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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21:36 (금)
[특별좌담] 새 협회장에 바란다-6
[특별좌담] 새 협회장에 바란다-6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6.01.2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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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협회장 '투사형'에서 '전략가형'으로 전환 필요
국민건강 책임지는 친절한 상담전문가 역할 해야


의료계 밖에서 의협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그들이 의협에 기대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국민과 가까워지는 의사상이 점점 중요시되는 시점에서 의료계 외부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의료계의 활동상을 국민들에게 전달해주는 언론계와, 특정집단의 이해득실을 떠나 공익을 목표로 활동하는 시민단체는 어떤 의미에서는 의료계에 가장 따금한 조언을 해줄 사람들이다.

언론인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예상대로 의협의 공익성을 강조했다.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의사상을 심어주고 전문가 단체로서의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적인 사회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언론에서 다루는 의사에 관한 기사가 의료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긍정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 답변은 '글쎄요'였다. 그렇다면 의료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건데,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그들은 과거에 '투사형'이었던 의협 협회장이 이제는 잔꾀를 부릴 줄 아는 '전략가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 해답이라고 말했다.언론과 시민단체에서 말하는 의협의 나아갈 방향을 들어보자.
 

▶일시: 1월 19일 오후 7시

▶장소: 이촌동 몬탈치노

▶사회: 권용진 의협신문 주간

<참석자>

권성기 한국질환자단체총연합회 대표
 
김동섭 조선일보 차장
 
박수언 sbs 경제부 차장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


정리=김혜은기자 khe@kma.org
  

▲ 왼쪽부터 권성기 대표, 김동섭 차장, 박수언 차장, 조윤미 상임위원, 권용진(사회)

  ■사회=그동안 언론계에서나 시민단체에서는 의료계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이유와 해결방안은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권성기=국민들 사이에서 의사들의 이미지가 좋지않게 형성된 요인중의 하나는 '불친절'입니다.의사들은 대체로 환자들에게 불친절합니다.가령 환자들이 건식 등에 관해 의사들에게 문의를 하곤 하는데요, 의사들은 자세히 가이드하기보다는 환자를 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본인 스스로 '생체 실험'에 들어갑니다. 의료계가 국민건강을 위해 전문적인 상담 역할을 한다면 국민들에게 훨씬 좋은 이미지로 다가갈 것 같습니다.

▶조윤미=동감입니다. 그런데 '친절'의 의미를 과학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사의 친절이란 전문적인 영역입니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야단도 쳐야 하고 지시도 내려야 하고 교육자이며 지도자인데, 친절이 단순히 서비스업에서 말하는 친절은 아니거든요. 전문적인 지식들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제대로 전달하고 교육하는 것이 친절의 새로운 개념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마음이 착하거나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매우 전문적이고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의협회장은 '과학적 친절' 마인드를 아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박수언=장기적으로 의협 차원에서 연구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정한 의사수라든지 건강 가이드로서의 전문영역 확보 등 국민 전체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서 장기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단순히 의료체계 개선만을 요구하는 것은 자칫 이기적으로 보일 수가 있습니다.  
 

  ■사회=사실 의협이 닭고기 먹기행사·손씻기 운동 등 긍정적인 활동을 많이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의사들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를 많이 다뤘습니다. 의료계가 좋은 일 하면 당연한 일 했다고 기사를 안 쓰는 것 같고, 나쁜 일 하면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며 기사로 쓰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바뀔 수 있을까요?

▶권성기=단기적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가끔 기자들 인터뷰에 응하다 보면 기자들은 이미 기사와 취재의 방향을 정해놓고 옵니다. 그 방향에 맞춰서 인터뷰해서 기사화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를테면 내용이 충격적이어야 하고 의료비가 없어서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하는 등의 인터뷰를 요구합니다. 환자인 저희가 봐도 진료거부인지 애매한 경우인데도 말입니다.

▶박수언=사실 매스컴에서 의사들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만 부각되고 시청자들이 그러한 점들에 크게 호응하다 보니까 기자 입장에서도 그런 기사 '캐내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의협 차원에서 강력한 자정활동이 필요합니다.일부 비리의사에 대한 징계활동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서 극히 몰지각한 의사들과 의협 사이에 명백한 선을 그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동섭=윤리교육을 강화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접근방법인 것 같습니다.의사의 조직원들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매년 3300명이 쏟아져 나오니까 예전처럼 인술이라는 측면에서 사회봉사를 꿈꾸기보다는 의사를 생활의 방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대학에서부터 윤리교육을 강화해, 사실은 의사가 돈벌이를 위한 직업일지언정 겉으로는 공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윤리적 역할론을 심어줘야 합니다.

▶권성기=결국은 의협에서 중장기적으로 공을 들여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저희들이 보기에 일부 의사들은 의사조직을 떠나 훌륭한 프로인데 나쁘게 표현하면 본인 위주의 활동만 합니다.결정적으로 매스컴에서 의사집단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은 2000년 투쟁 때문인데, 이러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좋은 모습을 매스컴에서 많이 보여줘야 합니다.매스컴에서의 개개인의 활동을 의협 차원에서 주도면밀하게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모두들 의협의 공적 활동을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의협회장이 공익성에 주력해야 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수언=의협과 비슷한 전문가 단체로 변호사협회가 있는데, 두 단체 모두 공익적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그런데 가만히 보면 변협 회장은 공직으로 진출도 많이 하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받고 권위도 인정받고 있는데 반해, 의협의 공직 진출은 적고 의협 회장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낮습니다.

