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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기관평가제도 업그레이드 필요하다
시론 의료기관평가제도 업그레이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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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4.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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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영(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2004년 전국 78개 대형 병원들이 홍역을 치른 첫 의료기관평가결과가 드디어 발표됐다.  평가결과는 '진료 및 운영체계' 영역에 포함되는 7개 부문과 '부서별 업무성과' 영역의 11개 부문 각각에 대해 최대기대치 '100'을 기준으로 '우수(90이상)', '양호(70~90미만)', '보통(50~70미만)', '미흡(50미만)'의 4등급으로 매겨져 발표됐다.

또한 각 등급에 해당되는 평가부문 수를 합산해 의료기관별 종합평가수준을 표현하고 의료기관간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서울대병원은 총 18개 부문 중 12개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과 더불어 '우수' 등급 평가부문 개수가 가장 많은 최상위 그룹으로 분류됐다.

제도 필요성 논의 장에서 목적 달성하기 위해 고민할 때

이제 우리는 바야흐로 병원의 의료서비스 질 수준을 평가하고 국민들에게 어느 병원이 무엇을 얼마나 잘하는지 낱낱이 공개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제 의료기관평가제도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시점은 지났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좋으나 싫으나 이 제도 하에서 살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이 제도의 원래 취지인 의료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 부문에 대한 의료기관의 자발적 질 개선 노력 고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어떠한 노력과 개선이 뒷받침 돼야 하는지를 고민할 때 이다.

의료진 임상수준 평가기준에 미포함 아쉬움

의료기관평가는 크게 3가지 구성요소를 담고 있다. 무엇을(평가기준), 어떻게 평가하고(평가방법), 평가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평가결과활용).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기준이라 하겠다.

평가기준은 양질의 의료의 이상향을 어디에 두느냐, 즉 환자진료 시 추구해야 하는 내용에 대한 일종의 지침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료의 질 핵심요소는 물론 다양한 측면을 고루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2004년 의료기관평가는 환자의 편의와 만족도를 뒷받침하는 의료서비스 제공절차 및 성과를 위주로 하였으며, 의료진의 임상수준이 평가기준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제한점이 있다.

소위, 환자-의료진 관계 및 보살핌(interpersonal quality of care)과 시설 및 편의(amenity)에 대한 평가에 치중하고 양질의 의료의 핵심 요건인 의약학적 기술수준(technical quality of care)은 평가하지 못했다.

이는 의료진들의 고압적 태도, 증세나 치료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거나 환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소위 환자중심의 의료를 소홀히 해온 우리 나라 의료기관의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매우 필요한 부분이나 임상적 질 수준에 대한 평가를 소외시킴으로써 향후 우리 나라 의료계가 좋은 평가점수를 받기 위해 의료외적인 면에만 너무 치중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불러 일으킨다.

또한, 이번 평가가 임상수준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지 않는 제한점이 있다는 사족을 아무리 달아도 일반 국민들은 그저 평가결과로 나온 병원 순위에만 의미를 둔다는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우리보다 앞서 유사제도를 시행해온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도 임상 수준을 평가하는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임상지표개발, 자료에 대한 접근성, 평가비용 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 속히 임상수준에 대한 평가기준이 보완돼야 할 것이다.

평가조사원 전문성 확보도 과제

평가기준과 관련된 또 하나의 염려는 평가 기간 동안에 일시적으로 급조한 의료기관과 연중 내내 잘 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가려낼 수 있는 평가기준 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지난해 첫 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높은 환자만족도점수를 받기 위해 환자들에게 일일이 부탁하거나 평가기간 동안만 '각별히' 환자의 편의와 고충을 배려하는 등 병원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을 기억할 때, 한판 쇼를 잘 하는 병원이 우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평가기준이 있다면, 재검토해 평상시 수준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평가기준과 방법의 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평가방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조사원의 전문성이라고 본다. 현재 우리 나라는 평가조사원 전문가 풀(pool)에서 일정 인원을 선정해 1~2일 단기교육을 시킨 후 평가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루 이틀의 짧은 평가기간 동안 일개 의료기관에 대해 그 많은 평가문항을 속속들이 평가하고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평가조사원의 병원전반 업무에 대한 전문성, 누적된 평가경험을 바탕으로 한 숙련도, 일관성, 투명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미국의 병원신임조사기구에서처럼 의료기관평가만을 전업으로 하는 전담평가자를 두는 것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평가결과 활용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우선 질 수준이 낮게 평가된 부문에 대해 각 의료기관의 자발적 개선노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많은 병원들이 공통적으로 질 수준이 낮게 평가된 부문, 예컨대 응급실의 경우 78개 대상 병원 중 59개 병원이 보통 이하로 평가되고 '우수'로 평가된 병원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우리 나라 응급실 운영에 있어 나라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부실병원의 경우 개선 자문이나 지원 활동 필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나 관련학회는 그 원인을 심층 분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면 제도적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반대로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모두 우수한 것으로, 혹은 의료기관 간에 편차가 거의 없는 평가부문에 대해서도 혹 평가도구가 변별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재차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평가결과 하위 랭킹에 있는 병원, 혹은 전반적으로 우수한 평가부문이 거의 없는, 소위 부실병원에 대해서는 이들 병원이 효과적으로 질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평가주체에서 자문이나 지원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상위 랭킹병원들이 서울에 밀집해 있고 지방병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앞으로 지방 거주 환자가 서울에 있는 병원만을 고집해 지방병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나을까 우려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요건과 질 개선 활동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방병원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며, 3년 후 재 평가결과 많은 발전을 이룬 병원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와 별도의 부각이 필요할 것이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아쉬움과 미흡함이 있는 첫 평가였으나, 의료기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처음으로 국민에게 공표한 점,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의료기관의 개별적 노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가의 제도적 접근을 통해 성취하려고 하는 등 우리 나라 병원산업의 발전을 위한 도약의 한 걸음인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의료시장개방이라는 환경변화를 앞두고 이 제도를 통해 국내병원의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upgrade) 되는 계기가 된다면 향후 우리 나라 병원의 국제적 경쟁력을 키우는데 기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제도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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