡되기도, 의도와는 관계없는 정보가 삽입·삭제되기도 한다.

방송사의 기자는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하다. 일단 기자와 데스크라는 구도는 같지만 여기에 영상이라는 소재가 더해진다. 방송기자는 영상(비디오)논리를 기반으로 언어(오디오)논리를 병행해야 하며, 때로는 자막·컴퓨터그래픽 등의 요소도 가미한다. 거기에 카메라와 카메라맨이라는 또다른 장벽(내 손발이었으면 하지만 절대 되어주지 않는)과, 영상기술 메카니즘에 대한 이해(이것을 다 이해하려면 공대를 졸업해도 안된다. 공고도 졸업해야 한다), 순간적이고 즉각적인 방송의 특성 등 신문기자들이 걱정 안해도 되는 수십 가지의 문제들과 매일같이 싸워야 한다.그래서 방송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으로 조직에서의 순화력·팀플레이능력·리더십 그리고 '잘 비비기' 등이 있다.

■ 기자…의사기자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방송기자는 의사에게 어울리는 직업일까? 혹은 의사가 잘 할 수 있는 직업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의사출신 의학전문기자들은 대부분 신문기자들이다. 그간 2∼3명의 의사출신 방송기자가 있었지만 모두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대부분 '조직 적응 실패', '전문성과 보편성의 괴리감', 혹은 '의사답지 않음을 요구받음' 때문에 병원으로 컴백했을 거라는 것은 안봐도 '비디오'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의사출신' 방송기자 이충헌. 그는 이런 '악조건'속에서 왜 기자생활을 하고 있을까? 그도 곧 중도하차 할 것인가? 이제 1년 3개월째 접어드는 그의 기자 생활은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웠을까? 그도 '병원'으로의 복귀를 꿈꾸고 있는게 아닐까?

그가 생각하는 기자와 의사. 그 어울리지 않을 듯한 관계속에서 그는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좌절을 맛봤으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아침마다 KBS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사표를 던지다

이충헌 기자는 지금까지 딱 1번 사표를 던졌다. 때는 조류독감이 전국을 강타할 즈음. 데스크는 그에게 조류독감과 관련된 기사를 주문했다. 내용은 '조류독감 걸린 닭은 시중에 유통이 불가능하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였다. 취재를 해보니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다. 그는 리포트를 할 수 없었다.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는 이제 입사 12개월된 신참이었다. 국장과 대결할 '짬밥'이 아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믿는 구석도 있었다. '나는 의사다. 함부로 짜르지 못한다. 의사 뽑아놓고 기대하고 있는 경영진에게 데스크는 할말 없을거다' 며칠후 돌아와보니 내용이 조금 바뀌어 다른 기자를 통해 제작됐다. 사표는 없던 일이 됐다. 이 바닥이 대충 이런 스타일이다. 이충헌 기자는 크고 작게 매일 이런 일속에서 맘고생을 하며 1년 3개월간을 버텨왔다.

■ 참는 필터의 경쟁력?

그는 의학전문기자를 '난무하는 의학정보와 시청자 사이의 필터역할'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필터'란 말을 자주 쓴다. 또하나 자주 쓰는 말이 '참는다'이다. 수많은 기사청탁, 윗선에서의 압력에 대해 그는 항상 '참아야'했다. '참는 것이 경쟁력'은 그의 좌우명이다. 다른거 다 빼고 이 말만 기사에 넣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조류독감 때문에 사표를 던졌다더니, 알고보니 그는 '타협'형 기자였단 말인가? 아니다. 그에겐 복안이 있다. 모든 일에 사표를 던질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1년을 갓 넘긴 기자. 처음보단 자신의 입지가 굳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의사' 뽑아놓고 '감기기사'만 보도할 때는 '내가 뭐하고 있나' 했었고, 몸속 깊숙이 존재하는 의사로서의 정체성이 병원을 출입할 때 마음이 편해지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하지만 '이충헌' 이름 석자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제는 KBS 의학관련 프로그램 담당자들이 자문을 구해 오기 시작했다. 이충헌으로 인해 KBS의 의학뉴스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가슴이 벅찼다. 이제 뭔가 길이 보이는 거 같다. 게다가 현재 소속중인 과학부가 의료보건팀으로 재편되면 좀더 전문적일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믿고 있다.그래서 그는 아무 소리 없이 날씨리포트도 하고 태풍 때 비바람 맞으며 의사답지 않은 기자 역할을 '참고'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참아보기'로 한 최소한의 기간은 6년이다. 그 안에 그는 '쇼부'를 볼 것이다. 그리고 미래는 희망적이다.

