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문제김진학

정신보건법문제김진학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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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법이 개악되었다는 비난이 정신과 개원의 협의회, 정신과 전공의 협의회를 중심으로 공론화 되고 있다. 공개토론을 벌이고 학회차원의 대책을 촉구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작금의 의약분업 사태와 그렇게 다를 바도 없는 정신보건법 제정 및 개정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정신보건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성마저도 무너질 정도로 회원들의 마음이 급하게 움직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제정된 법이 시행되고 채 4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동안 정신보건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변화를 벌써 2차례나 겪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이는 국민의 정신건강권에 직결된 문제이다.

특히 지난 7월의 2차 개정안은 애초에 행정규제 정비계획에 따른 단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상 개정된 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신보건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적지 않다. 그 범위는 시설, 인력, 제도 등 전반적인 것이다. 따라서 정신보건법의 제정과정에서부터 2차 개정안이 정신보건체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겠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1968년 정신위생법의 제정을 정부에 건의한 이래 1995년 12월에 정신보건법이 제정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진통을 겪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초기에는 정신요양원의 비의료적, 비인도적 처우로부터 최적의 양질의 치료를 받을 권리보장을 주장했고 정부의 사회방위 차원의 정신보건법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다.

자연히 인권침해 요소의 제거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정신보건체계에서 정신과전문의의 주도적 참여 혹은 지도감독권의 보장 등은 별반 문제제기 없이 받아들여졌다. 특히 정신요양원을 정신요양병원 또는 사회복귀시설로 전환하여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보건체계로 일원화하는 것이 학회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본래의 합의된 법 정신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가 요즈음의 논란거리다. 즉, 정신보건법에 의한 사회복귀시설, 정신요양시설, 정신보건전문가 등 이해 집단이 확대되어 관련 집단의 이해가 상충하고, 상호협력관계가 소원하고, 각 이해집단의 독자적 전문성을 앞세운 나머지 정신의료행위에서 요구하는 협업정신이 저해된다면 의권침해는 불문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배경과 변화의 과정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선 정부의 초기입장은 국민의 건강권 확보차원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1983년과 1991년에 각각 추적 60분에 비춰진 기도원 사건, 여의도광장의 자동차 질주 사건 등에 대한 정부의 옹색한 대책으로 정부는 정신보건법 성안에 나섰다. 그 결과 사회보장 성격이 강한 정신보건법의 기본구성 요소가 될 조직 기구, 예산, 보장 등에 대한 내용이 단순히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 더욱이 정신보건체계 및 정책에 대한 청사진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히려 정신보건전문가 개업법, 정신요양원 양성화법 등의 말을 들을 정도로 정신보건체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지금도 개혁적 의지와 투자 없이 기존의 제도와 관행을 이해조율 차원에서 대응하는 정도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관련된 모든 집단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만을 내세운다.

그럼에도 법의 개정은 소수 관계 전문가의 주장에 휩쓸려 의원입법 혹은 보건복지부령 수준에서 중요 조항의 첨삭이 이루어졌다. 학회차원에서의 대응이나 관련 전문단체의 활동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이미 법에 의한 이해집단들이 다수 출현한 이후에는 더더욱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그 이해관계는 주로 정신과전문의와 관계전문가들의 경제성과 전문성 논란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예컨데, 정신과 병의원에서 충분한 치료와 재활훈련보다는 다른 정신보건시설에서의 상담 및 훈련비용이 더 적게 든다거나, 정신보건사업 및 사회복귀시설의 확충을 민간에게 혹은 정신보건전문가에게 위탁하면 국가재정부담이 적다는 등이다. 심지어는 정신과전문의를 배제한 보건소 중심의 사업 혹은 사회복귀시설 중심의 정신보건복지체계를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도 이런 주장이 반영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는 국내 정신보건의 실상과 정신보건법의 정신 및 운용원칙을 무시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정신보건법 제정 이전에 논란이 되었던 비의료 사회복지시설인 정신요양원의 오명과 관리부재의 상태를 재현하려고 하는 것인가. 정신과전문의를 배제하고 삼류의 저급한 정신보건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려 하는가. 바로 이런 점이 선진외국, 특히 미국에서는 아픈 경험으로 남아있는데도 말이다.

