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11:19 (목)
[특별좌담]새 협회장에 바란다-4

[특별좌담]새 협회장에 바란다-4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1.26 1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의 역량 하나로 모을 수 있어야
회원 이익단체에서 공익단체로서의 역할강화 필요

 의대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새 협회장에 바란다] 특별좌담에서는 의협이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탈피해 좀 더 공익적인 성격을 만들어가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수 있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뜻을 모았다.


  일시:2006년 1월 10일(화) 오후 6시30분

 장소:서울의대동창회관(함춘회관) 2층 함춘원

 사회:편만섭 의협신문 취재팀장

 <참석자>

 김형규 고려의대 교수(안암병원 신장내과)

 민원기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안영수 연세의대 교수(약리학)

 한준구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진단방사선과)

 정리=조명덕기자 mdcho@kma.org
 

▲ 왼쪽부터 김형규 교수, 민원기 교수, 안영수 교수, 한준구 교수, 편만섭(사회)

 ■사회=귀한 시간을 내주신 교수님들께 감사합니다. 대한의사협회장 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새 협회장은 어떤 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교수님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먼저 이번 협회장 선거의 의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민원기=벌써 직선제로 선출되는 세번째 협회장인 만큼 이번 선거가 직선제의 의미를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두번의 직선제에서 기대밖의 낮은 득표로 협회장이 선출돼 의료계의 중지를 모으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미숙했던 점을 보완해 이번에는 직선제의 진정한 의미가 살아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형규=의협이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현재 의협과 산하에 대한의학회가 있고 대한병원협회는 별개의 조직으로 돼 있습니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가장 큰 변화는 의학회와 병협이 생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5년전부터는 생기기 시작한 개원의협의회는 이제 거의 모든 분과마다 다 있어 학회의 컨트롤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원의협의회의 실체화도 의협 100년의 가장 큰 변화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원의협의회라는, 거의 독립되다시피한 단체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에 따라 선거의 의미와 방법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영수=의협 100년의 역사중 최근 사건을 반추해 보면 전국민의료보험이 등장하면서 의협과 의사사회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2000년 의약분업 파동을 계기로 의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당시는 의사단체로서는 절박한 시기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현재로서는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의사의 사회적 위상이 실추되고 국민과의 괴리도 생기게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번째 직선 협회장은 100주년을 맞아 새 판을 짤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투쟁일변도에서 벗어나 오히려 '조용한 의협'으로 방향을 잡고 의료계의 주장을 정책적인 어드바이스로 반영하면서 대국민 홍보에 치중하는 것도 새판짜기의 한 부분일 것입니다. 이같은 부분을 리드할 수 있는 협회장이 필요합니다.

한편으로는 직선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가져봐야 할 시점입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직선제가 직능단체에서는 오히려 내부갈등을 부추기고 힘을 분산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준구=안 교수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무엇보다도 회원들의 참여도가 낮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의사회원을 결질시킬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를 통해 회원 참여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하겠습니다.

전처럼 투쟁성만 강화해서는 국민과의 괴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국민과의 눈높이를 맞추고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전체적으로 새판을 짜고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있는 조직이 될 것입니다.

▲ 참석자들은 새 협회장에 모든 직역, 국민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펴 줄 것을 주문했다.

 ■사회=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새 협회장은 의협 100주년이라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보다 더 다가갈 수 있는 의료계를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소임이 부여된다고 봐야 되겠습니다. 게다가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현안이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이처럼 막중한 소임을 수행하기 위해 새 협회장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민원기=아직 공식적인 선거일정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분이 협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고정표가 있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새 협회장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펼 수 있어야 합니다. 의료계 모든 지역이나 직능을 막론하고 의사의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협회장이 되길 바랍니다. 바꿔 말하면, 의사들을 분열시키지 않는 협회장이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 100주년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어떤 의사상을 심어주느냐에 대해서도 중지를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안영수=의학회·개원의협의회·전공의협의회 및 병협은 물론 기초의학과 의학교육 분야의 단체 등 의사들의 직능별 단체가 참 많습니다. 이 많은 단체를 다 아우를 수있고 전체를 위해 일할 수있는 의협이 돼야 합니다. 의협회장이 이들 단체의 수장으로서 조정능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사회=안 교수님은 앞서 '조용한 의협'으로 방향을 잡아야 된다고 하셨는데 '조용한 의협'의 의미를 다시한번 말씀해 주시지요.

