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완주가 곧 승리입니다"
"마라톤, 완주가 곧 승리입니다"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03.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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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회장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몸짱' 바람이 불면서 마라톤 붐이 일고 있다. 한강 주변 공원에 나가보면 아침 저녁 할 것 없이 간단한 운동복 차림으로 달리는 시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의사도 예외가 아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의사들이 뭉쳤다. 이들은 마라톤 대회에 주자로 참가할 뿐 아니라 부상자가 나오면 즉각 치료에 나선다. 덕분에 마라톤을 개최하는 주최측은 '달리는 의사들' 회원들을 단골로 초청하고 있다.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일반 마라톤 동호인들로부터도 인기 '짱' 이다.

▲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일본 전국의사 건강달리기대회'에 참가한 이동윤회장 <왼쪽에서 여섯번째 G-35 번호표를 달고 있다>.

- 왜 달리나.

"달리기가 있으니까(웃음). '달리는 의사들'은 지난 2000년 이병호 선생님(전주 덕진구 수정형외과)이 메디게이트에 마라톤 동호회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친목으로 모이다가 마라톤 사고가 많이 나고 의약분업을 거치면서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안 좋아지자 의사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 치료해 주는 '레이서 패트롤(racer patrol)'도 함께 하게 됐다."

- 마라톤 대회를 여는 주최측에서도 의료진을 대기시킬텐데.

"마라톤은 일정 장소에서 하는 게 아니라 긴 거리를 달리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본부에서 대기하다 치료하는 게 아니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의료진은 결승선에서만 대기한다. 게다가 구급차 대수나 보건소에서 나온 인력도 한정돼 있고 마라톤 대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교육 없이 그냥 나오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마라톤은 심장마비·열사병 등이 생길 수 있어 심장마사지를 하거나 심장제세동기를 써야 하는데 그런 장치가 모든 구급차에 있는 게 아니어서 그냥 '수송'용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지난 6월께 열린 호남국제마라톤대회 때 주최 측 요청으로 광주에서 오신 선생님들 5명을 포함해 10여명의 '달리는 의사들' 회원이 레이서 패트롤로 참여했다.

- 회원들 기록은 좋은 편인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부상 없이 완주했는가'다. '우승자'를 뽑는 게 아니라 '승리자'를 가리는 것이다. 완주 자체가 '승리'다.

'달리는 의사들' 홈페이지에 등록한 의사 회원수는 300여명이다. 이 중 풀코스를 완주한 정회원은 200명 가까이 된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 대부분이 40대 이후인데, 이들은 컴퓨터를 별로 안 좋아해서 가입을 잘 안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전국 의사 8만여명 중 마라톤을 하는 의사들은 1천명 정도 될 거다."

- 동호회 운영은 어떻게 하나.

"회비를 받는다. 1년에 12만원이다. 운영비 차원에서 받는 것도 있지만 회원들은 돈을 내야 잘 나온다. 하하. 2002년 의협 종합학술대회 때 의협에서 1천만원을 후원받아 의사 마라톤대회를 치렀는데, 예산이 3,500만원이나 들어 나머지를 메우느라 힘들었다. 참가비를 받아서 대회 운영비로 쓰면 문제가 없는데, 운영비는 스폰서로 하고, 참가비는 회비 약간을 더해 소아암 환자 돕기 성금으로 전액 냈기 때문이다.

2002년 대회 때 의사가 아닌 일반 주자들도 함께 뛰었고, 백혈병에서 회복된 어린이들도 부모와 함께 참가했다. 600명 정도 참가했는데, 의사와 일반인 각각 절반씩 정도였다."

- 홈페이지 소개 좀.

"메디게이트는 일반인들이 접속할 수 없기 때문에 달리는 의사들 홈페이지(www.runningdr.co.kr)를 만들고 이를 개방해 일반 주자들을 대상으로 의사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있다. 일반 주자들은 부상을 당했을 때 자문을 구할 때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을 계속 쓰면서 부상 Q&A 등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 가입하고 싶은 의사선생님들은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회원가입'을 클릭하면 된다."

- 재미있었던 순간을 소개해 달라.

"의사는 전문직이다.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취미를 가지고 모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모른다. 또 일반 대회에 함께 참여해 부상자들에 대해 의사로서 봉사할 수 있다는 게 보람이 크다."

- 마라톤 관련 책도 내셨다던데.

"'달리기 SOS'라는 책인데, 마라톤 전문잡지인 '러너스코리아'에 썼던 글 중 일반 주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모아 낸 거다."

- 얼마나 자주 달리나.

"일주일에 3~4일 달린다. 아침 5시30분부터 1시간 내지 1시간 30분 정도, 거리로는 15~20km정도 뛴다."

- 첫 마라톤 대회에 나갔을 때 어땠나.

"내가 첫 출전한 마라톤은 1997년 10월 셋째주에 열린 춘천마라톤이다. 30km까지는 잘 달렸는데 그 이후로는 100m는 걷고 100m는 뛰었다. 42.195km를 처음 달렸던 것인데, 이 거리가 어느 정도 거리인지 한번 보자는 심정으로 참가했다. 요즘에는 1년에 10~15번 정도 마라톤 대회에 나가니까 한달에 1~3번 완주하는 셈이다."

- 국제교류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일본의 달리는 의사들인 '일본의사 조깅연맹'과 올해 1월 친선 결연을 맺어 지난 5월에 일본에서 열린 '일본 전국의사 건강달리기대회'에 우리 회원 5명이 참가했다. 앞으로 2~3년 내에 '아시아 달리는 의사들 연합'을 창설할 계획이다.

또 오는 12월에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달리기대회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10명 정도가 가서 뛰면서 의료지원에도 참여할 생각이다. 앙코르와트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유적지인데, 캄보디아 내전 때 반군들이 그곳에 매설해 놓은 지뢰를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유럽에서 펀드를 만들어 그 수익금으로 지뢰를 제거했다. 그 과정에서 다친 사람들의 진료나 재활을 돕는 데 마라톤 수익금이 사용된다."

- 앞으로 계획은.

"'달리는 의사들'을 사단법인으로 만들려고 한다. 또 내년부터 달리기대회와 워크샵을 부산을 시작으로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 밖에 달리기에 입문하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러닝스쿨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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