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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위험 속에서도 진료활동 펼쳐

여진 위험 속에서도 진료활동 펼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10.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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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이정환 기자 3신]건물 흔들려 의료지원단 대피
건물 무너지고 환자들 병원 밖으로…지원단 손길 바빠

지진피해로 신음하고 있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의협 긴급의료지원단이 진료캠프를 연 지 나흘째인 19일.

진도 5~6 정도의 강한 여진이 의료지원단의 아침을 흔들었다.그동안 여진은 계속 있어 왔지만 오전 8시경 발생한 이번 여진은 건물이 흔들리고 무너질 정도.의료지원단들은 황급히 건물을 빠져나와 대피했다.옆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하고서야 비로소 이번 지진이 대수로운 게 아님을 절감했다.

여진으로 인한 위험 속에서도 의료지원단의 진료는 계속됐다. 의료지원단은 이날 아유브대학병원 측에서 입원 및 외래환자를 진료해줄 것을 요구해 외상이 심한(골절·절단 등) 환자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히 오전 8시에 이어 8시 20분에도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아유브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 병원 안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해 병원주변과 진료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고 정신적 충격에 빠져 있는 환자들이 지진의 악몽이 되살아나기라도 하듯 병원 안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자, 병원측은 수술실 일부를 폐쇄하고 병실에 입원해 있는 모든 환자들을 병원 앞 광장으로 모으고 200여명 규모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텐트 2개를 설치했다.

덕분에 의협 의료지원단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병원 밖으로 나온 환자들은 물론이고 텐트 안에 들어가지 못한 환자들이 많아 의료지원단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병원측은 병원 밖으로 나온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인력이 모자라자 진료단에 환자 일부를 책임지고 진료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진료단은 인력을 분산시키기보다는 한 곳에서 이들 환자를 보기로 결정했다.

오전부터 갑자기 몰려든 입원환자들 때문에 진료단 외상팀은 눈코뜰새 없이 바빴으나 일사분란하게 현지인들을 진료했다.문제는 병원측이 지진피해로 입원한 환자들을 초기에 제대로 처치하지 못해 상처가 곪아 처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

외상팀 박승연(길병원 외과 레지던트 3년) 씨는 "1차 처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을 막기 위한 소독인데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간단한 상처 치료를 받지 못해, 심하게는 환자의 손이나 발을 절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환자들 중에는 종아리뼈가 그대로 드러나거나 아예 팔이나 다리가 잘린 경우가 많았다.더군다나 파키스탄 현지인들은 물론 병원 관계자들도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어 상처를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환자들이 상처가 심해져서 고통을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상팀 차지호(공보의) 씨는 "16일부터 진료를 하다보니 두세 번 진료소를 찾는 환자들이 많아지는 것과 더불어, 상처가 아물어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며 "더 열심히 진료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현재 내과·소아과 환자들의 경우 영양섭취가 부족하고 심한 탈수증세로 간단한 질환이 만성질환으로 확대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되는 상태다.

한편 의협 의료지원단이 아유브 대학 병원에서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50km 정도 떨어져 있는 발라코트(두번째로 피해가 심한 도시)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오는 등 현지 이재민들의 의료지원단에 대한 강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치료를 받고 아유브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한 환자는 "병원에서 진료받은 것보다 한국의료지원단에서 치료받는 게 더 위생적이고, 상처가 아물어가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더욱 치료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의료지원단은 오후 5시 50분경 진도 5 규모의 강한 여진을 또 한번 경험하면서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해지기도 했다.

서정성 단장은 "진료소가 안정을 찾고 병원 입원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찾아와서 진료를 받는 모습이 좋았으나, 여진의 위험이 있으므로 특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의료단에게 강조하기도 했다.

의협 의료지원단이 의료 캠프를 연 뒤로 하루 평균 250여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게 됐지만, 아직 인근에 고립돼 있는 주민들은 구호품은 전달받을지언정 의료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방치된 곳이 많다.곧 겨울이 다가오는데 이들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을 것 같다.구호의 손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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