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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성이 즐거운 인생을 만듭니다"
"즐거운 성이 즐거운 인생을 만듭니다"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5.05.1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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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성 담론 논객 임필빈 회원

  사십대의 조루환자가 찾아왔다.부부관계가 시원찮자 환자의 아내가 "차라리 하지 마!"라며 매몰차게 냉대한 게 근 20년이나 됐다.   국내에서 여의사로서는 세 번째로 비뇨기과 전문의가 된 임필빈(강남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선생은 환자를 진료해주기도 하지만 아내를 향해 "다른 기술을 터득해 남편에게 서비스해 보세요"라고 낯부끄러운 조언을 한다.이 당돌한 처녀의사의 조언을 귀담아 들은 부부는 얼마 뒤 부부애가 한층 두터워졌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온다.
  전문의가 된 지 2년밖에 안 된 임필빈 회원은 수련의 시절부터 온갖 방송이며 잡지·신문을 활발히 누비고 다니며 국내 성인 성교육의 초석을 다져놨다.우리나라 청소년 성교육을 구성애 씨가 담당하고 있다면 성인들의 성교육은 단연 그의 몫이 됐을 정도.
  그런 그가 강조하는 것은 '마음의 치료'다.
  "단순히 비뇨기질환을 치료하는 게 아닌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마음의 치료'를 하고 싶어요.바로 그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당돌하고 용감하며 유머마저 풍부한 임필빈 회원을 만나 왜곡된 우리의 성 문화를 치료받아 보자.

 

■ '제3호 천방지축 비뇨기과의사'

그가 굳이 다른 과를 두고, 그것도 여의사로서는 국내 세 번째로 비뇨기과를 택한 것은 사실 우연이 만들어 낸 인연 때문이었다.

"인턴을 마치고 맨 처음 맞닥뜨린 과가 비뇨기과였어요.인턴 과정으로 들어가기 바로 전에 한 달간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덕분에 당시 저는 상당히 활달하고 적극적이었죠.그 적극성이 A+를 많이 만들어냈고, 덕분에 교수님들의 사랑을 받다 보니 아예 비뇨기과에 둥지를 틀게 됐어요(웃음)."

그러나 이쁘기만 했던 이 A+ 의학도는 점차 교수님들의 강력한 감시대상이 되고 말았다.활발한 성 담론을 여러 공적 매체에 기고하던 그는 점차 발을 넓혀 방송에도 두루두루 출연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만남'·KBS '야! 한밤에'등 15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출연, 거침없고 톡톡튀는 성 담론을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전국에 쏟아냈다.급기야  iTV에서 '임필빈의 마법의 성'이라는 단독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곧바로 여기저기서 '태클'이 들어왔다.

"교수님들의 제재가 대단했어요.일각에서는 일개 수련의가 너무 방송에서 아는체를 하며 활개치고 다닌다며 비판하기도 했구요.좀 조용히 지내야겠다 싶어 자제를 했지만, '말하고 싶은 욕구'는 쉽게 사그러들 줄 몰랐죠."

 

■ "올바른 성은 삶의 질을 높여 줍니다"

이 천방지축 여의사의 '말하고 싶은 욕구'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저는 월경이 늦은 편이었죠.임신을 하면 월경을 안 한다는 지식을 갖고 있던 저는, 제가 임신한 게 아닐까 하고 한동안 고민했어요.하하."

양배추에서 아기가 태어난다고 믿는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성지식이 오히려 왜곡된 성지식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어린시절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 나이가 들어서까지 이어지는게 문제에요.아직도 주변 사람들을 보면 성숙지 못한 성지식을 가진 경우가 많거든요.그래서 비뇨기과 전공을 최대한 활용, 이들에게 올바른 성지식과 문화를 심어주기로 다짐했지요."

사람은 누구나 성에 관심 있으므로, 성욕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표출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성욕은 자연스러운 거고, 즐거운 성생활은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괜히 감추려 하고, '밝힘증'이라고 탓하려 하는 데서 성에 대한 왜곡이 시작됩니다.그것은 우리의 건강한 정신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즐거운 삶을 방해하는 요소죠."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회가 닿는 대로 공적 매체에 성 담론을 마구마구 퍼뜨리고 있다.그의 친근하고 재미있는 글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성 생활에 이상이 있을 때 비뇨기과에 가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고 있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비뇨기질환에 대해서 전문가로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만, 사람들이 비뇨기과의사에게 쉽게 접근하도록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저의 딱딱하지 않은 글들이 환자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저로서는 대만족입니다."

 

■ 성, 건강 담론으로 확대 하고파

그는 지난 1년간 잠시 휴식기간을 가졌다.온갖 방송에서 떠들썩하던 그에 대한 보도도 사그라들었다.미국으로 홀연히 떠났던 그는 9개월간의 연수를 마치고 지난 2월 소리소문없이 귀국해 강남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금은 기업체 중역들을 대상으로 건강과 성을 주제로 한 강연을 부지런히 도맡고 있다.중년의 건강과 성생활, 행복한 부부생활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함께 소개하면 호응도가 무척 높다.더불어 중년의 나이에도 지우지 못한 왜곡된 성지식을 바로잡아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앞으로는 건강 담론으로 제 이야기의 외연을 확장하고 싶어요.강연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성 문제 뿐 아니라 건강 부분에 있어서도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보았거든요.'건강한 삶과 건강한 성'이 앞으로 제 화두가 될 겁니다."

그는 젊은 여성들을 위한 성교육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비뇨기과를 찾아오는 젊은 여성들에게서 성질환이 의심된다 싶으면 90%가 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

"홍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섹스를 해서 잘못된 게 아니라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고 말이에요.젊은 여성들이 보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제 글들이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마당발'로 정평이 난 그는 결혼에 있어서도 마당발이다.오는 가을 눈이 파란 남자와의 '국제결혼'을 앞두고 있다.이제 '처녀 의사' 임필빈의 거침없는 성 담론은 막을 내리게 된다.다른 색깔을 지닌, 에너지 충만한 그의 새로운 목소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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