▶안영수=조용한 의협이란 투쟁만으로 현안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무게있게 정부의 정책을 조언하고 리드하는 협회장이 돼야 한다는, 즉 정치적 능력이 있어야 되겠다는 뜻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의사회원 전체의 존경도 받을 수 있고 국민의 존경도 받을 수 있는 중량감 있는 협회장이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의료계 외부에 그렇게 알려진 사람이 협회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직선제 이후 협회장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연령층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는 원로급 의사들이 의협과 의료계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주시는 것도 필요할 듯 합니다.

▶김형규=저도 상임이사로 의협의 일에 참여도 해봤지만, 다들 좋은 뜻으로 협회장이 됐을텐데 실제 일을 하다보면 외부의 평가는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젠가 어느 일간지에 국민이 신뢰하는 기관의 우선순위를 보도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상위권은 시민단체 등 대부분 공익단체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국민의 지지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지, 회원의 지지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그 말씀은 회원과 국민의 지지를 다 받을 수 없다는 뜻인지요?

▶김형규=그렇습니다. 의협이 회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 국민의 지지는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회원의 이익이라면 바로 의사의 권리인데, 의사의 권리라는 것이 대부분 국민이든 또는 약사나 한의사든 누군가 양보해야 되는 것입니다. 국민의 지지를 위해서는 자기이익을 포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누가 보더라도 의협이 성격을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원수 1만명 정도일 때는 친목단체의 성격이겠지만, 의학회 생기며 학술단체의 역할을 했고 병협이 생기며 전공의수련 업무도 떨어져 나갔고 의약분업 이후에는 확실한 이익단체로 돌아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그동안 의협도 의료계나 의사의 이익만 대변해 오지는 않았고, 공익을 위해서도 적지않은 사업을 펼쳐온 것이 사실이지 않습니까?

▶김형규=물론 그동안 의협이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왔지만 아직도 의사들의 이익을 위한 단체로 보고 있습니다. 공익을 위해 여덟가지 일을 했어도 두가지가 자기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국민이나 정부는 이익단체로 밖에 보지 않습니다. 이처럼 이익단체로 비춰지고 있다면,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은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즉 이익단체로서도, 공익단체로서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학회는 학술단체의 성격이 확실하니까 그렇다치고 병협이나 개원의협의회는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하도록 한다면 의협이 이 모두를 다 아우를 것인지, 아니면 나름디로 공익단체로서의 색깔을 가질 것인지 정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회=이제는 이익과 관련된 일은 개원의협의회나 병협에, 학술은 의학회에 맡기고 의협은 기획이나 대국민 홍보 등의 역할로 분리하자는 뜻인지요?

▶김형규=당장 무썰듯 분리가 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미국의학협회( AMA)가 신뢰를 바탕으로 미국정부의 정책파트너로 인식돼 있는 것도 의사이익과 관련된 일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도 병협이나 개원의협의회가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의협이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방향이 설정되고 협회장의 역할도 결정될 것입니다.

