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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6 06:00 (금)
의약분업 전공의 비대위 의료개혁 선포문 전문

의약분업 전공의 비대위 의료개혁 선포문 전문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0.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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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여, 불어라. 폭풍이여, 삼켜라.
백년의 역사동안 의사와 국민들을 옥죄어온 왜곡된 이 땅의 의료를. 하나도 남김없이 뿌리채 뽑아 날려 버려라. 사랑하는 환자들을 위해 피눈물을 삼키며 7만 의사, 2만 의대생들은 이제 감히 동지라는 이름의 원으로 타오르고 있다. 시뻘건 연하디 연한 쇳물들이 이제는 무서운 속도로 담금질되어 투쟁의 칼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의 의사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최선의 진료를 하고서도 보험삭감과 경영난을 염려해야 했다. 피 흘리는 환자 CT를 찍으면서도 허겁지겁 동의서를 받아야 했다.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도, 하소연할 데 없는 현실. 십년을 두고 명의 소리를 들어도 단 한 순간의 실수에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

살인적인 저수가 정책은 3시간 대기, 3분 진료의 치욕을 겪게 하였고, 환자의 애원섞인 목소리, 머뭇거리는 눈빛도 외면하게 하였다. 죄책감과 자기 변명 사이를 갈팡질팡하면서 차라리 항변이나 항쟁을 했었더라면, 아! 차라리 졸렬한 의사의 생을 포기라도 했었다면 우리의 역사는 이렇게 억울하고 수치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 누가 우리로 하여금 이토록 비참하게 만들었는가. 누가 우리로 하여금 이토록 치욕스럽게 만들었는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아 교과서적 진료, 소신 진료를 금과옥조로 새겨야할 우리로 하여금 누가 직업적 양심을 내놓으며, 생존을 위해 바둥거리게 하였는가. 누가 우리를 진료실에서 쫓아내었는가. 밖으로 내몰았는가.

이제 알았다. 우리는 오늘의 투쟁을 통해 똑똑히 알았다. 국민의 건강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정치논리로만 의료정책을 시행하려 하는, 권력유지를 위해 한 전문가 집단을 철저히 매장하려고 하는, 의사를 통제의 대상으로만 삼으려고 하는 집단. 한국의료를 왜곡시킨 원흉이 바로 너희 정부임을 이제는 확실히 알았다.

정부여 보아라. 철저히 격리되고 배제된 의사들의 초라한 역사를. 물거품 같은 정치 공약으로 상처받은 국민의 역사를. 수모와 오해로 뒤범벅된 한국의료 백년의 역사를. 보아라 그리고 이제 무릅을 꿇어라. 역사 앞에 사죄하라.

이제 너희들의 그 기만과 속임수에 절대 속지도 않고 흔들리지 않으리라. 이제 사랑하는 우리의 국민과 한국의료의 미래를 너희들에게 절대 맡기지 않으리라.

이제 한국의료의 개혁은 우리 의사가 뼈를 깍는 아픔으로 우리의 환부를 도려내고, 진정한 국민건강수호의 주체가 되리라. 우리의 의학적 지식과 진실, 그리고 정의에 기반된 참된 의료를 건설할 것이다.

이제 한마음으로 뭉쳐 달궈진 의도의 칼로 한국의료 백년 역사의 썩은 환부를 깨끗이 도려내고 이땅의 참의료, 참건강권이 보장되는 참세상을 만들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의 투쟁은 쉼없이 끝까지 영원할 것임을 7만 의사와 2만 의대생의 이름으로 선포한다.

2000년 8월 31일
올바른 약사법 개정과 국민 건강권 수호를 위한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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