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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만남의 인연 사랑의 나눔 실천

좋은 만남의 인연 사랑의 나눔 실천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6.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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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이강우 과장

10년전 의사 이강우와 가톨릭 사제 김하종의 만남은 참으로 '좋은' 만남이었고, 꼭 '필요한' 만남이었다.
지난 1995년, 자전거를 타다가 다리를 다친 김하종 신부(본명 보르도 빈첸시오·49세)가 삼성서울병원 이강우 과장(재활의학과·성균관의대 재활의학과 주임교수·59세))의 진료를 받게 된 것이다.
"신부복을 입지 않아서 처음엔 몰랐어요. 알고 보니 이탈리아 오블라띠 수도회 소속으로 신부 서품을 받고 우리나라에 파견돼 오신 지가(그 때 당시) 7년쯤 되셨는데, 철거민들이 모여 사는 성남의 달동네에서 혼자서 무의탁 노숙자들을 돌보고 계셨어요. 저한테 도움을 청하셨죠."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이강우 과장은 빈첸시오 신부의 삶에 마음이 많이 움직였고, 1996년 12월부터 전공의와 약사, 간호사 5~6명과 함께 '조그맣게' 돕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매주 화요일, 병원 일이 끝나는 5시 이후 시간을 할애했다. 장소는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인근의 성남동성당 안나의집. 성당 마당에 천막을 쳐 임시 진료소를 만들고 인근의 무의탁 노숙자들, 알코올과 약물 의존증 환자들을 돌보았다. 초기 20명 정도 되던 환자수가 차츰 늘어 매번 50~70명이 진료소를 찾는다.

 

■ 나눔의 삶…행동하는 삶

이강우 교수는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레지던트 수련 과정에 진료 봉사를 정규 스케줄화해서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씩은 서로 돌아가며 동참하도록 권유했다. '나눔의 삶', '행동하는 삶'을 지향해 온 이강우 교수의 평소 생각이 작용한 것.

"인성 교육은 의과대 이전부터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돈 잘 벌고 편안함 위주의 삶을 살려는 풍조가 강하잖아요. 이 속에서 봉사 마인드를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선배들은 나누고 봉사하며 사는 모범을 보이고…."

이렇게 5년 정도 꾸준히 진료하다 보니 성남 지역 의료인들과 여러 봉사 단체들도 안나의집 봉사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안나의집을 찾는 환자들 대부분이 정신과적 치료와 지도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지역 신경정신과 의사들도 진료에 참여하고 있고, 3년 전부터는 성남시 보건소에서도 약제 등을 챙겨서 한달에 두번 방문하고 있다. 간혹 중환자가 발생할 경우 응급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병원간의 연계 시스템도 어느 정도 마련되었다. 이 모두 이강우 교수의 꾸준한 보살핌과 행동하는 성직자 김하종 신부의 수고로움으로 가능했던 일.

이제, 안나의집은 무료 진료 뿐만 아니라 법률 자문, 재활 지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하루에 무료 급식소를 찾는 인원만 400~500명에 이른다고 한다.

 

■ 중단없이 계속 이어지길…

이강우 교수는 지금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안나의집을 방문 진료하고 있다.

"주로 알코올이나 약물 의존증 환자들이니까 사실, 전문적인 치료는 힘들어요. 하지만 신부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아플 때 의사가 찾아와서 손이라도 잡아준다는 게 환자들한테는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 말고도 드러나지 않게 봉사하며 사시는 분들이 너무너무 많아요."라며 민망해하는 이강우 교수에게 이미 '나눔'과 '실천'은 삶이자 신앙이었다.

안나의집 진료 이외에도 정기적이진 않지만 우리나라 최대의 무료 봉사 클리닉인 라파엘 클리닉 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고, 송파구 방이동성당의 의료인 모임인 '누가회' 일원으로서 경기도 천마산성당 봉사 진료에도 동참해오고 있다.

"의사는 개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선택받은 자로서 남과 나누며 사는 자세를 가지고 살아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나누면서 살 때 이 사회가 천국이 된다고 해요. 의사를 비롯해서 전문가 집단에게 그런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고 봐요."

한편, 최근에 원치 않게도 그 동안의 행적이 바깥에 알려지게 됐다며 부담감을 전하며 좀 더 잘해야겠다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담도 부담이지만, 자극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의사로서 생활할 때까지는 행동으로 옮겨야겠다 생각합니다. 안나의집은 저를 포함해서 재활의학과가 필요한 곳이라면 찾아갈 수 있도록 조직화가 잘 돼 있으니… 중단 없이 계속 잘 되길 바라죠."

 

■ "사랑은 곧 나눔입니다"

197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도미, 미국 알버트아인슈타인의대에서 신경재활의학을 전공한 이강우 교수는 미국 뉴저지주 캐슬러 재활전문병원 및 성 아그네스 종합병원 재활의학 전문의, 알버트아인슈타인의대 조교수 재직 후 귀국, 현재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진료과장으로 근무하며 뇌졸중 환자의 재활 치료와 임상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전공 분야로 본다면 진료를 계속하는 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고 요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완치법을 개발하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고.

'장애인들이 살기에 참 힘든 나라'임을 지적한 이강우 교수는 그들이 비장애인들과 같이 공존할 수 있도록 국가와 의료진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랑은 곧 나눔입니다. 내가 가진 탤런트를 이웃과 나누기 위해 쓰자. 그것을 행동하는 삶을 살고, 내 자신이 모범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의 탤런트는 이웃에 대한 봉사를 위해 쓰여져 왔지만, 의사 본연의 치료사적 성취로서도 더욱 크게 쓰여질 것이라 믿어진다. 결국 그가 사랑을 나누는 같은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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