▶한준구=김 교수님 말씀이 맞지만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의협이 2000년 의권쟁취 투쟁 이후 개원의의 중앙조직화 된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이를 탈피해서 좀 더 공익적인 성격을 만들어가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가치 등으로 인해 진료과간의 갈등은 물론 시술을 많게 하는 분야와 적게 하는 분야, 또 개원의와 봉직의 사이에도 갈등이 생기는 구조가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한준구= 아울러 국민의 건강을 보다 더 증진시킨다거나 국민의료비를 절감시킬 수 있는 사업 등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하루아침에 공익단체로 보여지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한발한발 나아간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또 하나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의협의 자정능력입니다. 근거없는 진료나 최근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처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에 관련되는 회원도 생기는 현실에서 아직 의협의 자체 징계권에는 한계가 있지만, 자정능력을 갖춰야 할 때 입니다. 특히 사스나 조류인플루엔자 처럼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즉시 적절하고 확실한 의견을 밝힘으로써 국민건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좀 더 활성화시킨다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공익단체의 면모를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이제 2개월여 후에는 세번째 직선 협회장이 선출됩니다. 지금까지 좋은 말씀들 많이 해주셨는데, 진료는 물론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의과대학 교수의 입장에서 신임 협회장에 바라는 부분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준구=의약분업 등 보건의료 정책과 제도가 변화하고 이와 함께 각종 분쟁이 심해지면서 새로 배출되는 의사. 즉 의협의 신입 회원들이 많이 고생하고 있는 만큼 젊은 회원의 권익을 위해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30개월이나 복무를 해야 하는 군인은 이제 군의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 복무연한 축소 등 제도개선을 위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의과대학 학생도 잠재적 회원으로 본다면, 최근 의학전문대학원 논란과 관련해 교육연한이 늘어나는 것이 국민경제나 또는 의사양성에 소요되는 총비용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영수=의과대학 교수로서 바라는 부분을 물어보시니까 드리는 말씀인데, 지금까지 교육이나 연구에 대한 의협의 생각이 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이 커져야 의협이나 의료계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은 의료윤리 등에 관한 문제의 발생을 미리 막을 수도 있고 또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 여파를 최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연구에 있어서도, AMA 등 선진국 의사단체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이유중의 하나가 질병과 관련된 문제가 생길 경우 의사단체가 주도적으로 액션을 취하고 해결하기 때문인 것을 감안하면 연구역량을 높이는 것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또 하나의 길임을 잊지말고 신경써주시기 바랍니다.

▶김형규=의사들이 직면한 여러 위기중의 하나가 주변 학문이나 영역과의 다툼입니다. 간호사나 물리치료사의 단독개원, 사회복지사 주축의 노인요양보장제도, 한의사의 CT나 MRI 사용 등 현안으로 의사와 의학이 모두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의료주변의 파라메디컬도 이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만큼 파라메디칼이나 한의학에 대한 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가르치던지 아니면 정면으로 싸움을 하던지 결정해야 할 전환기에 와 있습니다.

아울러 NT·BT·IT 산업의 시대에, 많은 부분이 의료와 관련돼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관심도 필요합니다.

▶김형규=NT·BT·IT 산업도 의과학 분야가 주도해야 상용화될 수 있습니다. 막대한 연구비를 들인 수많은 특허나 논문이 사장되다시피 할 뿐 상용화되지 못하는 것은 의사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의과학 분야에 투자해야 상용화가 가능하고 우리가 먹고 살 길은 의과학 뿐이라는 점을 정부가 인식해야 하며, 이러한 점을 의협이 깊은 안목을 바탕으로 의논하고 정책화시켜야 합니다.

▶민원기=학생 교육·전공의 교육·의사 교육 중에서 저는 특히 학생 교육에 있어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우수한 인재는 거의 다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있습니다. '41개 의대 다음에 서울공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의대외의 대학에서는 입학후에 해외연수나 유학 등을 통해 지식과 견문을 넓히는데 반해 의과대학 학생들은 졸업할 때 까지 제대로 된 해외연수나 유학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우수한 성적으로 의대에 입학하고 졸업한 의사가 NT·BT·IT를 비롯한 융합연구에서 리더가 될 수 없고 그래서 경쟁에서 뒤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협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동안 거의 액션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고, 앞으로는 학생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회=긴 시간 새 협회장의 바람직한 덕목과 의료계의 밝은 미래를 위한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라며 좌담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