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평생 주치의가 되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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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2.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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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회원(새안산의원 이사)

<이재광 회원>

이름

이재광(42)

소속

새안산의원 이사

경력

2005~

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

 

 

안산교육을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 공동대표

 

2001~

안산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협의회 의원

 

2000~

안산의료소비자협동조합 새안산의원 근무 및 이사

 

1995~1999

한백의원 근무

 

1995

한일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수료

 

1988

중앙의대 졸업

 

"잘 나가던 병원 접고 지역 속으로 뛰어든 의사"
송기헌 회원(안산 송기헌소아과의원장)
지금은 원곡 외국인이주노동자 진료소 문을 닫았지만, 예전에 진료소를 함께 운영했던 선생님을 추천할까 합니다.
좀 생소하지만, 의료생협이란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의사입니다. 일본에서는 의료생협이 매우 보편화되어 있어 많은 지역주민이 참가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의료생협이란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해서 지역생활공동체 안에 병원을 세우고 의료서비스를 나누는 것을 말합니다. 의료생협의 장점은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의료서비스를 공유할 뿐 아니라, 건강반이나 문예반 같은 모임을 운영해서 주민 스스로가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겁니다.
이재광 선생님은 뜻한 바가 있어 개원하던 병원을 접고 안산지역에 의료생협을 만들었습니다.이 선생님이 주위의 반대를 만류하고 의료생협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쉽지 않았을텐데 5년이란 긴 세월동안 꾸려오고 있다는 게 참 대단해보입니다.
이 선생님, 요즘은 생협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연락 자주하고 지냅시다.

"여러 사람들이 조금씩 사랑을 나누면 모두가 살기 좋아집니다. 그것이 생협의 기본 개념이죠."

기자에게 생협이란 대학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체험해봤던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 새내기 시절 5000원씩 출자하면 생활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졸업할 때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당시엔 누구하나 생협에 대해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등록금고지서와 함께 통보되었으니 아무 생각없이 5000원을 냈던 것 같다. 그리고는 대학 4년 내내 생협을 요긴하게 잘도 이용했다. 색색의 펜이며 노트들로 나의 지갑을 열게 했던 학용품점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했던 서점이며……. 지금 생각해보니 생협에 5000원을 지불하고 4년 동안 학교 내에서 편하게 학업에 필요한 용품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가끔씩 생협의 날에 제공되는 20원짜리 커피도 좋았다.

의료생협도 마찬가지다."의료생협은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해서 주민 스스로가 만든 자치 조직체입니다. 조합원이 의료기관을 세우고 운영하고 소비하는, 말그대로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건강 분야는 전문 분야이다보니 의사 등 의료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사인 저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지역사회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재광 원장은 2000년 뜻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안산의료생활협동조합을 만들고 조합원 출자금으로 새안산의원과 새안산한의원을 세웠다. 또 2001년엔 방문진료를 시작하고 보건학교를 열었으며, 2004년에는 재가케어복지사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어디 그 뿐인가. 생협 조합원들이 만든 건강반이나 문예반 등에 참여하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원장은 의료생협과 다른 의료기관의 가장 큰 차이점이 '환자-의사와의 신뢰'라고 강조한다. 적정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의료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예방활동이나 재가진료서비스 등을 통해 건강에 대한 지역주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도 앞장선다.

그렇지만 6년전 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소를 통해 여기저기에 이름이 알려진 그에게 의료생협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제안했을 때만 해도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고.

그가 병원 문을 닫고 의료생협에 뛰어들게 된 결정적 이유는 "늘상 반복되는 일상의 안정적인 삶을 살기 보다는 좋아하고 재밌는 일을 찾아서 즐겁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병원을 접고 1년동안 의료생협이나 먹거리생협들을 견학하고 공부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굳히게 됐다.

물론 적자를 면할 수 없어 보이는 의료생협을 5년동안 이끌어오기까지는 주위의 반대와 오해도 많았다. 잘나가던 병원 문을 닫고 수입이 뻔한(?) 봉직의가 되겠다고 하니 가족들의 반대는 물론이요, 심지어는 동료 의사들로부터 괜한 짓한다는 오해도 많이 받았단다.

"의료생협이란 개념을 잘못 이해해서 비의료인이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병원 차린다고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주위 병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구요. 하지만 생협은 엄연히 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환자들에게 본인부담금 3000원을 똑같이 받고 있으니 이상한 단체는 아니에요. 문제는 사람들의 오해처럼 사이비 생협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때일수록 저희 안산의료생협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대로 의료생협을 꾸려서 이런저런 오해도 없애고 사이비 기관들도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말이죠."

이재광 원장이 의료생협 방문진료 서비스의 일환으로 환자들의 집을 방문해 진료하는 모습

국내에서 3번째로 만들어진 안산의료생협은 다른 생협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처음엔 법적 최소 조합원인 300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조합원이 1500여명이나 된다. 처음에는 감기로 찾아온 주민들이 병원에서 약 처방을 안해 준다며 반신반의 했지만, 이제는 멀리서까지 찾아올 정도로 생협에 대한 신뢰가 깊다고. 또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고 평생 맞춤 건강관리를 해주는 주치의 제도 덕분에 주민들의 애정이 대단하다.

지난 10월에는 생협은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 내시경과 초음파 장비 등을 들여놓고 건강검진센터를 열었다. 덕분에 그는 요즘 조합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쩍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개원 초기엔 365일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12시간 내리 일하던 것을 지난 해부턴 힘에 부쳐 두 시간 단축했었는데, 건강검진센터 개원을 위해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주면 다시 근무시간을 연장하리라 결심하고 있었던 것. 다행히 최근 한 명의 의사를 더 충원해 일하기가 한층 수월해졌단다.

"생협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자선사업이나 봉사단체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조합의 일원으로서 월급을 받고 성실하게 일할 뿐이에요. 주민들도 질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만큼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출자금을 내는 등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조합을 통해 주민들이 서로 화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지역사회가 풍요로워 질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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