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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3.0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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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경 원장(서울 강동우성의학클리닉)

요즘 들어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겉모습에 대해 가지는 관심은 가히 열광적이다. 몸짱이 되기 위해 다이어트 쏟는 비용과 노력도 그렇거니와, 얼짱이 되기 위해 성형을 하는 것은 이제 보편적인 일이 되었고, 최근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젊어보이기 위해 애를 쓴다.


나 또한 여자인지라 관심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이 들곤 한다. 저렇게 기를 쓰고 젊어 보이려고, 예뻐지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편으론 공허해 보여서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다가 더 중요한 것들은 덮어두고 있는 건 아닌가?


언젠가 동료 정신과 의사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20대 여자 환자가 우울감과 불안으로 내원했는데, 복잡한 가족사로 인해 여러가지 성격 문제와 갈등을 겪고 있어서 면담치료를 권유했다고 한다. 치료비용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자, 환자는 "제가 요즘 손톱관리를 받고 있는데 거기 드는 비용이랑 비슷하네요. 뭐 한번 고민해 볼께요." 하더란다. 그 환자는 결국 비용문제를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동료 의사는 밀려오는 자괴감에 한동안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내가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 수련 받고 힘들게 전문의가 되면서 배운 면담치료를 하는 댓가가, 같은 시간 들여 하는 손톱관리 값하고 같은 거야? 게다가 손톱관리 할 돈은 있고 자기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내면의 문제는 비싸서 치료받기 싫다니……." 


나 또한 정신과 의사다 보니 면담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면담비용을 놓고 투덜거리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뭐 별로 해 주는 것도 없이 이야기 좀 들어주고 왜 이렇게 돈을 많이 내야 하나요?"

다른 과 의사들에게도 비슷한 사례를 듣는다. "실컷 진단 내려줘도 약이나 주사를 처방하거나 뭔가 눈에 보이는 것을 해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해줬다고 생각해. 진단을 내려 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받은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사실은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리는 것이 더 힘들고 중요한 건데."

오랜 경험과 다양한 지식이 통합되어야 제대로 된 impression이 나오고 거기다 검사로 확진하는 것인데, 우리 환자들은 기계가 한번 돌아가서 사진을 찍든가 피를 뽑든가 해야 하고, 아니면 약이나 주사를 주거나 물리치료를 하거나 수술을 하거나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뭔가가 있어야만 제대로 진료 받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환자들만 탓할 것이 아니다. 우리도 어쩌면 그간 너무 눈에 보이는 것에만 치중해 온 건 아닐까? 명품에, 예쁜 얼굴에, 날씬한 몸매에, 좋은 집, 좋은 차 등등 보이는 것들에는 마음이 혹하면서도 정작 드러나지 않는 중요한 것들은 잊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가 길들인 여우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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