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희 대한전공의협의회 복지이사(강북삼성병원 내과3년)
얼마 전 서울대와 연세대 등 주요 의과대학들이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교육부에 신청하였다.
전국 41개 의대 중 28개 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를 지니게 되었고 이 가운데에는 두 체제를 병행하는 의과대학들도 다수가 있는 실정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은 전적으로 정부에 의한 것이었다. 단순히 미국 제도라는 이유로 선진 제도로 둔갑되었고 우리나라 실정이나 도입 시 야기될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서 깊이 있는 연구나 의견 수렴 등이 없이 BK21 사업과 지원금 등을 미끼로 의과대학들을 압박시켜 가며 추진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행은 하였지만 소위 말하는 이 나라 주요 의과대학들은 6년제 교육과정을 고수하였으니 이 나라 의학 교육 정책이나 의료 정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흘러가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정부 역시 정책 입안의 무능함을 반성하긴 커녕 어디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주요 의과대학들에 대한 압박을 늦추지 않았고 기어이 현 6년제와 4+4학제의 병행 체제 선에서 주요 대학들과 타협을 이루는 데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한 나라의 의학 교육과 의료 정책의 수립은 그 나라 국민의 건강, 이것은 나아가 국력의 기초가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과 그 시행 과정을 보면 누굴 위한 정책 수립과 집행을 하고 있는지 이루 말 할 수 없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러한 의학전문대학원 결정과정에서 의협은 어떤 중추적인 역할을 했느냐는 것이다.
대한민국 8만 의사들의 대표 집단이며 그 누구보다 국민들의 건강권을 위한 정책 수립에 앞장서야 할 의협은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과정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했다.
진정으로 이 나라 8만 의사를 대표하고 국민들의 건강권과 대한민국의 올바른 의료 체계 수립을 원한다면 이제라도 의협은 이 나라 의료 정책 생산의 산실로 발돋움해야 한다.
그것만이 다시는 우리가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요,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를 바로 세우는 길일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과 의과대학 제도가 병행되고 있는 현 의학 교육의 모습은 단순히 과도기적 현상으로 바라보아서는 아니 된다. 이 나라 의학 교육과 의료 정책 수립의 불합리성과 폐단을 보여 주는 것이요, 의협이 무엇을 해야 하는 곳인지를 직접 가르쳐 주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얼굴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