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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11:38 (금)
'합리'에 대한 기대

'합리'에 대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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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2.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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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은경 원장(광주·중앙소아과의원)

비밀이 많아지고 말대꾸가 자꾸 늘어나는 나이가 있다. 이 또래의 아이를 키우기란 어찌나 당황스러운지. 젖비린내 솔솔 풍기면서 다 자랐다고 우기는가 하면 다 자란 것처럼 굴다가도 돌아서서 당당하게 부모도움을 요구한다.


이럴 때쯤 나는 우리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이가 아프면 어느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할 지 망설여진다며  아직도 소아과로 가는 것이 맞는지, 이제 내과로 가야 하는지, 아니면 어른들처럼 증상에 따라 적당한 과를 바로 찾아가야 하는지 혼돈스럽다고 했다.

의료 일원화를 죽기 살기로 반대하는 한의사들이 현대의학의 과 분류체계를 들어 의료이원화보다 백배는 복잡하다고 비판하던 글에 실소를 하던 생각이 났다.


대답을 잠시 망설인다. 의사 수로 보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도 넘치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한 다리만 거치면 다들 아는 의사 하나씩은 있는 작은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지라 선진 외국에서는 열일곱 살까지 소아과에 와서 진찰을 받는다는 말도 조심조심 한다.


'소아'과라니 자기가 어린아이냐고 한단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또래를 만나면 통성명보다 먼저 나이를 묻고 반말 단속을 하는 요즘 아이들이니 어련할까. '소아'는 어린 아가를 칭하는 말이 아니고 성장과 발달 중에 있는 모든 아이들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면 알듯 말듯 한 표정들만 짓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소아과'라는 이름이 적절하지 못하기는 하다.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진료의무를 제대로 해 오지 못했던 탓도 크니 청소년들이 어느 병원을 가야할지 혼돈스러워하는 것을 어찌 이름 탓만으로 돌릴까만. 


절차를 거쳐서 잘 진행되던 '소아과'의 '소아청소년과' 개명작업이 예기치 못했던 암초에 부딪쳤다는 소식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의사들인데 누가 청소년을 치료한 들 무슨 문제이겠는가만 느닷없이 반대하고 나서는 이유가 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나서서 설명해주는 사람 하나 없다. 만약 이러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성장과 발달 과정 중에 있는 청소년의 건강을 더 잘 책임질 수 있으니 너희는 간판 달지 말라고 한다면 정말 다행이겠다. 그러나, 내가 짐작하듯 어려운 의료 환경 탓에 이러는 것이라면 서운하고 씁쓸하기 짝이 없다.


가벼운 질환은 약사들에게 맡겨도 된다는 사람들을 계몽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허옇게 샐 지경이다. 합리적인 태도를 바라는 것이 우리끼리도 이렇게 어려워서야 의사들을 외면하고 있는 국민들은 무슨 수로 다시 우리 앞으로 돌려세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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