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휴·폐업 투쟁 과정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수뇌부는 의약분업의 잘못된 점을 인정하게 됐다.
엉터리 약사법으로 인한 약사의 불법행위, 원가에도 못미치는 보험수가, 전공의 처우 문제 등 의료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부가 이를 개선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폐업 투쟁이 4차로 이어지는 동안 정부는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보험재정이 악화일로에 있는데도 지역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잘못된 의약분업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를 “의·약 단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그 역할과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11일부터 폐업을 잠정 철회한다”고 어려운 결론을 내린 의료계에 대해 “때는 이때다”라며 세무조사와 면허정지 등 온갖 압박수단을 찾고 있다는 암담한 소식이다.
의료계가 닷새동안 강행한 파업 투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투쟁의 불씨는 여전히 붉게 살아 있다.
11일부터 진료현장에 복귀했지만 대한의사협회와 의쟁투 등 의료계는 “정부가 완전의약분업과 의료개혁을 방치하고, 부당한 공권력을 남용한다면 절대로 묵과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전공의는 더 강경한 자세다. 교과서적인 진료가 보장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의료계의 분명한 입장을 간과한다면, 정부는 또 한차례 국민에게 큰 고통을 안겨 줄 것이다.
잘못된 의약분업 시행으로 인한 의료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는데 게을리 한다면, “정부는 국민의 편이라기보다는 특정 단체를 위한 이익단체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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