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공단 약제비 환수 부당" 판결
집단 소송 제기 경우 환수금 수백억원 달할 듯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부터 부당하게 환수당한 약제비를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고등법원 제6특별부는 지난 3월 29일 '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약국이 아닌 부당하게 약을 처방한 의료기관에게 원인제공을 이유로 약제비를 환수하는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동 사건과 관련 2005년 7월 5일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 "공단의 약제비 환수는 법률상 근거가 없으므로 명백히 무효"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공단으로부터 약제비를 부당하게 환수당한 의료기관은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무효' 소송을 제기할 경우 금액 모두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따르면 '조은이비인후과의원'은 2004년 2월 공단으로부터 2003년 7월~10월까지 진료한 내역 중 과잉진료를 했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일부를 삭감했다.
이 당시 공단은 '조은이비인후과의원'이 환자에게 원외처방전을 발행함에 있어 증세에 효능도 없는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곧바로 고단위 항생제 등을 처방했다며 1388만7970원을 차기 요양급여비용 지급시 차감하는 방법으로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공단은 통보문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 2항(부당이득의 환수)를 근거로 '조은이비인후과의원'이 급여비용을 지출하게 한 원인제공자라며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약국이 아닌 의료기관으로 부터 징수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은이비인후과의원(원고)은 부당하게 과잉진료나 처방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사 처방으로 인해 보험급여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됐다고 하더라도 그 급여비용을 의료기관이 직접 받은 것이 아니므로 징수처분을 내리는 것은 법적 근거에도 없는 부당한 처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서울고등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에서 부당이득 환수는 허위진단을 했을 때에만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자에게 징수할 수 있으나, 공단은 허위진단을 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공단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원고에 대해 처분의 근거법령은 물론, 허위진단으로 인해 보험급여가 실시됨으로써 공단에 대해 징수금을 납부할 직접적 의무자가 누구인지 및 원고로 하여금 그와 연대해 징수금을 납부할 것 등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실제로 공단(피고)이 이번 사건 부당보험급여와 관련해 원고(조은이비인후과의원) 외에 다른 자에 대해 징수처분을 한 바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이 사건 처분은 법률상 근거가 없으므로 명백히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조은이비인후과의원 소송 대리를 맡은 현두륜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약제비를 계속 환수하고 있고, 그 금액은 매년 수 백억원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의료기관은 그동안 환수 당한 약제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며 큰 성과라고 언급했다.
현 변호사는 "국민건강보험법 제79조에 따르면 요양급여비용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복지부는 13일 원외처방전 발행에 의해 발생한 과잉처방에 대한 환수 근거를 마련, 의사에게 약제비를 청구토록하는 건강보험법개정안을 입법예고 해 의사로부터 약제비를 환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복지부 건보법개정안에 대해 현 변호사는 "건강보험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개정안 시행 이전에 발생한 약제비 환수는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의 적극적임 참여를 요구했다.