개인적으로 국가생명윤리위원장을 왜 변호사가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공직 등 사회활동에서 아무래도 의사들은 '우리가 왜 저런 걸 해'라고 생각하고 사회에서는 '당신들이 웬 공직에 진출?'이라며 비꼬는 시선이 함께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이제 의협도 회장을 비롯해서 공직에 많이 진출해 국민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조윤미=비슷한 얘긴데 의협과 변협을 비교한다면, 변협은 시민·사회단체에서의 활동이 매우 두드러집니다.물론 변협과 의협의 정체성의 차이 때문이기도 한데요, 변협은 법을 매개로 다양한 사회적 영역과 만나잖아요? 그에 반해 의협은 많은 연구와 토론이 늘 의학 집단 내에서만 진행되는 것 같아요.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의료지식의 특성도 있지만요.

의료인들의 특성이 소위 '말귀'를 잘 알아듣는 사람과 얘기하기를 좋아해서 동일한 집단들끼리만 어울리는 폐쇄성이 강한 집단입니다.하지만 의료인이 필요한 사회단체가 무척 많습니다.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지켜보면 어떤 위원회든 문제가 있는 곳에는 항상 변호사가 있는데, 건강이 중요한 사회적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들이 시민단체의 적재적소에 참여하지 않는 걸 보면 안타깝습니다.의사들의 사회적 활동을 의협 차원에서 지원해주면 좋겠습니다.

▶김동섭=모두들 변협 회장과 비교하는데 유관 단체장들과 좀 날카롭게 비교해보겠습니다.간호협회 회장은 통솔력과 지휘력을 갖춘 카리스마가 있습니다.약사 회장은 사회적으로, 한의사협회 회장은 국민적으로 그 이미지를 많이 곧추세우고 있습니다.즉각즉각 단체장들과 그들의 특성이 연결됩니다.그런데 의협 회장은 성격이 불분명합니다.투사적 이미지와 공익적 이미지가 혼돈된 상태로 있습니다.앞으로는 의협 회장이 내부적으로는 카리스마를 갖되 사회적으로는 국민에게 각인될 수 있는 공익적 정체성(이미지)을 내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다른 단체와의 신랄한 비교를 통해 많은 점을 지적해 주셨는데, 앞으로 의협 회장의 역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지요.

▶권성기=의사 집단에 대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금 의협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를 탐색하고 과감하게 얘기해야 합니다.가령 의약분업을 실시한 지 5년이 됐는데도 복약지도에 관한 문제점을 말하는 이가 드뭅니다.우리 사회가 곪기 전에는 얘기를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 때 의협이 선두에 나선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신뢰감이 생길 것 같습니다.환자단체에서 조사해보면 대개 3주는 약을 받고 1주일은 건너 뛰는 등 평균 25% 이상이 약을 제대로 안 먹습니다.의사들은 환자들을 무조건 넋빠진 사람처럼 몰거나 야단치는 경우가 많은데, 의협이라면 자체적으로 조사·용역을 통해 정보를 파악하고 개선점을 요구했으면 합니다.

▶김동섭=의협 회장의 역할론이 바뀌고 있습니다.의료대란을 겪으면서 명예직이었던 의협 회장이 투사형으로 바뀌었는데 이게 오히려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뿌리깊게 심어놓았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의협의 조직 및 회장을 이분화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의료대란의 근본적인 배경은 건강보험의 시스템, 즉 수가 문제였습니다.이에대해 의협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투사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이 부분은 독일처럼 '보험의사회'가 맡고 의협은 공익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조윤미=의협의 입장을 펼 때는 당장 조금 손해되더라도 기꺼이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예를 들어 계속 처방전을 한글로 표기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환자 입장에서 보면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몇 년씩이나 끌어올 이유가 있었을까 싶거든요.이익은 작은 건데 이미지는 매우 큽니다.의협 회장도 이제는 작은 이익들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작은 이익을 좇는 것이 의협의 큰 이미지를 실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사회=의료계 밖의 분들이라선지 날카로운 지적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의협도 사회참여활동을 확대해 공익성에 주력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이를 위해 외부 목소리도 귀담아 듣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였습니다.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권성기=환자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줄곧 말씀 드렸듯이, 의료 전문가로서의 정보제공에 좀 더 힘써 달라는 점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국내는 의료접근성이 세계 1위 수준입니다.10~20년 전에 비해 사회 전반적으로 동반상승하다보니까 좋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의료시스템 측면에서 보면 불합리한 점들이 많다는 것 알지만, 환자들에게 조금 더 상담자의 역할을 해 줬으면 합니다.

▶박수언=의협 회장이 힘을 많이 키웠으면 합니다.의사수가 늘어나면서 의사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관단체와의 갈등과 마찰도 커지고 있습니다.의협 회장이 내부적으로 힘을 갖고 외부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을 만한 경쟁력을 키웠으면 합니다.과거 투사형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전략적인 이미지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동섭=의협의 정체성을 살렸으면 합니다.그간 의협은 의원중심 형태로 운영돼 왔는데, 교수들은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아까 제안했듯이 보험 수가 등의 '투쟁'은 보험의사회에 맡기고 의협은 다양한 직역을 아우르는 공익적이고 신뢰감 있는 기구로 거듭났으면 합니다.의협 회장도 그러한 공신력을 회복한 단체장이 되길 바랍니다.

▶조윤미=올해부터 의료시장이 급속하게 변할 것입니다.결국 의료가 산업적 영역이 되는 건데 효율성과 투명성이 높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큽니다.현재 의사들의 영역에 존재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산업화된 형태로 추진될 것입니다.그러한 변화하는 데 있어서 의협이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낙오되지 않게 할 것이냐가 바로 의협 회장이 갖춰야 할 마인드인 것 같습니다.사회 영역으로 발을 뻗어 함께 얘기하는 의협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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