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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임기응변이 부른 재앙인가

시론 임기응변이 부른 재앙인가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12.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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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낙 가천의과대학교 총장

황우석 교수를 둘러 싼 진실게임이 근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대화의 한 이슈가 아닌가 싶다.

이번 문제의 핵심이 객관적이여 만하는 과학적인 논리와 상대적으로 주관적인 윤리문제가 엉키고 엉킨 실타래처럼 뒤범벅이 되어있어 혼란스럽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의혹이 갈수록 증폭 되여 가는 것 같아 아쉬움이 그지없다.

이 문제를 과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황우석 교수가 이끄는 줄기세포연구팀이 내놓은 일련의 연구결과들은 모든 세계인을 놀라게 한 실로 과학적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부인 할 만 한 객관적인 반론은 아직까지는 제기되지 않았다.

자연과학의 특성상 세계도처의 관련연구팀들이 황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자기들 연구에 응용발전 시키기 위해서라도 너 나 할 것 없이 반복 실험을 할 것이다.

이때 동일 실험조건 하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황 교수팀들이 전문가들만의 워크숍을 통하여서라도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인문 계통에서는 이론적 또는 사상적 '주장'만으로도 어떤 학설이 설립될 수도 있는 것에 반하여 자연과학계의 실험결과는 이 지구 어디에서나 같은 실험여건 하에서라면  반드시 반복가능 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당사자가 아닌 우리로서는 일단 거리를 두고 차분히 지켜 볼 일이지 요즈음처럼 국내 일반 언론매체에서는 물론 정치권에서 조차 황교수팀의 연구결과를 놓고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고 하여서도 아니 된다고 믿는다.

자칫 열정과 냉정, 감성과 이성이 혼재하여 우리 사회의 여론을 오도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에 심히 우려된다.

황우석 교수팀이 발표한 줄기세포 연구결과를 윤리적 측면에서 보면 연구실험에 쓰여 진 재료가 사람의 신체부위의 성체에서 얻은 줄기세포가 아니고 사람의 난자에서 얻은 배아줄기세포라는데 문제의 예민성이 내재되어 있어국내외 많은 윤리학자들과 더불어 종교계에서 한 목소리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넓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이른바 선진국에서 황교수팀의 연구실험결과 관련 거론되고 있는 윤리문제는 인간 생명의 기원을 논하는 저 높은 차원의 생명윤리문제가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며 낮은 차원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이 아니었느냐 점을 집요하게 묻고 있으며, 문제의 당혹성과 심각성이 거기에 있는 것이다.

연구팀 소속의 어느 한 여자 연구원이 자의로 자기 난자를 실험목적으로 기증하였다는 사실을 놓고 국내 생명윤리강령이 제정되기 전이냐 아니냐가 아니고 또한 '헬싱키 선언'에 부합하느냐가 아니라 그네들이 황우석 교수에게 던진 질문은 사실은 아주 단순 명료하였다.

황 교수는 팀 소속 연구원이 연구목적을 위해 자신의 난자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정도의 질문 이었다고 한다. 전해지는 언론보도에 의하면 그 질문에 황교수는 "몰랐다고"하였는데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단 돼었다고  여겨진다.

얼마 후 황 교수는 "알고는 있었지만 기증자의 사생활과 관련되어있고 기증자가 노출되지 않기를 간절히 요청하였기에" 모른다고 하였다는 해명을 한 것은 그네들에게는 황 교수가 말을 바꾼 것으로 받아드려진 것이다.

바로 여기서 그네들은 황교수를 정직하지 않은 사람으로 또는 정직하지 않은 과학자로 보면서 윤리성을 거론하게 되였다고 본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 벌여진 것이다. 황교수가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 별 생각 없이 임기응변차원에서 답하였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여 본다.

그러나 그것은 서양문화권에서는 결코 가볍게 다루어 질수 없는 신사도(gentlemanship)의 기본이고 반드시 지켜야하는 윤리적 사회생활규범에 속한다.

임기응변 능력을 우리사회에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보며 종종 머리가 좋아 '잘 돌아가'는 그래서 순발력이 돋보이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서양문화권에서는 임기응변적 바르지 않은 답변보다는 묵묵부답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드린다.

이른바 묵비권이 그네들 사고방식의 한 산물이라는 것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본다. 황우석 교수는 첫 질문을 받았을 때 차라리 기증행위가 있은 후 알게 되었지만 우리의 도덕관 또는 관습상 아주 여성스러운 개인문제를 사회에 노출하는 데에는 우리 사회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면 상황은 아주 달랐다고 본다.

공교롭게도 바로 얼마 전 유사한 예가 또 있었다. 어느 지명 인사 집안에 생긴 불행한 사건을 언론보도에 알리면서 교통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하여 놓고서는 며칠 후 다른 이유라고 발표하는 것 역시 '말 바꿈'의 전형이 아닌 가.

이를 지켜본 서양문화권에서는 왜 맨 처음에 홍보담당관이 불상사의 원인은 당시로서는 '밝힐 수 없다'고 하였다면 될 것을 왜 임기응변적 거짓 발표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기업의 정직성도 언급하는 것을 보면서 황 교수의 예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지난 12월 4일자 뉴욕타임에 실린 황 교수 관련 논설에서 "거듭된 거짓(repeated lies)"과 같이 거짓(lying)이라는 단어가 다섯 차례나 반복된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큰 아픔이 아닐 수 없다.

논설 중 “The Koreans should not be surprised if their next scientific breakthrough is greeted with extreme caution"이라는 마지막 결론문구를 우리는 어떠한 마음자세로 대하여야 할지 그저 당혹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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