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시론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의 문제점

시론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의 문제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6.14 14:1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오<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 김성오<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최근 정부는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이하 생동성 시험)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부의 의지는 2004년 4월 3일 입법예고된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2004년  9월 3일 입안예고된 '의약품동등성시험관리규정 개정(안)' 및 '생물학적동등성시험기준 개정(안)' 등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정부의 생동성 시험 확대 정책은 2005년 3월 16일 제252차 행정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분과위원회에서의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개선 권고 결정으로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린 상태이지만 보험재정 절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확대 노력이 지속될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의료계는 이러한 생동성 시험 확대 정책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왜 의사협회가 생동성 시험의 확대를 반대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오히려 의사협회가 의약품의 질 관리 차원에서 생동성 시험의 확대를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정부측 주장이 무조건적으로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가 단체로서 이 주장을 완전히 수긍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필자는 대한의사협회 주무이사로서 의사협회의 생동성 시험에 대한 기본 입장과 우리나라 생동성 시험의 개선 방향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규정상으로 생동성 시험은 "동일 유효성분을 함유한 동일 투여경로의 두 제제가 생체이용률에 있어서 통계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생체내 시험"이라 정의된다. 쉽게 풀이하면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 약의 혈중약물 농도를 측정해 제네릭 약이 오리지널 약과 동등한 효과가 있는지를 입증하는 시험이다. 우리나라 약사법은 이러한 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에 한해 의사에 대한 사후통보하에 대체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제조되고 있는 다수의 제네릭 약에 이러한 생동성 시험을 해야만 의약품의 질이 높아지고, 그래야 국민건강에 보탬이 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정부의 이러한 주장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의사협회는 이러한 생동성 시험 확대정책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지 밝혀두고자 한다.

문제의 발단은 이러한 생동성 시험을 바라보는 정부와 의료계의 시각 차이에서 기인한다.

외국에서의 생동성 시험은 새로운 복제 의약품이 시판되기 전에 그 제품의 최소한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하는 임상시험이지, 이것 자체가 대체조제를 위한 것은 아니다. 즉, 의사가 어느 제품을 고르더라도 지나친 품질(quality)의 차이에 의한 치료 실패나 독성 발현을 막고자 하는 것이지 약사의 편의를 위해 아무 제품이나 고르게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선진국에서의 대체조제라 함은 치료약에 대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즉 개발사 제품에 비해 복제 의약품은 상대적으로 값이 싸므로 환자 특히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 질환 환자는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료 소비자 중심의 논리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의료계가 생동성 시험의 무분별한 확대를 우려케 하는 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는 어떠한가? 의약품 질 관리를 위한 생동성 시험 확대라는 정부 주장 의 이면에는 보험재정 절감을 위한 약사의 대체조제 활성화라는 또 다른 목적이 숨어 있다.  선진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복제의약품이 워낙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체조제 속에는 약국이 수많은 약을 모두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국내 제약회사를 보호한다는 의약품 공급자 중심의 성급한 논리가 숨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주가 돼야 할 의료정책이 종이 돼야 할 보험정책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논리는 "약 효능이 같다면 생동성 시험을 거친 의약품에 한해 대체조제를 확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다소 위험한 전제로 연결된다. 때문에 실제 우리나라 약사법은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의 경우 약사는 의사에게 사후통보만 하면  아무런 제약없이 대체조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정말 이러한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에 대한 대체조제는 안전한 것인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의 주장과는 다르게 의료계의 여러 학자들은 우리나라 생동성 시험 및 이에 대한 대체조제 허용 원칙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즉, 화학적으로, 약효학적으로 그리고 치료학적으로 동등(comparable)하거나 대체가능(interchangeable)한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고가약이 저가약보다 효과가 좋거나 부작용이 덜한 것이 사실이며, 더욱이 의사들이 체득한 의술에 의해 의도된(personalized) 약이 아닌 다른 약으로 대체한다면, 특히 좀 더 값싼 약으로의 대체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의료의 질 저하를 가져오고 그로 인해 질병 치료 효과가 저하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자들의 드는 사유는 다음과 같은바,

