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18:04 (목)
시론 의료과오 형사처벌 중지해야

시론 의료과오 형사처벌 중지해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10.07 15:0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구일 원장(경기 파주·연세미래이비인후과의원)

▲ 의료와 사회 포럼 조직국 간사

영국에서 지난 1981년에 아서사건이라는 유명한 의료사건이 있었다. 유명한 소아과 의사인 아서박사가 다운증후군에 걸린 신생아에게 최소한의 처치만 한 것이 문제가 돼 아서박사가 살해기도죄로 기소되어 나중에 무죄방면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의사의 진료행위는 그 윤리적 근거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미시경제학엔 생산가능곡선이란 것이 나온다. 총 100자루와 옷 100벌을 만들 수 있는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처음에는 옷 10벌을 더 만들기 위해 총 10자루를 만들 수 있는 재원을 전용하지만 나중에는 옷 10벌을 더 만들기 위해선 총 20자루 만들 수 있는 재원을 전용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 생산에 비해 비효율적인 자원의 사용은 생산한계곡선을 만들어 최소한의 자원을 사용해 최대한의 효율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생산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미시경제학적 도구로 의료를 해석해 전체의 효과적 의료비 사용을 위해서는 개인적 만족감을 위한 한계생산에 가까운 효율이 떨어지는 곳에는 비용을 투입하지 않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의료의 비효율이란 무엇일까? 어차피 죽을 운명인 말기 암환자의 연명치료는 그 대표적인 비효율이 아닐까? 그럼 효율을 강조하자면 연명치료는 하지 말아야 할까?

그럼 윤리적으론 어떤가?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보듯이 가망 없는 환자를 집으로 보낸 것이 위법이라는 해석 아래서 의사들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

의료를 시행하는 의사들에게 비용절감을 위해 치료를 중단하도록 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본다. 윤리적으로 납득되지 않지만 적어도 현실에선 의사들에게 돈도 적게 쓰라는 경제적 의무와 환자를 대신한 윤리적 의무가 부딪힌다. 주인 없는 통제와 권리 없는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은 일인가? 과연 누가 이러한 경제적 과제, 윤리적 과제, 사회적 과제들을 태우고 가는 구급차를 운전할 것인가? 경제학자가, 윤리학자가, 아님 법률가가.

'인간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명제에서 모든 것을 효율과 비효율로 딱 부러지게 나누어 재원을 투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료는 그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과연 누가 의료에 전문가인가 생각해 보자. 누가 의료를 운전해야 하는가 고민해 봐야 한다.

의사의 두 발은 경제적 측면과 윤리적 측면을 딛고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돌을 흔든다면 의사들의 의료행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위축된 의료행위는 결국 소신진료를 방해하며 환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다.

마침 아시아·오세아니아의사회연맹(CMAAO)이 서울대회를 통해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에서 의료과오에 대한 형사처벌을 중지하고 유럽 등 선진국 등과 동등한 정도로 형사처벌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장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보라매사건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윤리적 문제는 제도 정비를 하지 않는다면 더욱 더 문제가 될 것이 자명하다. 과실 없는 과오에 대한 형법적용은 결코 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의료행위는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그 행위에 담겨있는 윤리적 의미도 역시 함부로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이 귀한 의료 행위를 제공 받으려면 행위 자체를 귀하게 여겨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