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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광고 허용에 따른 의료계의 변화
시론 의료광고 허용에 따른 의료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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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2.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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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규 (연세대학 의료법윤리학과 강사)

산업 전반에 걸친 정보화 바람은 의료계에도 많은 환경변화를 가져왔고, 특히 인터넷의 확산은 환자를 포함한 일반인들에게 의료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반면 의료기관의 관련정보의 무분별한 유출 가능성이 상존하나 이를 제도적으로 막지 못해 왔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지난 10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의료광고를 제한한 의료법 제46조제3항과 이에 대한 처벌규정인 제69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의 대상은 특정의료인의 기능 및 진료방법에 관한 광고에 대한 부분으로 광고의 범위 또는 내용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도 내년 상반기 중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취지에 맞게 의료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의료광고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 아직 구체적인 안을 갖고 있지 않지만 광고가 허용된 현행 12가지 항목 외에 의료계에서 인정한 치료기술 등을 병·의원이 광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신문광고 게재 횟수 제한도 철폐하는 선에서 의료법을 개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어느 정도까지 의료광고를 허용하는 것이 의료소비자·의료기관·의료인 모두에게 바람직하며, 의료광고의 허용이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이다.

첫째 현행 의료법상 의료광고에 대한 조항은 의료광고는 다른 일반상품 등의 광고와는 달리 광고의 주체·내용·범위·목적 및 광고매체 등에 있어서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의 제한을 크게 하는 이른바 '예외허용방식(positive system)'으로 대중광고를 엄격히 규제해왔다.

따라서 현행 예외허용방식은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부분은 예외적으로 규제하는 방식(negative system)으로 확대하고 기타 광고매체에 대한 제한 규정도 함께 검토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

의료규제에 대한 부분을 실질적(내용적)인 부분과 절차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볼 때, 우선 의료인의 기능, 즉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능력이나 재능 및 진료방법(즉 진찰과 치료방법)에 대한 광고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규제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다.

해당 광고가 허위, 기만 혹은 오도하는 광고가 아닌 객관적인 사실에 기인한 것이라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도움을 주고 의료인들 간에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므로 오히려 공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

금지대상이 되는 의료광고는 부당하게 비교하는 의료광고·비방적인 의료광고·환자를 유인하는 의료광고·비윤리적 행위의 의료광고 등이 포함된다.

절차적인 부분에서 의료광고의 매체에 대한 규제는 대중매체인 경우와 아닌 경우에 따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있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무분별한 광고가 범람할 경우 정부가 효율적으로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광고매체에 대한 전면적인 허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TV와 라디오에서의 광고는 광고의 허위성 여부를 판단할 능력이 취약한 노인이나 청소년 등 전 연령층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게 한다는 점과 고가의 광고비로 인한 의료비 상승 또는 의료기관의 경영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과 검토가 필요하다.

다만 일간신문의 광고의 경우 월2회라는 횟수 제한의 기준에 대한 뚜렷한 타당성이 없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이러한 의료광고의 허용이 경쟁력 없는 의료기관을 도태시킬 수도 있고, 오히려 경쟁을 통해 의료기술의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도 있으나, 이는 현 상황에서의 전면적 허용은 오히려 의료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

미국의 경우 특별한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는 없지만, 그렇다고 의료광고가 아주 활발하게 이뤄져 온 국가도 아니다.

그러나 1980년대 관리의료제도 및 HMO의 도입 등으로 의료환경이 크게 변화하게 되고, 의료기관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광고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으며, 환자에 대한 직접광고에 대해 지출이 증가하게 되었다.

1991년 캘리포니아 주의 병원 전체가 광고에 지출한 비용이 330만 달러였던 것이 1997년에는 6배 이상이나 되는 2천50만 달러로 증가했으며, 광고를 한 병원의 수도 16%에서 45%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보건의료행정가들이 병원의 마케팅을 광고와 동일하게 생각하지만, 광고는 여러 가지로 마케팅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보았다.

병원이 마케팅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광고에 지불하지만, 실질적인 이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광고를 효과적인 홍보수단 및 전략으로 사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첫째 의료기관의 전문화가 심화되어 "OO 전문"이라는 광고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또한 현재 세부전공에 대한 진료과목 및 의료기관 명칭 표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나, 병원 광고에는 이를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문 의료기관을 표방하는 의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체인제휴 또는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만들어 이를 브랜드네임화시켜 문자·심벌·도안 등을 사용한 이미지과 광고가 증가할 것이다.

셋째, 최신 기계와 의료기술 도입 및 보유 사실, 의사의 학력 및 경력 광고도 가능하게 되면, 최신 고가 의료장비와 우수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비용에 대한 부담을 크게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양산해 내 대학병원 및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료광고 허용 시 가장 우려가 되는 허위·과장 광고의 성행을 막기 위해 정부·소비자 단체·전문가 단체들에 의한 광고의 감시가 필요하며, 대한의사협회 같은 전문가 단체는 의료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립·자율규제의 강화·인증제도 실시 등과 같은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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