■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다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상당히 왜곡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는 언론이 있다'는 시각에 대해 물어봤다.  

"당연한 결과죠. 가장 만만하니까. 한마디로 '조져도' 말이 없거든요. 약점이 있으니까. 사회적 힘도 없죠. 그걸 국민이 좋아하고. 상대적 평등주의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거죠. 다른 전문직도 비리는 있죠. 하지만 전문직의 비리는 항상 언론의 타겟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 근절하려고 노력하죠. 사회가 투명해지고 있어요. 의사사회가 약점을 놔두는 한 계속 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작은 이익을 버려야 힘을 가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행동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되물었다.

"사회적 이슈를 향한 목소리의 테크닉을 가져야 해요. 탄핵때 변협은 이슈를 제기했죠. 의사들은 뭘했죠? 한마디로 정치적 감각이 없는 겁니다. 자신의 정서와 배치된다 하더라도 테크닉은 별개입니다. 그런 것에 미숙해요."

그는 기자다. 이 부분에서 더욱 더 명확해졌다. 그는 기자지만 의사에 대해 편견을 갖는 기자는 아니다. 그의 말은 직설적이었지만 자신에 차 있었다. 또한 그의 독설에는 '이렇게 되어줬으면…'하는 의사사회에 대한 바람과 애정이 느껴졌다.

"얼마전 콜라겐 부작용에 관해 의협 부회장이 인터뷰하는 것을 봤는데, 굉장히 좋은 노력이에요. 용천에 대한 대응도 좋았어요. 하지만 아직 부족해요. 문제를 자꾸 제기해야 되요. 의사들이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이미지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힘도 생기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요."

■ 의협신문???

언론인으로서 의협신문을 비판해 달라고 주문했다.

"의협신문이요? 큰 맥을 짚는게 없어요. 1면기사를 통해 큰 맥을 짚고 의료계를 관철하는 뭔가를 끄집어 내는게 부족해요. 이미지도 일단 답답, 올드하고. 젊어져야 합니다."

좀 더 해달라는 부탁에 그만하자고 한다. '의사사회'에 대해 열변을 토했던 것과는 달리 말을 많이 아낀다. 인터뷰후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충헌, 그는 '의사사회'의 변화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의사였다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의협신문도 의사사회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그는 이미 이에 대한 대답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무리 멘트…

이충헌 기자와의 인터뷰는 2시간 반정도 진행됐다. 마무리 멘트를 해달라자 '참는 것이 경쟁력'이란 말만 쓰면 된다고 또 강조한다. 뭔가 시청자들을 바라보는 순수한 시선과 애정이 느껴지는 멘트가 나올 것이라 기대했는데…. 형식적인 마무리 멘트는 쑥스러워서 하지 못하는 듯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KBS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충헌'을 검색해봤다. 기자프로필 소개란이 떴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충헌 기자에 관한 다음과 같은 '쑥스러운' 문구가 있었다.

  병 없이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것은 모든 사람의 꿈입니다.
 마음과 신체를 다루는 정신과 의사로서,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하는 방송기자로서 많은 사람들이 무병장수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매일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의학 정보가 쏟아지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알기 쉽게 전달되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검증되고 정확한 의학 정보가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필터'의 역할을 다 하겠습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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