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 활성화 정책 윤곽 나왔다

의료산업 활성화 정책 윤곽 나왔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5.12.09 17:5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용 구매카드제·줄기세포법 굵직한 방안 제시
의료산업선진화위 '의료산업 활성화 정책 방안 세미나'

▲ 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8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료산업 활성화 정책방안 세미나.

지난 10월부터 첫 회의를 시작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그동안 회의 결과를 토대로 정책방안을 발표, 정부의 의료산업 활성화 정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주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8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료산업 활성화 정책방안 세미나'에선 △의약품 산업 △의료기기산업 △의료 R&D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의료선진화위원회의 각 전문위원회별 정책 방안이 제시됐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 방안에는 ▲의약품·의료기기 등 의료용품 전용 구매카드제 ▲줄기세포법 제정 ▲의약품 부작용 신고자 인센티브제 ▲임상연구 및 의약품 부작용 신고 실적을 병원평가에 반영 ▲대규모 첨단의료클러스터 조성 등 향후 의료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제시돼 관심을 모았다.

최경수 의료산업발전기획단 공동 단장(국무조정실 정책차장)은 "정책방안은 정부가 의료에 대한 규제적인 인식을 벗고 의료를 미래의 국부를 창출할 산업화 대상으로 인식,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미나에선 정책 방안이 지나치게 새로운 센터 설립에 의존하거나, 구체화·집중화되지 못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호 ㈜기술과 가치 대표는 주제토론에서 "정부가 의료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욕에 앞서 무조건 밀어주기식 정책을 마련하다보니 OO센터나 출연연 등의 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며 "그러나 기존에 설립된 센터의 역량을 최대화하는 과정없이 지나치게 정부통제 위주의 기관에 의존할 경우, 오히려 민간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봉용 대웅제약 소장은 "허울좋은 시혜성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며 "같은 지원정책이라도 효율성이 높은 방안에 집중, 업체들이 실감할 수 있을 정도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류호영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부단장은 "현재 발표된 안은 아직 확정된 안이 아니며, 앞으로 일관된 정책 추진을 위해 발전전략과 주요과제를 선정하는 단계"라고 설명하고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향후 정책 마련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주제토론 패널을 비롯, 발표자 조차 의학자 등 의료계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참석하지 않아 의료산업 발전의 핵심 축을 담당할 의료계의 목소리가 없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의약품 산업

이번 세미나 중 가장 논란이 된 분야이다. 위원회는 신약과 제네릭이라는 두가지 카드를 모두 꺼냈다.국내시장에서 한발 나아가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2015년 현재 1.8%에 그친 세계시장 점유율을 6.0%인 3배이상으로, 의약산업 경쟁력을 세계 7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임상시험 승인단계부터 후견인 지정하는 신약전담지원체계 구축 ▲향후 세계시장의 수요를 고려, 고혈압·발기부전치료제 등 라이프 스타일 의약품 집중 지원 ▲원료를 직접 생산하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 ▲의약품 구매전용카드 및 전자태그 시스템 도입 ▲의료기관 평가항목에 의약품 부작용 보고 반영 ▲부작용 보고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위원회가 제시한 정책 방안은 대체로 제도에 관한 것으로, 실제 산업화를 이끌어갈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은 미흡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도록 돕기 위해선 신 물질에 대한 전임상·임상초기단계를 국내에서 진행한 후 글로벌 기업에 라이센싱아웃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현실적인 방향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조중명 의약품산업 전문위원(크리스탈지노믹스 사장)은 "여러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제네릭 개발 부터 신물질에 대한 해외 라이센싱 아웃까지 국내 의약품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다각도로 접근하겠다"며 관련전문가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의료기기 산업

위원회는 질 높은 의료기기가 국내 의료기기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국내에서조차 외면당하고 있는 데 대한 대책을 마련, 국내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에 전력 투구할 계획이다.

윤영로 의료기기산업 전문위원(연세대 의공학과 교수)은 "아주대병원 등 국내 8개대학 병원을 조사한 결과 국산의료기 사용비율이 10%에 불과했다"며 "품질을 갖춘 의료기기가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내실화하고, 의협 등 관련기관과의 공동세미나를 통해 국산 전자의료기기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또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의료기기 품목 재조정 작업을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 잠재적 위험성이 낮고 비의료용이어도 무방한 품목은 공산품으로 관리토록 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이밖에도 ▲의료기기산업지원센터를 설립해 기술개발 및 수출을 지원하고 인력 교육을 담당토록 하고 ▲신의료기기에 대한 수가를 차별화하고, 심평원 보험급여 적정성 평가와 심평원 허가 심사를 일원화함으로써 신기술 개발을 독려하며 ▲의료기기 구매전용카드제를 도입하고 중고의료기기에 대한 정기검사를 강화해 투명한 유통체계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의료 R&D

위원회가 지적하는 R&D 분야의 가장 큰 문제는 우수 인력 등 R&D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위원회는 2003년 현재 전체의 19%에 불과한 연구수행 종합병원을 2010년 30% 수준으로 확대하고, 다국가임상시험 유치 건수를 현재의 62건 수준에서 1000건 수준으로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임교빈 의료 R&D 전문위원(한국산업기술평가원 전문위원)은 이를 위해  "임상연구 등에 대한 참여실적 및 연구성과 등을 병원평가에 반영, 의료기관의 임상연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이와 더불어 의료기관을 임상시험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 국제 수준의 임상전문인력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또 "의과대학이나 병원같은 우수 인적 인프라를 갖춘 기관들의 인력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의과대학 등의 실적 및 교수평가 시 산학연 협력 연구 실적을 적극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방안은 2단계 BK21사업이 특허·기술이전·산학공동연구 등 산학협력지표에 대한 비중을 강화키로 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위원회는 이밖에도 생명윤리 및 바이오 임상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줄기세포법 제정 ▲연구용 제대혈 은행 설립 ▲성체 줄기세포 치료제 센터 개설 ▲중앙 동물실험실(Central animal core lab) 설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석관 연구원은 "의료 R&D 부분은 여러 산업 분야에 모두 해당되는 분야임에도 별도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바람에 각 전문위원간 영역이 불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전문위원은 "전문위원 영역을 무리하게 나누다보니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전문위원회의 공동 회의를 자주 개최해 같은 내용을 중복 논의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누락시키는 일을 막겠다"고 말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위원회의 의료클러스터 육성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사업과 병원중심의 의료클러스터 추진사업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정부의 조성계획에 따라 민간이 참여하는 것으로, 의료와 비의료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형식이다. 반면 병원 중심의 의료클러스터는 기존 병원을 중심으로 연구소·기업·대학이 상호연계하는 것으로, 자발적으로 형성된 네트워크에 정부가 지원하는 형식이다.

정기택 첨단의료복합단지 전문위원(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은 "위원회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중점으로 추진하되,현재 진흥원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병원 중심 클러스터도 지원할 계획"이라며 "두 과제 모두 내년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재호 대표는 "국내외 사례를 보면 인위적인 단지 조성이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며 "기존 인프라를 최적화하는 병원 중심 의료클러스터를 집중 육성하는 방안이 더 성공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위원회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을 위한 추진모형 설정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 과제를 공모한 상태이며, 다음 주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또 내년 4월부터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부지를 선정하는 연구용역과 첨단의료복합단지 종합지원체계 마련 연구용역을 추진, 내년 9월쯤 정부 방침을 확정하고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