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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10:04 (금)
배수진 정부에 최후 통첩

배수진 정부에 최후 통첩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0.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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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이 배수의 진을 치고 정부에 최후 통첩을 전했다.
29일 가톨릭의대 대운동장에서 열린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국의과대학 교수결의대회'에서 4천여명의 의대 교수들은 '진료 전면 철수'를 선포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32도가 넘는 폭염속에 치러진 이날 결의대회에서 교수들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쟁 일선에 동참할 것을 천명했다.

1천명 정도로 예상된 참석 인원이 집회 당일 4배에 이른 것은 이날 대회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 속에, 특히 기초의학 교수들이 대거 참석했기 때문이라는 후문 이미 개회 몇시간 전부터 애초 예정된 장소인 마리아홀은 발디딜 틈 없이 가득찼으며 50여대의 버스에 나눠 탄 지방 의대 교수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주최측은 대회 장소를 의대 운동장으로 옮기기로 결정 피부속을 파고들 듯이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막기위해 주최측은 모자 3,000개를 급히 주문했으나 순식간에 동이나 추가로 2,000개를 주문하기도

의대생 노래패 공연등 식전 행사에 이어 김현집 전의협 회장이 비장한 목소리로 대회사를 낭독 김 회장은 "열)악한 의료 환경과 재정 부담의 뒷받침 없이, 또 국민의 의료 문화적 관습에 대한 준비도 없이 잘못된 의약분업을 밀어 부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선진국의 5분의 1,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재정으로 국민의료를 유지해 온 결과, 현재 의료보험은 선진국형 의료보험은 커녕, 할인권 수준에 머물게돼 의료사회는 기진맥진하게 됐다"고 개탄

"무리한 정책 강행에 대해 국민들과 의사들에게 정부는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등 정부가 사과해야 할 부분을 요목조목 짚어나가는 부분에서 참석 교수들은 박수를 치며 '옳소'를 연호

특히 "정부는 장악된 언론과 일부 시민단체를 동원해 정당한 주장을 하는 의사들을 집단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하고 돈만 아는 파렴치한으로 몰아부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외치자 교수들은 그동안 쌓인 울분과 한을 토해내듯 함성을 지르기도 김 회장은 대회사 말미에 "지금의 의료사태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국민 여러분의 도움 없이는 잘못된 정부 정책을 바꿀 수 없다"며 국민의 깊은 이해를 호소

이날 결의 대회와 함께 교수들의 집단 단식이 예정됐었으나 전의협은 논의를 통해 단식은 유보키로 결정 교수들의 단식투쟁은 파급효과가 너무 커, 전공의, 의대생들을 지나치게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후문 그러나 전의협은 교수들의 진료 철수 기한인 5일과 15일을 기해 단식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전의협 총무를 맡고 있는 정인과 고려의대 교수협의회장의 경과 보고에 이어 김재정 의협 회장이 격려사를 낭독 "사회의 존경을 받아야 할 교수들이 땡볕속에 땅바닥에 앉아 이런 결의대회를 하게 만든 원흉이 누구냐 정부는 교수님들에게 이같은 고통을 준데 대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 "교수님들이 투쟁에 나섬에 따라 우리 의료계의 투쟁이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 것임을 정부와 국민에게 보여주게 됐다"고 말하자 장내는 함성의 도가니

"정부는 사회 개혁이란 미명아래 잘못된 의료제도를 시행하면서 정의로운 투쟁을 하는 의사들을 돈만 아는 의료 기술자로 매도한데 대해 국민과 의사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한 김회장은 "투쟁이 막바지에 왔다 끝까지 싸울 것을 여러분과 국민에게 선서한다"고 다짐 "정부는 허준 선생을 들먹이며 우리를 매도했지만 허준이 만약 현 시대에 의사로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같이 투쟁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경북의대 강덕식 교수가 김재정회장과 전공의, 전임의, 학생들에게 올리는 글에서 척박한 의료현실에서 의사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성토 이어 전임의협의회와 전공의 비대위, 의과대학 비대위 대표가 교수님께 드리는 글을 낭독 이들은 지난 투쟁 기간동안 보내준 지지와 격려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의료개혁을 위해 끝가지 노력할 것을 다짐 전공의비대위는 "교수님들은 절때 쓰러지지 말고 건강하셔서 정부의 정책을 질타해 주셔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임원 일동이 큰절을 올리며 스승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전달
 
전국 6천8백 의대 교수들의 굳은 결의가 담긴 결의문이 김현집 전의협 회장의 비장한 목소리에 실려 스피커에 울려퍼지면서 대회는 절정의 분위기 참석 교수들이 전원 기립한 가운데 김 회장은 약사법을 포함한 제반 의료 관련법 개정 등 4개 요구안을 제시하고 정부의 구체적인 답변이 없을 경우 5일부터 외래 진료 철수, 15일부터 모든 진료에서 철수할 것을 선언하자 교수들은 장내가 떠나갈 듯한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보내며 이같은 결의에 적극 다를 것을 다짐하는 모습

이어 가톨릭의대 송석환 교수, 충남의대 강대영 교수, 전북의대 두재균 교수의 선창에 따라 의료개혁 쟁취를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모든 대회 일정을 마무리 참석 교수들은 이날 결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자의로 서명한다는 서명지에 사인한 후 귀가
 
대회 직후 의대 강의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의협은 진료의 전면 철수를 강조하며 강경 투쟁을 재차 확인 '전면 철수'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현집 회장은 "말 그대로 전면적인 철수다 응급실, 중환자를 진료하면서 전면 철수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답변

그러나 "참의료진료단에 교수들이 참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의대 교수들이 진료에서 완전히 손을 떼, 병원 진료가 공백상태가 되는 최악의 상황 만큼은 초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안을 내놓으면 수용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김 회장은 "현 상황에서 가장 급한 것은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다. 우리 교수들은 양측의 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협상안의 수용 여부는 그 다음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기자 회견에는 김 회장과 홍영재(연세대)부회장, 김수평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장, 정인과 고려의대 교수협의회장이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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