여기서 정신보건법의 원칙과 정신의료의 특징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신보건법은 국민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차별금지, 최적의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및 부당한 치료 및 처우에 대해 거부할 권리 등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

그 방법론은 탈원화(혹은 탈수용화, de-institutionalization) 정책을 통한 예방과 재활을 강조하는 지역사회 접근법으로, 선진외국에 비해 부족하지만 우리나라 법에서도 지역중심의 정신보건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사회가 시설, 인력, 재정 등 구조적으로 정신보건복지체계의 인프라가 취약하다는데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정신보건법을 제정하여야 하는데도 법에서는 단지 국가의 의무를 " ...을 노력하겠다"는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신요양원의 폐쇄 혹은 전환과 같은 핵심적인 개혁 정책은 뒤로한 체 기존의 제도와 관행에 안주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간 혹은 비전문가에게 상당부분 위임하고 있다. 그러므로 관련된 모든 집단이 법정신과 원칙을 기득권 차원에서 해석하고 왜곡시키지 않았겠는가.

특히 당면문제가 되고 있는 만성정신질환자 대상의 정신보건사업의 특징은 세계보건기구의 건강모형을 보면 기능과 사회적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여야 하고, 발병초기부터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이 기본이다.

그러나 정신보건법에서는 이에 대한 철학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 난맥상이 예견되어 있던 셈이다. 즉, 일반보건의료와 사회복지체계는 이원화되어 있는데, 정신보건법에서만 유독 정신의료기관과 복지기관을 과감히 한데 묶었고,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없다. 불가분 각 영역의 전문가들 사이에 전문성 논란, 독립성 훼손으로 말이 많게 마련이다.

정신과 전문의는 기형적 구조 속에서 교과서적인 예방에서부터 재활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인 의료행위를 꿈꾸기도 어렵다. 협업이 아닌 분업이 조장되고, 양질의 진료 외면, 전문성 논란, 경제논리에 따른 의권 침해가 법 제정당시부터 잉태되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바람직한 정신보건법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1, 2차를 통한 개정안의 문제점만을 정신보건시설, 정신보건전문요원, 정신보건전달체계 등에 국한하여 보더라도 기존의 정신보건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정신과전문의와 정신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억제 및 권한위임을 강요하고 있고, 정신보건전문요원과 사회복귀시설 등에 대해서는 권한 및 자율성이 확대되었다.

1) 정신보건시설
정신보건시설은 법에 의하여 정신의료기관, 사회복귀시설, 정신요양시설로 구분된다. 정신보건의 특성상 위와 같은 다양한 시설이 지역사회에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런 시설의 필요성은 비의료시설로서 법적 통제 또는 관리가 어려운 정신요양원의 탈시설화 정책과 지역사회적 관리의 당위성에 있다.

탈원화 혹은 탈시설화 정책은 아직까지 정부에서 정식으로 언급된 적은 없다. 다만 정신병원 300병상 이상 신증설 억제(법 제 12조 2항)만이 있을 뿐이다. 정신요양시설의 획기적인 개편이 없이는 요원하다. 그

러나 정신요양시설의 허가취소 규정이 완화되어(법 제 11조 3항의 삭제) 장기적으로 정신요양시설에 대한 개혁의지가 있는지 의문시되며, 비의료시설에서의 정신의료행위금지, 인권보호 및 탈시설화와 같은 정신보건법의 제정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대신에 신설된 정신요양시설의 개방(법 제 10조 3항) 조항의 신설은 시설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해지는 매우 형식적인 조항에 불과하다.

또 정신요양시설에서의 '의료 및 사회복귀훈련은 정신과전문의의 지도에 따른다'는 내용을 '요양 및 사회복귀훈련은 보건복지부령에 따른다'로 변경하였다(법 제 10조 2항). 비의료시설에 대한 지도 및 감독의 권한을 묵시적으로 위임받은 정신의료행위의 주체가 사실상 배제된 것이다.

