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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학전문대학원이 정착하려면
시론 의학전문대학원이 정착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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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2.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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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갑범 연세의대 명예교수(허내과의원장)

이미 20여개 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선언하였고 또 3~5개 의대가 내년 초까지 추가 전환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이는 올해를 고비로 41개 의대 중 과반이 넘는 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이 될 것이라는 말이며 싫든 좋든 전문대학원제가 우리 의학교육제도의 큰 축이 됐음을 의미한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핵심은 M.D-Ph.D 과정(의과학복합학위과정)이라고 많은 의학교육자들은 말한다.

M.D-Ph.D 과정은 의사(의무석사)와 이학박사라는 두개의 학위를 동시에 이수해 우수한 의과학자를 길러 내는 것이며 미국의 경우 1964년에 하버드와 존스홉킨스 의대가 이 제도를 도입한 이래 현재 127개 의대 중 115개 의대에서 매년 정원의 5% 정도를 선발, 1만 5천명의 M.D-Ph.D 이수자를 배출했다.

M.D-Ph.D 과정의 설립목적을 보면 이 과정이 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핵심과정인지 알 수 있다.

M.D-Ph.D 과정은 기초과학 지식을 소유한 의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으며, 학제 간 연구 능력을 배양하고, 21세기 국제적인 무한경쟁 시대에 대응해 부가가치가 높은 생명공학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력을 길러낼 수 있다.

일부에서 현 6년제 의대 시스템 아래에서도 M.D-Ph.D과정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기초학문에 대한 소양이 없고, 학부 과정인 현 의대에서 박사 과정을 운영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얼마 전 포천 중문의대가 2006년 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 모집에서 M.D-Ph.D 과정을 도입한다는 보도를 봤다.

평소 M.D-Ph.D 과정을 얼마나 잘 운영하나에 의학전문대학원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해, 포천중문 대학원의 이 과정 운영에 지대한 관심이 갔다. 동시에 포천중문의대가 성공적으로 M.D-Ph.D 과정을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게 됐다.

모든 의학전문대학원이 M.D-Ph.D 프로그램 운영을 고민하고 있다면(그럴 것으로 생각이 들지만) 포천 중문의대만의 이 과정 도입은 그 대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모든 의대들, 나아가 한국 의학교육과 연구 수준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M.D-Ph.D 과정을 도입하려는 의학전문대학원은 이공학부를 성공적으로 이수한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

이 과정에 입학한 후에 박사과정은 자신의 대학에 있는 이공계 대학원에서 이수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원하는 다른 이공학 대학원과의 연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례로 연세의대의 경우 95년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고려해 M.D-Ph.D 과정을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약을 체결한 적이 있다.

어쨌든 전문대학원은 좋은 이공학 박사학위 코스를 과정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제반조치를 미리 해야 한다. 또한 각 의학전문대학원은 자신들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M.D-Ph.D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이와함께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다. 지난 96년 의학전문대학원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정부는 M.D-Ph.D 과정 지원을 약속한 바 있고 2002년 의학전문대학원 추진 시에는 M.D-Ph.D 과정 학생들에게 매년 1800만원의 장학금 지원과 군미필자에게는 군특례를 주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학생선발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 6년제 의대생을 뽑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미국의 하버드나 존스 홉킨스 의대의 경우 이 과정 입학생의 학부 4년과정 성적은 물론, 연구경험과 업적(논문) 등을 세세하게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런 선발형태가 되려면 각 전문대학원들이 M.D-Ph.D 과정 학생들을 어떤 방향으로 키울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여 그에 맞는 선발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여 학생들이 미리 그 기준에 맞는 준비를 차근차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부는 무엇보다 이 제도 정착을 위한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거다.

현재 우리나라는 M.D-Ph.D 과정을 운영해 본 경험자나 전문가가 없어,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학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난관들을 전문대학원들이 해쳐나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M.D-Ph.D 과정을 설치한 115개 중 33개 의학전문대학원 M.D-Ph.D 과정생 1,000여명에게 매년 NIH가 MSTP(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을 통해 전액장학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물론 나머지 의학전문대학원들도 학교 자체에서 지원한다.

이제 시대가 많이 변하였다. 지금 이 시대는 의사에게 단순히 환자를 진료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BT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의학교육은 해방 이후 거의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고 선진국과 비교해 의사들의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 사례도 드물다.

이제 국가와 사회는 의사들에게, 또 의대에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유능한 의사, 의학지식 외에도 경영마인드와 의과학을 선도할 수 있는 의사들을 요구하고 있다.

다행히 존스 홉킨스 의학전문대학원이 M.D-Ph.D 과정을 마친 의사들의 활동을 3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1994년에 발표했다. 이 과정 이수자의 90%가 의과학자로 진출해 활동한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우리도 30년 후에 그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들면서 가는 포천 중문의대에 큰 성공이 있기를 빈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선구자로서의 굳은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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