첫 번째로 생동성 시험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명백한 임상시험이므로 피험자 관리 및 시험기관의 책무 등은 선진외국처럼 원칙적으로 임상시험 관리기준(Good Clinical Practice, GCP)의 국제 공통기준인 ICH GCP를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기존의 약학대학에서 시행하던 틀을 완전히 깨지 못해 그 기준이 엄격하지 못하며(이는 근본적으로 생동성을 국민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공적인 연구로 생각하지 않고 단지 보험재정 절감 수단으로만 간주하여, 엄격한 질관리를 통한 연구결과의 검증 필요성과, 응급상황이나 의약품 부작용 발생시 임상 각과의 전문인력이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환자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편협된 시각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제약회사에서 시험주체를 선정할 때 몇천만원 대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격도 없이 뛰어드는 연구주체들이 많은 점에 미루어 볼 때는 생동성 시험 주체의 자질 또한 적절치 못하다. 실제 영세한 제약회사에서는 덤핑을 해서 실험비를 아끼려고 하는데 이러한 방법으로 피험자를 의료기관 입원실에 입원 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이나 여관방에 둔 채로 행해지고 있어 피험자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사실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두 번째로 대부분의 생동성 시험의 책임연구원을 임상의 비전문가인 약사가 역임하고 있다.

세 번째로 생동성 시험 통과 의약품의 사후관리나, 정부의 인증체계가 말할 수 없이 허술하다.

네 번째로 생동성시험 자체적인 문제이다. 즉, 생동성 시험의 방법은 일반적으로 20~45세의 건강한 남자들을 대상으로, 공복상태에서 약을 먹인 후 시간별로 채혈해 그 혈중 약물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1주일 간격을 두고 오리지널과 카피에 대한 교차시험을 하는데 이것이 임상에서도 적용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생물학적으로 동등하다는 판정을 내린다. 문제는 실제 임상의 상황은 생동성 실험에서의 셋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예컨대 생동성 시험에서의 셋팅인 젊고 건강한 남자대신 늙거나 어린 환자가 대부분이다. 소화관 기능이 떨어져있는 고령자와 영유아등의 약물 패턴이 건강한 젊은 남자와 같을 수 없다는 것은 뻔한 이치 아닌가?

마지막으로 약물 자체의 특성으로 인한 비동등성이 문제이다. 수용성이 낮거나 초회 통과 효과가 큰 약들은 그러한 특성으로 인해 위장관에서의 흡수패턴과 혈중농도의 개인차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생동성 시험은 오리지널 제품의 흡수량에 비하여 복제의약품 흡수량의 평균이 80~125% 범위 안에 들면 임상시험에 의해 약효가 입증된 오리지널과 동등한 약효를 보일 것으로 가정하고 있으므로 복제 의약품을 처방받는 사람이 다른 복제약으로 처방을 받으면 용량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치료의 안전역이 좁은 의약품에 대한 대체조제에서도 나타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생동성 시험은 그 안전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대체조제시 오히려 그 자체적인 문제로 인하여 일정한 부작용마저 나타날 수 있는 시험이다. 이러한 이유로 OECD 국가중 생동성 시험을 기초로 하는 상품명처방에 대해 약사가 처방을 대체하는 것을 권장하는 국가는 17개국 가운데 미국 등 4개국(24%)에 불과하며, 억제하는 국가는 프랑스 등 8개국(47%)에 달한다. 의사에게 결정을 위임하고 제도적으로 불간섭하는 국가는 영국 등 5개국(29%)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생동성 시험 통과 의약품의 경우 의사에 대한 사후통보만으로 대체조제를 허용하는 대범한(?)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을 악용해 최근에는 4개 품목의 대체조제 및 1개 품목의 변경조제 활성화 운동이라는 불법을 조장하는 단체까지 생겨나고 있다.  

필자는 정부당국에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전문가 단체인 의사협회가 이러한 정부의 주객이 전도돼 버린 정책에 동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2000년 의약정 합의를 서슴없이 깨고, 불법마저 조장하면서, 국민을 약화사고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 특정단체의 행위를 의사협회가 좌시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의사가 어느 제품을 고르더라도 지나친 품질(quality)의 차이에 의한 치료 실패나 독성 발현을 막고자 하는 소비자를 위한 제도로 생동성 시험을 활용하는 것과 보험재정 절감만을 목적으로 약사의 편의를 위한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활용하는 것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국민 건강권을 최일선에서 수호하고 있는 의사협회의 몫인가?

생동성 시험 자체에 대한 신뢰를 국제적인 임상기준까지 끌어올리고, 생동성 시험에 대한 사전 품목실사 및 기관실사를 강화하며, 미국에서와 같은 바이오 리서치 모니터링 프로그램등을 활용한 사후 실태조사를 강화해 무분별한 생산된 생동성 품목들을 점검하자는 의사협회의 주장이 그른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생동성 시험중 세계적인 임상기준이 강화되어가는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부분을 단계적으로 정비하여 세계적인 제약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사협회의 주장이 그른 것인가?

독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