변경된 규정의 원상복귀를 통해 수시로 전문적 지도감독을 하고, 사회적 요구에 의해 개방될 수 있도록 하여야 인권보호가 가능하고, 비의료적, 비인도적 행위에 대한 규제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문제는 사회복귀시설에서도 동일하다. 정신의료기관은 의료법의 규정을 따르지만, 사회복귀시설은 다른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개정 전에는 정신과전문의와 긴밀한 협조관계 속에서 시행되어야 하는 사회복귀훈련시설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개정된 법 제 15조 4항의 변경으로 정신의료행위는 축소되었다. 즉, 과거의 동조항에서는 '사회복귀를 위한 훈련 등 의료'라고 규정함으로써 사회복귀훈련을 정신과전문의의 지도감독이 필요한 정신의료의 일환으로 규정하였던 것을 개정안에서는 '의료'라는 문구를 삭제하여 정신보건전문가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정신의료와는 다른 '사회복귀훈련'으로 해석하였다.

사회복귀시설 이용자가 정신질환자이고, 운영형태가 입소훈련시설 혹은 거주시설로 운영될 수 있으므로, 소규모의 정신요양시설과 다를 바 없다. 입퇴소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삭제하고(시행규칙 제 9조) 정신요양시설과 같은 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정신보건전문가의 독립성과 국민의 양질의 진료를 받을 권리와는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정신사회재활치료는 어떤 종류의 것이든 엄연히 전문의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의료행위이다. 사회복귀시설이나 정신요양시설에서 정신과전문의의 역할이 형식적인 촉탁의나 자문의에 그칠 경우, 특히 엄격한 의뢰전달체계가 요구되고 유사명칭의 사용도 금지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개정된 법에서는 폐지되었다(법 제 19조 삭제).

정신보건시설에 관한 국가의 의무 중에 강제조항은 정신병원 설치(법 제 8조)에 불과하다. 이 조항에 의한 국립정신병원의 확충은 단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제 8조 2항의 '정신의료기관의 지정'을 통하여 지역간 균형, 지역사회관리,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인력 교육 훈련을 담당하게 하였다.

개정된 법에서는 이와 같은 지정을 취소함으로 인하여 민간의료기관의 분포 및 지역사회관리에 대한 정책수단을 스스로 위축시켰으며, 민간의료기관의 정신보건사업의 활성화를 기피하고 행정편의에 의한 보건소 중심의 정신보건사업을 강조한 셈이 되었다. 특히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에 필요한 인력의 교육 훈련을 각 단체 혹은 기관에 위임함으로써 지역사회적 관리의 통합적 접근방식(팀접근)의 중요성을 역시 간과하고 있다.

2) 정신보건전문인력
정신보건에 필요한 인력은 매우 다양하다. 정신보건법에 명시된 정신보건전문인력 외에도 작업치료사를 위시한 많은 다양한 인력이 요구된다.

법에 규정된 정신보건전문요원은 그 훈련 과정을 통하여 최소한의 질 관리를 보장받기 때문에 척박한 우리 환경에서 정신보건사업을 수행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력으로 백안시할 대상은 아니다. 오히려 법에 규정되지 않는 다른 기타 치료사들도 포함시켜야 한다.

문제는 수련기관의 자격과 그 목적이다. 당연히 교육기관에서 합목적적인 수련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행법은 그렇지 않다. 시행규칙 제 2조를 보면, 자격기준을 갖춘 정신의료기관 외에 전문요원의 수련기관이 정신요양시설을 포함한 정신보건시설 또는 보건소로 규정하고 있다.

정신의료기관의 규정은 시설과 인력 등에서 질 관리를 기준으로 하는데 반하여, 정신보건시설 또는 보건소는 그렇지 않다. 더욱이 이런 교육환경이 재활과 사회복귀가 중심이 되는 지역사회적 훈련을 요하는 목적이라면 매우 모순적이다.

특히 협업정신이 배양되지 않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사회복귀시설의 설치 운영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면 정신보건사업이 요구하는 통합적 교육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며 부실한 정신보건전문가 양산이 우려된다.

정신보건전문인력은 기본적으로 지역정신보건사업의 확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문인력이다. 정신보건시설의 전문화를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정이다. 지역정신보건사업은 다양한 전문가의 협업정신을 기초로 최적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교육 훈련 과정은 이를 토대로 수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공급체계를 가져야 한다.

4년이 채 되지도 않는 짧은 기간 내에 정신과전문의를 훨씬 상회하는 약 2,000명이 넘는 정신보건전문가가 양산이 되었다. 이들이 요구하는 독립성, 전문성에 대해 정신과전문의는 지역정신보건사업에서나 양질의 정신의료기관으로 대답하여야 할 때가 매우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것이다.

