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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성의 미학

불완전성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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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3.0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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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기 원장(서울 청담마리산부인과)

'있을 때 잘해!' 하지만 떠나고 나야 그 빈 자리를 실감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니 CF에서 조차 사무치게 만나야 할 연인이 어이없이 지나쳐 가는 장면은 이제 상투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연출기법에 따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2% 부족할 때'란 카피는 들을수록 기발하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인간은 원래 자웅이 한 몸이었는데 신의 영역을 넘보게 될까 경계한 제우스에 의해 반으로 나뉘었기 때문에 평생 나머지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자른다(cut)는 뜻의 sexus에서 sex(성)의 어원이 유래되었단다.

남녀의 성행위에서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것이 자웅이 합체되려는, 그러나 결코 합체될 수는 없는 갈구의 절정에서 오는 쾌감이라는 점에서 인간은 그 불완전함을 즐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뇌과학자들은 인간 두뇌의 구조에 관해 삼단계 진화가설을 이야기한다. 인류의 진화초기단계의 뇌는 원파충류뇌(protoreptilian brain)로 호흡·심장박동 등의 기본적인 생명활동과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생리기능을 담당한다. 그 주변을 포유류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가 둘러싸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주로 집단생활과 사회성에 기인하는 희노애락의 기본적인 감정 작용을 관장한다.

한편 논리적 추론이나 예술성 등 생존과 직접 연관은 없으나 인간만 갖는 고급적 특성들은 뇌의 가장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신피질 덕분이다. 이 주름(이랑)투성이의 신피질 때문에 갖게 되는 능력과 특성들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네 삶에서도 항상 남는 건 아쉬움이다. 젊음과 일이 충만할 땐 시간과 돈이 모자라 그 젊음을 한껏 즐기지 못한다. 막상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경제적 안정이 되고나면 젊음의 빛이 바래고 난 후다.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 노래하듯이 훗날을 위해 남겨두었던 '가지 않은 길'이 세월이 흘러 '갈 수 없는 길'이 되었음을 알았을 때에야 그 갈림길에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한숨을 쉰다. 파스텔 풍의 시어들이 주는 느낌이 아름답다. 엇갈림 또한 즐겁다.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 땐 딴 짓하며 외면하고 있다가 그 사랑이 지쳐 돌아설 때에야 애타게 손짓하며 부른다. 준비되어 있을 때엔 기회가 오지 않다가 잠시 방심하는 틈에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요즈음 <왕의 남자>라는 영화가 장안에 화제이다. 광대의 신분을 어쩌지 못하는 장생은 그 이루지 못함을 부정하지도 않았지만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땅도 아니고 허공도 아닌 줄 위에서 마침내 자유를 향해 뛰어 오르는 엔딩에 사람들은 찬사를 보낸다.

이루지 못함이 확실하다면 좌절할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고 관조할 줄 아는 지혜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마음이 평화로워지면 불완전함과 완전함, 이룸과 이루지 못함의 경계가 없어진다. 불완전성에 더욱 전율하는 건 인간이 가장 나중에 획득한 고유의 상위 감성이자 여백에 대한 열정이고 여유이며 강력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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