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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예술도 연인처럼···"

"삶도 예술도 연인처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1.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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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갤러리 연 서원벽·장혜숙 부부

부부는 많은 것들을 공유하는 관계지만 무엇인가를 함께 일궈내는 경우란 사실 흔치 않다. 가족이기 때문에 이미 많은 일들을 함께 해내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정작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자발적인 동업자가 되는 일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일터를 함께 하고 있는 자영업자 부부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부부들이 '함께 하는 일'이란 가족의 대소사나 재테크 따위에 국한되기 십상이다. 함께 노력해서 나름의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일은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을 소화해내기에도 숨가쁜 만큼 벅찬 일이다.

각자 진료활동을 하면서도 함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서원벽(서원벽신경정신과의원)·장혜숙(장혜숙내과의원) 부부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들을 만나기도 전에 생동감을 느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 부부는 갤러리를 열고 전시회를 기획하고 관람객을 만나면서, 가족을 꾸리는 것 이상의 완벽한 화음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함께 취미를 공유하는 동료이자, 갤러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는 전략적 제휴자이자,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부부관계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연인처럼 보였다.

 

서원벽·장혜숙 부부

■ '혜원갤러리'를 소개합니다

갤러리 이름만 봐도 조금은 낯간지럽지 않은가. 두 사람의 이름에서 가운뎃자를 각각 따온 '혜원'이라는 갤러리 이름은 소꿉놀이하는 듯한 부부의 금슬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다.

인천시 남구 주안동 서원벽 원장의 병원 건물 1층에 자리잡은 혜원갤러리는 지난 해 8월 처음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13번에 걸쳐 기획전시회를 펼쳐왔다. 개관기념초대전에는 얼마전 한국의사미술회를 창립한 김정일 원장(김정일소아과의원)을 비롯한 의료인 화가를 포함, 100여명의 화가들이 참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추석을 맞아서는 특별히 가족을 주제로 한 '가족사랑 인물화전'을 기획, 40여명의 작가들이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그린 작품들을 전시해 독특한 색깔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시회와 함께 불우이웃을 돕는 바자회를 열어 걷힌 기금으로 복지회관에 쌀을 보내는 등 '좋은 일'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 5개월간 특색있는 갤러리로 안착하기 위한 노력들이 엿보인다.

갤러리를 찾아갔을 때는 마침 다음 전시회를 위해 작품들을 교체하는 시기라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일단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갤러리라는 수식어만으로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의사부부가 운영하는 갤러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장혜숙 원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물론 그러한 수식어가 따라붙어서 반응은 좋습니다. 주위의 많은 작가분들이 서로서로 운영을 잘 하게 도움도 많이 주고요. 특히 '인술은 예술'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술을 펼치는 의사가 운영하는 갤러리라고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러한 관심들이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의사와 갤러리 운영자에게 기대되는 이미지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니까요. 혜원갤러리는 그냥 많은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평범한 갤러리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 왼쪽부터 갤러리 실외 전경, 갤러리 실내 모습

 
■ "원래 그림은 아내의 취미였죠"

두 사람중 그림에 관심이 더 많았던 쪽은 장혜숙 원장쪽이다. 장 원장은 취미로 그림을 시작한 지 17년이나 됐다. 1991년 의인미전에 작품을 발표한 이래 꾸준히 의인미전에 참가해왔을 정도로 의료인 중에서는 소문난 그림쟁이다. 서원벽 원장은 어땠을까? 재미있는 것은 그는 도통 그림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저는 그림을 그릴 줄도 볼 줄도 몰라요"라고 말하는 서 원장이 어떻게 하다 혜원갤러리를 함께 운영하게 됐는지, 이 점은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진실'을 알 수 있다.

"저는 골프나 수영 등 운동에 취미가 있지 그림에는 별 흥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보니 아내의 '그림사랑'에 제가 적극 동참하게 됐지요. 그림 소재를 얻기 위해 주말이면 여행을 떠났어요. 산·들·바다 가리지 않고 전국을 누비고 다녔고, 경치 좋다고 하는 데는 웬만하면 다 가봤습니다. 때론 낭떠러지에서 위험을 무릅쓰며 사진을 찍기도 했구요, 여명이나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 고생 많이 했지요. 주말마다 그렇게 여행 다닌게 근 20년이 다 됐어요. 요즘엔 체력이 달려서 그렇게 못하지만 말입니다."

서 원장의 '무용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내가 의인미전에 매번 출품했거든요. 그 무거운 작품을 아내더러 들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제가 나서야죠. 그래서 작품은 아내가 그렸지만, 운반과 작품 접수는 제가 다 했습니다."

아내의 그림사랑을 도와주는 서 원장의 아내사랑 또한 대단하다. 그렇다면 장 원장은 서 원장의 취미인 골프나 수영, 뭐 이런 활동들을 함께 해줬을까?

"결혼선물로 골프채를 선물해줬거든요? 아내는 아직 한 번도 손에 쥔 적이 없습니다."

서 원장의 느릿한 '푸념'에 장 원장이 한 마디 곁들인다.

"이 사람(서 원장) 병원 건물에 빈 공간이 생겨서 제가 갤러리를 하자고 먼저 제안했거든요. 남편이 동의 안 해줬으면 힘들었을 거에요."

동문서답이다. 서 원장은 사람좋게 웃고만 있다. 그의 아내에 대한 '푸념'이 즐거운 엄살인 것만 같다.

 

■ '혜원미술대전' 만드는 게 꿈이에요

갤러리 운영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예산도 만만치 않게 들었고, 갤러리가 미술가와 미술애호가들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해야 했다.

장 원장은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도 잘 관리해야 하는 것처럼, 미술가과 관람객을 두루 만족시켜야 한다는 게 사실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 의료보다 갤러리 운영이 갑절 힘든 것 같아요. 오픈한 지 4개월이 넘었을 뿐인데 꼭 4년은 흐른 것 같거든요."

어려워도 두 사람의 꿈은 야무지다. 이들은 앞으로 병원 3층에 있는 '그림과 음악이 흐르는 세미나실'을 개방해 여러 행사를 유치하는 한편 4층에 혜원문화교실을 열어 갤러리 운영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혜원미술대전·혜원사생대전 같은 공모전을 열어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내고도 싶단다.

"예술은 우리들 삶과 하나라는 점을 혜원갤러리를 통해 늘 느꼈으면 싶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에게서 '하나됨'의 아름다운 작품을 하나 발견했다.

"이름 가운뎃자를 합쳐서 '혜원' 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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