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진료 보다 의료기관 중심 체계적 지원책 필요
설동훈 전북대 교수 '외국인 노동자 건강실태' 연구
외국인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입국 후 아팠던 경험을 갖고 있지만, 이 중 29.5%가 한 번 이하의 진료를 받았으며, 한 번도 진료받아 본 적이 없는 경우는 13.4%에 달해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같은 문제점의 해법으로 무료진료 중심의 지원정책 보다는 의료기관 중심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은 20일 전북대학교 사회학과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약 한 달동안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사한 전국 외국인 노동자의 건강실태를 발표했다.
외국인 노동자 685명과 의료기관 40개를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의 61.3%가 입국 이후 아파본 경험이 있으며, 이 중 진료를 받은 경험이 1번 이하인 경우가 29.5%였고 1번도 받아본 적 없는 경우가 13.4%에 달해 외국인 노동자 진료가 일회성에 그치거나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힘들어 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진료비 부담, 시간이 없음, 언어소통의 어려움,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상담하기 어려움 등을 꼽았다.
또 가장 빈도가 높은 질환은 위·십이지장 궤양, 고혈압, 알레르기, 류머티스 관절질환 등의 순이었으며, 정신 건강에 대한 위험성도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의료기관은 종합병원·병원이 26.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약국 24.5%, 의원 19.8%, 무료진료소 19.1%, 보건소 6.1%, 한의원 4.4% 순이었다.
조사를 주도한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몸이 아프더라도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의 보건의료지원 대책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교수는 이어 외국인 노동자가 종합병원·병원 등 일반 의료기관을 많이 찾는 만큼, 무료진료 보다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보건지원 대책을 마련하되, 외국인 노동자를 국민건강보험에 가입시키거나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함으로써 차별 없는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