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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기술 아닌 설득의 기술을
싸움의 기술 아닌 설득의 기술을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6.02.0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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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환자들의 단체인 한국코헴회와 혈우환자 진료를 위해 설립된 한국혈우재단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코헴회는 유기영 혈우재단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9일 단식투쟁에 돌입했다가 지난 19일부터는 다시 혈우재단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수십명의 회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혈우재단측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코헴회측은 "유 원장이 퇴진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고, 혈우재단측은 "원장의 퇴진은커녕 집회를 접어야 논의를 하겠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양쪽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지난해 국감 당시 HIV 양성반응 혈액으로 만든 혈액제제가 시중에 유통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코헴회측은 해당 혈액제제의 사용을 거부하고 나섰다.국내 모 제약사가 만든 그 혈액제제는 그동안 혈우재단에 독점적으로 공급해오던 것이었다.코헴회는 "안전성을 인정받은 외국산 유전자재조합제제의 보험급여를 88년 이후 출생자에게만 한정하지 말고 모든 환자들에게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복지부·식약청·적십자사·혈우재단이 나서서 국내 혈액제제의 안전성을 아무리 검증하고 강조해도 환자들의 '에이즈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해소시키지는 못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충분히 있을 수 있은 일이다.환자들의 '혹시나'에 대한 우려와,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검증'은 얼마든지 대치할 수 있다.문제는 코헴회도 혈우재단도 그러한 갈등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 '설득의 기술'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유 원장은 "동일한 안전성과 효능이라면 값싼 국산제품을 써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그 개인적인 소신을 혈우재단의 이름으로 복지부에 의견서 형식으로 제출했다.그는 코헴회 관계자들과 만날 때마다 자신의 소신만을 강조하다 설득에 실패했다.

독선적이기는 코헴회도 다를 바 없다."유 원장이 퇴진해야 유전자재조합제제에 대한 보험 확대 논의가 가능하다"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환자들을 위한다는 본질은 뒷전으로 미뤄진채 '유 원장 퇴진'에만 매달려 있는 꼴이다.사정이 이러자 코헴회의 일부 지방지부에서조차 집회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그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이라도 당장 서울로 올라갈테니 우리 말을 들어달라"고 호소할 정도였다.

가장 훌륭한 '싸움의 기술'은 '설득의 기술'이다.한 두번의 만남에서 감정싸움으로 비화된 코헴회와 유 원장 간의 갈등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서로 앞다퉈 위한다고 내세우고 있는 환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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