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한방 임상시험 활성화 방안

'반쪽짜리' 한방 임상시험 활성화 방안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12.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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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적 안전성 내세워 동물실험 뛰어넘어 인체시험
전문인력 없는 상태서 한방임상시험센터 구축 논의

한의약 육성을 목표로 한방 임상시험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한약은 오랜 경험상 이미 안전성이 확보됐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성 검사는 불필요하다는 식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한약에 대해선 동물실험(전임상시험) 없이 바로 인체실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어서 생명윤리 논란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산하 '한의약 R&D 중장기 발전방안 기획위원회'는 지난 9일 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방 임상시험 활성화 방안 공청회'에서 한방 임상시험에 대한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권영규 대구한의대 교수는 '한방임상시험 현황 및 개요'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신약과 한약의 임상시험의 차이점에 대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신약은 전향적 연구성격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물질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물실험→사람시험→제약 및 시판 후 시험'의 단계를 밟는 반면, 한약은 축적된 경험에 근거한 처방이므로 동물실험 없이 바로 인체시험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즉 KGCP(의약품임상시험관리기준)상 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은 안전성과 유효성 검사를 하게 되나 한약제제에 대한 임상시험은 유효성 검사만 거치는 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권 교수는 "지난해부터 한의대 교수들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전문가과정을 이수하고 있고 서울대·울산대 등에서 진행하는 워크숍에 참여하는 등 교육을 받고 있다"며 "전국 한의대을 거점으로 한방임상시험센터를 육성하면 단기간에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기화 의협 정책이사

 

전문성 갖춘 현대의학임상시험센터와 협력해야
현대의학-전통의학 질병분류체계 통일 꼭 필요

한방신약도 일반적인 신약과 동일하게 우선 전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후 임상시험을 거쳐 제품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유력하다.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한방임상시험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올바른 방향이며 꼭 필요한 절차"라면서도 "그러나 한약이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 확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밑그림을 잘못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방신약의 경우도 축적된 경험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동물실험 없이 바로 사람에 대해 실험하는 것은 인체를 실험대상으로 보고 마루타 취급하는 것"이라며 "이번 방안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계 상황을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방 임상시험의 경우 위약(placebo)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약의 부형제처럼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는 물질을 탕약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어 "임상시험 전문인력이 되려면 단순히 전문가과정을 이수한 정도로는 부족하며 실제 임상시험에 참여한 경력이 중요하다"며 "전문인력에 대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방임상시험센터를 설립하려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다는 무리수"라고 언급했다. 그는 의료계의 오랜 경험이 축적된 임상시험센터와 직접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해결할 것을 권했다.

마지막으로 "전통의학은 증상 위주의 학문으로 질병의 원인에 초점을 두는 현대의학과 질병분류체계가 다르다"고 전제하고 "한방의 질병분류체계에 맞춰서는 객관적 데이터가 부족해 한방신약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질병분류체계를 현대의학과 통일시켜 서로 연관성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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