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체내 항생제 내성균으로 사람도 죽는다"

"동물체내 항생제 내성균으로 사람도 죽는다"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5.04.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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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망사례 보고돼…국내 식용 육류서도 내성균 출현
"국내선 감염 안 된 사람을 격리시켜야 할 상황"…관리체계·연구지원 절실

▲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환경내 항생제, 무엇이 문제인가'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농·축·수산물에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로 인한 내성균이 사람에게 전이될 위험성을 지적했다.

농·축산물 및 어류에 사용하는 항생제로 인한 내성균이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이돼 인체에 감염될 수 있는 만큼, 환경내 항생제에 대한 관리체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항생제의 내성 상황이 더욱 심각해 내성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한 정부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한의사협회와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하고 21세기 생명환경위원회가 주관,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환경내 항생제, 무엇이 문제인가' 심포지엄에서 '동물 및 환경에서 분리된 항생제 내성균 및 내성 유전자'를 발표한 조동택 경북의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덴마크에서는 가축에서 건너온 내성유전자로 인해 환자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며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동물에서 인체로 내성 유전자가 전달됐다고 확인된 사례는 없으나, 식용 육류에서 내성균이 출현하고 있는 만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경원 연세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항생제 내성의 세계적 현황' 발표를 통해 "항생제 농도가 낮으면 내성 선택이 잘 돼 내성균이 잘 생긴다"며 "그간 의료에서의 항생제 문제만 다뤄왔는데 이제는 물·토양·동물·하수 등 환경내 항생제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균 비감염인을 격리시켜야 할 만큼 항생제 내성이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이라며,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 ▲철저한 감염관리로 내성 세균·유전자의 확산 방지 ▲식약청·질병관리본부·한국내성세균조사단(KONSAR) 등의 내성 감시활동 확대 ▲내성 기전·전달 기전 규명 연구 ▲신약 개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의료밖에서 사용되는 항생제, 현황과 문제'를 발표한 조수헌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항생제의 약 13% 정도만 의료기관에서 환자치료를 위해 사용되고 있고, 87% 정도가 농·축·수산물 수확에 사용되고 있다.

국내 축산·수산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항생제는 연간 1500톤(2003년 기준)으로 ▲수의사의 동물치료 처방 6% ▲농가의 자가 치료 및 예방용 40~50% ▲성장촉진 목적의 배합사료 제조용 50%로 각각 사용된다.

조 교수는 "농·축·수산물에서 사용되는 항생제로 인해 내성균 출현문제가 심각, 실제적인 공중보건학적 영향의 크기에는 논란이 있으나 예방적 측면에서는 간과할 수 없다"며 ▲출하하기 전 휴약기간·용법·용량·투여 경로 등에 관해 사육 농가에 대한 교육 홍보 실시 ▲출하된 축산물에 대한 잔류물질 검사 실시 ▲배합사료 제조업자 및 축산 농가의 항생제 사용기준 설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동택 교수는 "유럽에서는 수의용 항생제 사용과 내성균의 발생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조사 및 통계가 가능하도록 돼 있지만 국내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며 "국내서도 항생제 내성에 대한 연구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위원은 "미국인들은 잔류농약 다음으로 항생제를 가장 두려워하지만 한국인은 농약·다이옥신·환경호르몬을 두려워 한다는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에서는 아직 항생제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것 같다"며 "언론보도를 통해 항생제를 오·남용으로 인한 심각성을 알리고, 이번 심포지엄 같은 논의의 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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