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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세상에 적응하는 여의사가 되렵니다
물처럼 세상에 적응하는 여의사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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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2.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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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경 회원(경희 동서신의학병원 내과 조교수)

<정인경 회원>

이름

정인경(35)

소속

경희의대 부속 동서신의학병원 내과 조교수

경력

1994

경희의대 졸업

 

1999

경희의대 부속병원 내과 전공의 수료

 

1999~2002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전임의

 

2002~2006

한림의대 부속 한강성심병원 연구전임강사/조교수

 

2006~

경희의대 부속 동서신의학병원 내과 조교수

 

2003·2005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연구비상 수상

 

"엄마이자, 아내이자, 의사로, 1인 3역 똑부러지는 여의사"
최갑희 회원(서울 구로·최안과의원장)
'세상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 남자, 여자, 그리고 여의사' 이런 말 들어보셨죠? 여의사가 여성이면서도 남성도 여성도 아닌,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풍자한 말이죠. 그런데 거꾸로보면 얼마만큼 사회가 여의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응원해주고 싶은 젊은 여의사를 소개할까 합니다. 정인경 선생은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능력면에서나 자질면에서나 칭찬해주고 싶은 후배에요.
여의사로서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30대만큼 힘들었던 시절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보통 대한민국 30대 여자에게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요구받잖아요? 그런데 여의사는 여기에 '의사'란 큰 역할도 훌륭히 해내야 하니까 결코 쉽지 않죠. 특히 대학병원에 있는 젊은 의사는 공부도 해야 하고 환자 진료도 해야 하고 연구도 해야 하니까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거든요.
그런데 정 선생은 하루 종일 밤 늦게까지 병원에서 보내면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두 아이도 키우고, 현명한 아내 역할도 톡톡히 해내는 똑부러지는 여의사랍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제목의 책처럼 젊은 의사들을 많이 칭찬해줘야 우리나라 의료계의 미래가 밝은 것 아닌가요? 여의사들, 화이팅입니다!

호젓한 동네 고덕동에 커다란 건물이 들어섰다. 3월말 개원을 앞두고 한창 준비 중인 내부는 조용한 겉모습과는 달리 꽤 분주한 모습이다. 아무것도 없이 덩그렇게 크기만 한 건물이 몇 달만 지나면 24시간 훤한 조명 아래 수천 명의 의료진과 환자들이 드나드는 살아있는 건물이 되리라.

짧은 시간동안의 감상을 뒤로 하고, 정인경 교수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병실을 임시로 개조해 만든 개원준비 사무실이었다.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전화 벨소리와 두텁게 쌓인 서류 뭉치들, 타다타탁 컴퓨터 자판 두들기는 소음 사이에서 "요즘 같아선 그래도 살만해요"라고 해맑게 웃으며 정 교수가 악수를 건넨다.  

요즘 같아선? 그럼 평소엔 어떻단 말인가. 그에게 들어본 24시간 하루 일과는 이렇다.

"집에서 아침 먹고 출근하면 8시쯤되고, 오전 오후 외래를 보고 나면 오후 6시가 돼요. 그리고 나서 연구 계획서 쓰고 강의 슬라이드 만들고 하면 밤 10시가 훌쩍 넘죠.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보니 환자 진료 외에도 연구다 교육이다 할 일이 많아요.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라니까요."

평일은 그렇다치고 주말이면 가족에 대한 충성도를 보여주느라 하루가 빠듯하다. 초등학교 3학년 첫째 아이,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아이와 놀아주어야 하고, 시부모님 봉양도 해야 하고, 틈틈히 짬을 내어 노곤한 몸도 풀어줘야 한다.

남여평등이란 말이 더이상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여성의 사회 진출은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육아에 대한 부모의 집착은 더욱 강해져서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일을 포기한다는 여성을 부러움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웰빙 음식을 해먹이고, 스케줄에 맞춰 학원을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아이와 함께 다양한 학습활동을 하다보면 엄마의 하루는 여느 비지니스맨 못지 않게 바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의사에겐 요원한 얘기다.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울며 달라붙는 아이를 떼어 놓으려면 가슴 한켠이 메여 오는 듯 해요. 그걸 극복해야만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죠. 여의사들이 이기적이라고요? 이기적이지 않으면 가정을 돌볼 수 없는 걸요. 여의사는 잘하면 중간이고, 남들보다 배는 잘하고 배는 더 노력해야 봐줄만하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정 교수가 봐줄만한 여의사를 넘어 똑부러지는 여의사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가족, 동료, 선후배, 지도교수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아이는 시부모님이 키우시고요, 집안 일은 남편이 도와주고, 진료나 연구도 동료·선후배가 서로 도와가면서 하는 거니까, 어디 다 제가 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나요?"하며 살갑게 웃는 정 교수를 보니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내는 것도 능력이지 싶다.

"도자가 말했던 것처럼 '물'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물은 어떤 용기에 담더라도 겉은 변할지언정 성질이 변하지는 않잖아요. 정인경이란 사람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맡은 역할과 위치에 맞게 적응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죠. 또 그것이 사회가 여의사에게 원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 교수는 여의사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많다. 어린 아이들과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 30대 여성으로서의 숙제도 많다. 더구나 오는 3월에 출발할 종합병원의 내과 의사로서 해야 할 숙제도 많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그나마 아직 개원 전이라서 진료를 안하니 좀 덜 바쁜 편이에요.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곧 개원할 병원의 처음을 함께 하는 만큼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어떤 진료를 특화하고 환자들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하면 좋을 지 팀별로 회의해야 하고요, 연구실이나 장비 배치 등도 신경써야 하죠. 우선은 병원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려 놓은 다음 개인적인 바램을 이뤄 나갈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만에 모교 병원으로 돌아왔으니 모교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야겠고, 제가 공부하는 당뇨·내분비 분야에서 더 질높은 연구 결과를 내놓기 위해 동분서주할 겁니다. 시간요? 쪼갤 수 있을 때까지 쪼개 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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