3) 정신보건전달체계
정신보건법에서 강조하는 방법론은 지역정신보건사업이다. 정신의료기관 외에 사회복귀시설과, 보건소 혹은 지정 정신의료기관을 통하여 지역정신보건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흔히 지역정신보건센터로 칭한다. 이러한 기관들을 통한 정신보건전달체계는 기존의 정신의료전달체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직접 혹은 간접 서비스를 지역주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목적사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지역사회에서 예방과 재활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정신보건시설로서 손색이 없다. 다만 법에 규정이 되어 있지 않고, 행정서비스에 대한 권한 위임을 받지 못하였다. 이는 보건소 소관이다.

정신보건체계와 정신사회복지체계가 분열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 지역정신보건센터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구조적으로 불합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정신보건복지체계의 통합기전으로서 오랜 기간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기존의 정신의료체계에 익숙한 정신과전문의들에게는 매우 생소하고 이질적인 체계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 중요성 때문에 오랫동안 시도되고 있다. 일정한 성과도 거두고 있다. 민관협력체계의 정착, 다양한 정신보건전문가들을 통한 정신보건복지의 통합, 탈원(시설)화의 성과 등이 그 예가 된다.

이와 같이 정신보건법의 정신과 원칙에 가장 부합되는 지역정신보건센터의 운영체계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법에 지역정신보건센터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민간 혹은 공공의 구분도 모호하다. 단지 시범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정신보건전달체계에서 지역정신보건센터의 운영체계가 독립적 체계의 개발 혹은 기존 체계로서의 보건소 활용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역정신보건사업의 주체에 대해서 연구와 전문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 제 13조 2항, 시행령 제 3조 2항이 신설되었다.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기준을 과거의 지정 정신의료기관, 보건소에서부터 정신의료기관, 비영리법인, 정신과전문의, 1급 정신보건전문요원으로 확대하였다.

그 의미는 첫째 지역정신보건사업을 국가의 의무에서부터 민간에게로 위임한 것이고, 둘째는 정신과전문의의 배제 내지는 역할 축소의 의도가 뚜렷하고, 셋째는 비전문가에게도 비영리법인 설립 혹은 사회복귀시설의 설립을 통하여 국가의무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국가가 면허를 인정한 최고의 전문가는 이러한 전달체계에서 소외가 되는 웃지 못할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역정신보건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수행되는 비전문가에 의한 진단, 재활치료 등 의료행위를 통제할 수 없는 경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과거와 달리 보건소의 정신보건업무에 대한 참여는 실로 놀라울 정도이다. 정신보건에 관한 한 정신보건시설의 지도 감독에서부터 직접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이 망라되어 있다. 때로는 일차의료기관으로, 때로는 전문의료시설에 대한 상위기관으로 혼돈스럽기 짝이 없다.

국립정신병원과 같은 국가기관이 있음에도 유독히 법을 앞세워 보건소를 통하여 모두 관장하려 함은 올바른 정신보건전달체계를 위하여 정책부제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법 제 39조 5항에 의한 정신보건시설의 퇴원·퇴소 환자에 대한 보고의무(시행규칙 제 21조 4항의 신설)는 정신질환자 인권보호 측면에서 엄중하게 적용이 되어야 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정신의료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최적의 양질의 서비스는 무엇인가?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정신보건서비스는? 모든 국민이 차별을 받지 않고 사회적 정신적 건강을 영위할 수 있는가? 기존의 체계가 이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고자 만들어 진 것이 정신보건법이다.

기존의 관행에 따른 정신의료체계가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정신보건법을 통하여 지난 4년여간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법의 정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 관료주의, 관련 전문가의 이기주의, 소비자의 행태 등 넘어야 될 산이 적지 않다.

새로운 정신보건체계 혹은 정신보건복지체계가 필요하다면, 새로운 대안의 개발도 쉼이 있을 수 없다. 정신과전문의에게는 정신보건법이 이러한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이미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넓은 안목이 필요하고, 다각적인 토론도 필요하다. 의약분업의 소용돌이 속에서 요즘 불거지고 있는 정신보건법에 대해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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