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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변화하는 심평원, 의료계도 변화 필요하다

시론 변화하는 심평원, 의료계도 변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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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2.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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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이화의대 예방의학교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은 듯 하다. 변화의 주된 방향을 간추리면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우선 첫 번째 변화로서 고객중심의 행정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세부 노력을 시도하고 있음을 꼽을 수 있다.

심평원이 고객지향적인 변화와 혁신을 표방할 때만 해도, 숱한 조직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구두선으로 그치고 말겠거니 했다.

그러나 홈페이지를 바꿔 나가고 국민과 의료공급자에 대한 창구를 마련하고, 내부 직원들의 혁신을 요구하는 일련의 변화노력을 보면서, 내심 반갑기도 하고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홈페이지를 쌍방향 의사소통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한편,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공개를 늘리려는 노력은 돋보이는 부분이다.

다만 심평원이 축적하고 있는 대부분의 진료정보가 의료공급자의 노력으로 생산된 것임을 전제할 때, 정보 및 권한의 공유에 대한 요양기관들의 요구를 어떻게 정책에 반영할 것인가 등은 만만치 않은 숙제로서 변화역량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외부로 변화의 조짐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 최근이므로 이러한 변화가 심평원이라는 조직의 이미지와 위상을 바꾸는데 얼마나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선, 섣부른 판단조차도 이른 시점이며 이후 변화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그러나 심평원이 건강보험정책의 주요 수요자인 국민과 요양기관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최일선 창구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자기혁신과 고객지향적인 노력은, 성과이전에 우선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만으로도 향후 건강보험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는 복지부의 숱한 산하기관들이나 여타 공조직들의 구태의연한 모습과 비교해도 참신한 시도임에 분명하다.

두 번째 변화로 지목할 수 있는 점은, 종전의 심사사례별 대응에서 총괄지표별 관리방식으로 업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전산심사 확대, 녹색인증제 도입, 급여적정성 종합관리제 추진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흐름은 의약분업 이후 증가된 업무량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로서 심사업무의 효율화를 추구해온 일련의 업무혁신 연장선상에서 파악되는 변화이지만 향후 의료공급자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지대하다는 점에서 주목해야할 사항이다.

즉 개별 행위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의료공급자의 몫으로 인정하는 대신, 심사조직은 거시지표의 피드백을 통해 의료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로서, 결과적으로 공급자는 개별 진료에 대한 심사자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대신 진료의 효율성에 대한 책임과 경제적 위험을 떠안게 된다.

이러한 정책변화는 공급자와 심사조직간 개별 심사건의 삭감을 둘러싸고 지엽적인 갈등과 불신으로 점철되었던 비생산적인 관계를 개선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으며, 정책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도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거시지표의 피드백과 통제를 미시적 수준에서 진료의 질을 왜곡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에서 이루어지도록 조정해야하는 문제와, 의료의 다양성을 저해시키지 않을 수 있도록 정책의 유연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의 해결이 정책의 타당성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세 번째 변화는 두 번째 변화와 연결된 사항으로서 심사에서 평가로의 중심축 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평가업무는 심평원이 보험자로부터 독립하면서 새로이 추가한 업무로서 설립초기엔 '약제적정성 평가' 등 양적 지표들을 중심으로 지표관리를 해오다 보니 진정한 의미에서 적정성 평가라기 보다는 총량관리의 연장선이라는 비판도 다수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심사평가의 주된 업무방향이 진료과정에 대한 개별 심사에서 진료결과에 대한 성과평가로 전환된다면, 현재 약제적정성 평가 등과 같은 일련의 양적지표들과 최근 추진중인 임상지표 평가는 진료의 양적, 질적 성과를 평가하는 양대 지표로서 평가정책의 골간을 구성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년부터 심평원이 시범사업을 계획하는 임상지표 평가 및 진료비 가감지급 방안은 최근 의료기관 평가로 대표되는 '질평가정책 강화'라는 정책동향의 하나로서 포괄적인 흐름속에서 파악될 필요가 있으며, 이제 '진료의 효율성' 못지 않게 '의료의 질 보장'이 핵심 정책목표로 대두되고 있음을 의료계는 주지할 필요가 있겠다.

이상에서 언급한 심평원의 일련의 변화가 의료계에 시사하는 바는, 의료계의 핵심 정책파트너인 심평원이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세련되고 합리적인 정책주체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의료계 또한 정책주체로서 상응하는 변화를 도모하지 않을 경우, 정책파트너로서 균형된 위치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 의료정책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다원화되고 있으며 다원화된 이해주체들이 투명한 협상테이블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통해 정책산물들이 결정되고 있다.

고객지향적인 조직으로의 전환은 상대 파트너에 대해 갖춰야할 의무와 예의를 다하겠다는 약속의 공표이며, 거시지표 관리와 평가중심의 정책 또한, 실증자료를 중심으로 이해주체들을 설득하겠다는 전략인만큼, 의료계 역시 이에 걸맞는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심평원의 정책변화는 심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 또한 과거에 비해 한층 대처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대주체의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견인해내는 길만이 상호공존을 가능케한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지혜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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