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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성숙없는 기술맹신의 후과
철학적 성숙없는 기술맹신의 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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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1.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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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의협신문 주간)

황우석 교수 논문의 진위여부가 한국사회의 최대 관심사인 가운데 지난 15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갑작스런 인터뷰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황 교수 논문이 조작되었고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없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

16일 황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논문의 오류를 인정하고 철회를 시사했다. 그러나 현재 줄기세포 존재에 대해서는 논문을 쓸 당시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존재했으나 지금은 미즈메디 병원 것으로 바뀌어 있다는 것이다. 누가 이런 일을 했는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황 교수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노원장이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논문조작을 황 교수가 지시했다는 내용과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없을 수도 있다며 자신의 병원에 남아있는 2,3번의 줄기세포를 키워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황교수가 자신이 지은 죄를 미즈메디 병원과 미즈메디 출신 연구원에게 덮어씌우려 한다는 것이다.

정말 슬픈 하루였다. 국가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미래산업이라며 대통령까지 나서 수백억 세금을 지원하더니 하루아침에 그렇게 만들어진 스타들의 전쟁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누구에게 하소연하고 누구에게 돌을 던질까?

15일 후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과욕이 빚어낸 단순사기인지 처음부터 계획된 희대의 사기극인지 말이다.  

진실은 과학적으로 밝히기로 하자. 슬픔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돌이켜보자. 과연 연구윤리와 진위 공방이 왜 여기까지 왔을까?     

이미 황 교수 논문의 연구윤리가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 진위를 추적하던 방송사의 취재윤리는 광고취소라는 모진 매를 맞아가며 수차례의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약속을 했다.

그 뿐 아니다. 황 교수 연구를 지나치게 편들었거나 비난했던 언론들의 보도윤리나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지는 누리꾼들의 욕설과 근거 없는 비난 등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복합적인 원인이 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윤리의식에 관련된 태도의 문제들이 큰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철학적 성숙함 없이 추진된 과학기술 발전이 가져온 후과임에 틀림없다. 선진국은 앞선 기술과 돈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선망인 서울대 교수와 의사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한 싸움을 보며 이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깊이 반성한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국사회가 철학적으로 성숙하기 위해 지식인들이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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