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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사가 알아야 할 한약의 문제점
시론 의사가 알아야 할 한약의 문제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4.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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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일(서울내과의원 원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의 처방약은 효과는 빠르지만 결국은 부작용으로 몸을 망칠 수 있고, 한약은 전체적으로 병을 다스리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고 믿는다.

한약은 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아도 꾸준히 복용하라고 하면 쉽게 납득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전통 약물로서의 한약은 독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다.

'한약은 생약(生藥)이다'라는 표현에서 주는 긍정적 이미지 뿐아니라 부작용이 생겼을 때 한의사들의 다음과 같은 능란한 여러 표현도 한약 부작용을 과소평가하는데 일조한다.

"체질이 안 맞아서 그렇습니다"라는 표현은 '부작용'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으므로 결국 한의사 탓이 아니라 환자 체질 탓이 된다. "명현(瞑眩)작용이니 낫느라고 그렇습니다. 독이 바깥쪽으로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환자로 하여금 부작용을 감내하고 어느 정도 시간동안 기다릴 수 있게 한다.

그 외에도 "예로부터 수 천년 써온 약이라 안전합니다" 라든지 "그 한약은 나도 먹고 있습니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한의사 주장대로 한방 처방은 수 천년 동안 임상실험을 거쳐 입증돼 왔기 때문에 안전한 것일까? 인과관계를 제대로 밝힐 연구 방법이 없던 시대에 기술된 책을 근거로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이다.

'부작용이 제대로 연구 되지 않아서 모른다'와 '부작용이 없다'를 동격시 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한약은 한의사에게 맡겨라" 이 표현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한의학적 병증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한약을 처방하는 것 자체에 대해 의사가 관여할 이유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한약에 의한 부작용을 겪을 때  대부분 의사를 찾아오기 때문에 의사로서 원인 규명을 위한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황당한 이야기들도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모순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한약재의 성분 분석이나 독성에 대한 과학적 규명은 한의사가 스스로 밝힌 것이 아니다.

최근에 한약의 부작용 기전이 현대의학적인 연구 덕택에 수면위로 조금씩 떠오르고 있다. 임상에서 겪는 한약과 관련된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한약 자체로 유발되는 독성이나 부작용이다. 현대과학적인 방법을 통한 독성학적 견지에서 볼 때 비록 오랫동안 사용되어진 한약재라 하더라도 독성이나 안정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부작용으로서 신경독성, 호흡기 독성, 간 및 소화기 독성, 순환기 및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두번째는 한약의 불순물이나 오염(농약, 중금속, 표백제)과 관련된 경우이다. 농약은 이미 사용하지 않는 농약을 대상으로 검사하고 있고 이산화황은 기준자체가 없다.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농산물에 해당되어 의약품으로서 제대로 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

세 번째는 한의사가 의사처방약에 한약을 추가로 병행 처방함으로써 약물의 상호작용을 일으켜 기존 의사 처방약의 효과를 예측할 수 없게 하거나 오히려 부작용 발생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 그 외에 한약에 의사가 쓰는 약을 몰래 섞는 사례도 있었다.

국민들이 한의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고신대 보건과학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은 것이 "대대로 내려오는 민족의 전통의학이다"라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국민들이 한방에 대해 과학적인 효용성에 앞서 혈연적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의사들도 역시 한약과 관련된 분쟁이 있을 때마다 우리 고유의 민족정서에 호소하고 있다. 모든 약물은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고 그 부작용이 제대로 연구되고 조사되지 않으면 일단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한약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한의사 스스로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의사의 역할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환자를 대할 때마다 한약과 관련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 주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을 규명하는데 좀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개원한 의사 뿐 아니라 학회나 대학병원과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나아가 범의료계의 단합된 대응도 필요하다. 의사로서 도덕적 우위와 현대의학의 학문적 신뢰성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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