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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21:36 (금)
입증책임 전환 재검토하라
입증책임 전환 재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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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2.0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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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의협신문 주간)

갑상선을 제거해야할 환자는 위를 제거하고 위를 제거해야할 환자는 갑상선을 제거했다는 건양대학병원의 어이없는 의료사고 이후 의료분쟁에 대한 여론몰이가 거세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법원 행정처의 의료소송 통계를 보면 꾸준히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판결 결과를 분석해보면 의사가 100% 패하는 경우는 20%대에서 5.6%로 감소했고 원고 일부 승소 즉 환자 측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진 경우는 20%대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법원의 조정이나 화해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의료분쟁의 증가를 막고 합리적으로 해결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된 의료분쟁조정법 제정논의가 18년째 표류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또한 의료분쟁조정법의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를 위해 여당 국회의원이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구 의료분쟁조정법)을 발의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이슈 파파라치'들인 시민단체들도 기회를 놓칠세라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다른 때와는 차이가 있다. 그간 쟁점이 되었던 조정전치주의나 형사특례, 무과실보상 등의 문제보다 입증책임 전환을 가장 크게 이슈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증책임전환이란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과실을 입증해야하는 현재의 원칙을 뒤집어 소송을 당한 사람이 무과실을 입증하라는 것이다. 일단 국민들에게 인기몰이를 하기에는 아주 좋은 이슈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원고입증책임은 우리나라 법체계의 근간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죄가 있다고 주장할 때는 주장하는 사람이 죄를 증명하라는 큰 원칙이란 의미이다. 둘째는 입증책임을 전환한다는 것은 일단 분쟁으로 접수된 모든 의료행위를 과실로 보겠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의사들의 모든 의료행위가 일단 과실이란 뜻이다.

이렇게 법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모든 의사들을 과실을 저지르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법안에 어떻게 의사들이 찬성할 수 있겠는가?

환자입장에서 보면 의료분쟁을 시작하는 환자는 일단 억울하다. 과정이 어찌되었건 결과에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분쟁을 일으키고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의 결과가 의사의 무과실로 밝혀지더라도 환자는 억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재판부에까지 그 분노가 더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의료가 불가항력적인 사고의 위험을 늘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환자의 억울함을 달래주자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것이 환자들의 주관적인 주장일지라도 의사라면 모두가 그런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해법이 의사에게 무과실을 입증하게 하는 법제정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오만이다. 의료사고는 예방해야 하고 의료분쟁은 합리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환자도 원하고 의사도 원한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고 있는 법안은 불신을 증가시키고 방어진료를 통해 비용증가만을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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