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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3.0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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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정(고려대 안암병원 내과 4년)

얼마 전에 읽은 공지영님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소설을 읽었다.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책은 세 여자를 죽인(혹은 죽였다고 생각되는) 사형수와 자살을 시도했던 한 여자를 주인공으로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관계의 변화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책 속에서 봉사를 하러 갔던 사람은(그것이 자의였든 타의였든 간에) 여자였지만 책을 덮으면서 결국 더 많이 치유 받고 더 많이 변화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생각해 보면 오히려 사형수보다도 여자 쪽이 아니었나 싶다.

여자는, 자신의 오래된 상처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주변사람들의 무관심과 몰이해 속에 아픔을 겪으며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지만 그녀가 과거를 극복하고 새롭게 살아갈 힘을 준 것은 사형수였던 장윤수였다.

그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웃고 울면서 그녀는 조금씩 자신이 가졌던 과거의 아픈 기억을 씻어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힘을 얻게 된다.

사형수들을 회개시키고 아픔을 나누러 갔지만 더 많이 얻은 것은 봉사의 대상(사형수인 장윤수)이 아니라 봉사자 자신(자살을 결심했던 그 여자)였다.

비단 소설에서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많은 봉사자들은 말한다. 봉사 받으시는 분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워오고 얻어 온다고. 그러기에 더 힘을 내고 다시 그들에게 더 많이 베풀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고….

이런 것들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봉사의 아름다움이다. 베풀러 가지만 결국 베품으로서 더 많은 것을 얻는 것, 단조로울 수도 있는 삶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시간들, 다른 어떤 것으로도 얻을 수 없는 이기가 아닌 이타로서 얻는 고귀한 기쁨. 아픔을, 기쁨을 나누면서 서로 감싸 안을 수 있는 마음 하나.
세상에는 많은 자원봉사 단체들도 있고 개인적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봉사하시는 분들도 많다.

다들 무엇엔가 중독된 사람들처럼 힘든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환한 웃음을 띠운다.

봉사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도저히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봉사로써 이미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서 행복감을 깨달은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봉사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더라도 마음 한자락에 남을 배려하는 갈피 하나 갖기 시작하는 것이 시작이 아닐까. 모자라는 글이나마 열심히 써 내려가는 이유는 그래서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이런 마음을 함께 했으면 하는 소망, 소외 받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베풀고 나누면서 결국은 그들 뿐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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