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치료의 만남..."쉘 위 댄스?"
춤과 치료의 만남..."쉘 위 댄스?"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5.03.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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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강사 김현식 원장

  샐러리맨의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주인공에게 오아시스처럼 나타났던 춤의 세계. 영화 <쉘위댄스>에서 만났던 한 중년남자의 '춤바람'이 서울 천호동의 한 산부인과 의사에게도 찾아왔다.
  김현식 원장(김현식산부인과)은 15년 전에 춤과 처음 만나 이제는 춤을 가르치는 강사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의 춤세계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단지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한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과 만나 그들의 삶이 숨쉴 수 있는 아가미를 만들어 주는 사회적인 차원의 춤이다.
  춤과 치료의 행복한 만남을 가능케 하는 댄스치료의 선두주자 김현식 원장. 그와 함께 활기차고 기분좋은 춤의 세계에 빠져보자.

▲지난해 5월에 있은 'EVER CLUB' 파티에 참석, 춤을 추고 있는 김현식 원장.

■ '재미'있는 운동, 춤

김 원장이 춤과 처음 만난 것은 1980년대 초반 군의관 시절. 항구도시 진해에서 군의관 생활을 시작하게 되자 그는 선배들로부터 세 가지 '필수 과제'를 전해들었다. 진해에 온 이상 영어, 운전 그리고 춤은 확실히 마스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해는 항구도시라서 그런지 춤에 대한 관심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항구도시라면 으레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당시 월급의 거의 전부를 들여 댄스교습소에 드나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타의로 입문하게 된 춤의 세계는 그에게 알싸한 감흥을 남겼다가 10년 뒤 활활 타오르는 열정으로 이어졌다. 90년대 초 전문의가 된 후, 출산한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춤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딱히 부부가 함께 할 운동도 마땅치 않고, 시간과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춤을 시작했습니다. 함께 땀흘리면서 운동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서 무척 좋았어요."

댄스와 운동이 함께 어우러진 댄스 스포츠 동호회 활동도 함께 했다. 'DAS클럽'이란 동호회는 2001년 9월 발족해 현재 30명 가량의 회원이 일년에 두 세 차례 모임을 갖는다. 그는 'DAS클럽'의 회장인 김원자 선생님은 고희를 넘기셨는데도 허리가 꼿꼿하고 자세가 좋다고 거듭 자랑한다. "확실히 춤은 재미뿐 아니라 건강도 가져다 줍니다." (웃음)

■ 점심시간에 댄스강의

그가 춤을 사회적인 영역으로 확대하게 된 계기는 학교선배이자 경찰병원 정신과 의사인 안일남 선생님 덕분이었다. 그는 안 선생의 권유로 2003년 1월부터 꼬박 2년째 경찰병원에 입원중인 정신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달에 두번씩 댄스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아산병원에서도 강습을 시작했다. 3~5월까지 간호사, 레지던트, 사회복지사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을 해준 뒤 5월부터 환자들을 대상으로 강습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환자들과 춤의 세계에 빠져든다는 그. 실제 환자들의 치료에 어떤 도움이 될까.

"댄스치료를 받으면서 환자들의 자의식이 개선됩니다. 사회성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표정이 밝아집니다. 의기소침하고 부정적이던 태도가 무척 밝고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병원에서도 제가 왔다 간 뒤 한 일주일 정도는 환자들이 매우 '업'돼 있다며 좋아합니다."(웃음)

그를 춤에 빠져들게 하고 환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주는 춤만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일까. 김 원장은 단순히 몸을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것 이상의 매력이 춤 속에 숨어있다고 말한다.

"춤은 음악과 함께, 또한 파트너와 함께 하는 운동입니다. 춤을 추는 과정에서 약간의 스킨십도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능력을 키워주는 가장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파트너가 대부분 이성이기 때문에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한번 더 거울을 보게 되고, 그러는 과정에서 삶의 활력을 발견합니다. 또한 파트너와의 협력과 조화가 중요한 운동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지요."

■ 춤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김 원장은 산부인과 의사답게 여성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산부인과에서 가끔 성폭력 피해자들을 치료하면서 의료적인 접근뿐 아니라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인 접근을 하고 싶었다. 이런 바람이 남자로서는 처음으로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원 교육과정을 밟게 했다.

서울 여성의 전화 등지에서 활동하던 그가 깨달은 것은 성폭력·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남성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 여성들에게 춤을 통해 남성과 사회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쉼터에 가서 얘기해보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은 꾸밈이 없어 행동이 거칠기도 하지만 매우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댄스파티를 열어 주어 이성과 함께 건전한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김 원장이 현재 다니고 있는 댄스학원과 연계해 쉼터의 여성들이 남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고 대인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포부다. 성공하면 무엇보다 뜻깊은 일이겠지만 실패하면 피해여성들을 두번 죽이는 셈이 될 아슬아슬한 모험이다.

"부작용은 염려 없습니다. 춤은 어둡고 은밀한 곳이 아니라 밝고 환한 곳에서 하는, 사람과 사람의 즐거운 만남의 과정이거든요. 춤을 통해 '나는 신사고 숙녀다'라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지요. 사람은 서로를 알아야 인간적인 접촉을 할 수 있습니다. 춤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지요."

■  자아 발전의 촉매제 

"블루스가 이런 건 줄 알았더라면 무척 좋아했을 거에요."

서울아산병원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정식 블루스'를 배운 한 간호사가 한 말이다. 종종 춤에 대한 이미지가 퇴폐적으로 비쳐지는 게 현실이다. 춤이라는 귀족문화가 퇴폐문화와 접목되면서 왜곡되고 변질된 탓이다.

"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아 안타깝기는 하지만 춤에는 매너와 예절이 녹아있고, 자아발전의 촉매제가 스며 있습니다."

의술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작은 능력이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어서 춤이 더욱 좋다는 김 원장. 환자들의 파트너가 되어 줄 자원봉사자가 부족하다는 '홍보'도 잊지 않는다. 그의 춤세계에는 늘 환자가 함께 있기에 더욱 의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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