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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시론 회의유감
시론 회의유감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5.12.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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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옥 충남의대 교수

결실의 계절 가을이 달려오는 겨울에 밀려 저만큼 물러가고 있다. 한 해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 뒤 흐뭇한 마음으로 열매를 거두는 기쁨과 다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엉켜드는 때이다.

특히 크고 작은 학회와 회의, 연구발표와 평가회의, 내년의 연구를 위한 기획회의에 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까지 거의 이 가을 동안에 몰려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인 때문이리라.

물론 대부분의 회의는 서울에서 열린다. 내가 장소를 결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대전에서 모이도록 해 보지만 아직은 서울 쪽 구성원이 많은 회의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선택한 회의장소로 서울역사 4층에 있는 식당중 하나를 이용하곤 하는데 아주 붐빈다. 대조적으로 대전역에서는 역 구내에 있는 크고 작은 회의실을 대여해주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울상이다.  

이전엔 일과 후에 서울에서 있는 회의를 최우선 순위에 둘 수 없는 경우에 "오늘 진료가 늦게 끝나서", 또는 "저녁에 conference가 있어서"…등의 이유를 말하면 되었는데, KTX가 생긴 뒤로는 그런 변명이 설득력을 잃은 듯하다. 바로 나오는 대답은 "KTX타고 오시면 되지 않아요?"이니까. 내가 사는 대전에서 KTX를 타면 1시간 이내에 서울역에 도착한다. 1시간 40분이 걸렸던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다녔던 시절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에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1주에 3-4회 서울에 가곤하였는데 이번 주는 좀 심하였다. 주중에 매일 저녁 서울에서 회의를 한단다. 게다가 오늘 아침엔 7시 30분의 조찬회의까지…….물론 다 참석하진 못했고, 어제 저녁 9시 30분에야 노량진에서 회의를 마치면서 오늘 아침 회의 자료에 대한 의견을 전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오늘은 우리 교실 개설 20주년 기념행사를 '대전'에서 할 예정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정도시특별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참으로 말도 많던 이 법에 대하여, 대전에 사는 나에게는 아주 소박한 기대가 있다. 관습적으로 서울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비중 있는 회의들이 조금씩이라도 전국으로 확산되어가기를 희망해 본다.

인터넷을 통한 화상회의가 보편화되어져도 얼굴을 맞대고 풀어야하는 일은 계속 있을 것이어서 회의가 없어질 수는 없겠지만, 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회의를 위한 부담이 수도권 밖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더 많이 지워지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원로교수님의 정년퇴임식에서 "저는 서울에 다니느라 삶의 1/3을 바쳤습니다"라고 하시던 말씀이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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