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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물림을 준비하자
좋은 대물림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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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1.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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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의협신문 주간)

의사국가시험 합격자 발표가 19일 있었다. 2006년 자랑스런 의사 3489명이 탄생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날은 여러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일단 인생 1막 끝쯤의 느낌 하나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레임,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의 불효에 대한 반성과 고마움 그리고 효도에 대한 다짐, 환자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 등등.

하지만, 이런 만감은 대부분 인턴 시작 일주일쯤 되면 회의로 바뀌게 된다. 수년간 지켜보고 나름대로 준비했던 병원생활이지만, 몰려오는 피곤과 책임감, 갈등이 육체적 고통보다는 의사의 정체성에 대한 큰 혼란으로 새내기 의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새내기 눈에 보이는 선배의사들의 말과 행동들이 그 혼란과 방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야 인턴 밥 좀 시켜라!, 인턴이 무슨 생각을 해! 그냥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면 되지' 가장 흔히 들을 수 있었던 말들이다. 후배가 밉거나 잘못되기를 바라며 하는 말들은 아니다. 아마 그 선배도 그런 말을 들으며 인턴생활을 했을 게 뻔하다.

그리고 그런 말들이 자신도 받아들이기 힘든 말들이었지만 어느덧 그렇게 말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의사들은 그런 식으로 누구도 원하지 않는 대물림을 해 온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듣는 경우도 있었다. '힘들지! 의사가 생각보다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의사가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환자 스스로 나아가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이야.'라고 . 그런데 이런 좋은 말들은 쉽게 대물림 되지 않는다.

우린 또 다시 대물림을 시작해야할 시간을 맞고 있다. 한 달 후면 병원에 아무것도 모르는 인생의 2막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하는 후배들이 들어 올 것이다.

그들을 기다리는 기대가 교수나 전공의나 모두 다르겠지만, 그래도 새내기 의사들에게는 조금 다른 선배로 비춰질 것이다.

이제 그들을 준비하고 기다리자. 후배 의사들의 2막의 시작을 아름답게 함께 그려줄 수 있는 선배로, 그들의 훌륭한 동료로, 그들이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포근한 상담자로 말이다.

앞으로 한 달이 선배 의사들에게 업무를 줄일 수 있는 기대의 시간이 아니라 좋은 대물림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내년 이맘때 쯤, 오늘의 새내기 의사들이 또 다른 후배들을 위해 좋은 대물림을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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